자본주의 19

자본의 무의식, 박현옥

자본의 무의식 박현옥(지음), 김택균(옮김), 천년의상상 23년 늦은 봄부터 읽기 시작해 가을이 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펼쳐 보이는 박현옥 요크대학교 교수의 접근이 일반적인가, 설득력은 있는가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놀라우며, 어쩌면 서글픈 현실 직시같다고 할까. 그만큼 자본주의가 강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인류 최초의 문명에서부터 시작된 금리(화폐의 시간 가치)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화폐와 금리로 이루어지는 경제 시스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와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금리에 기반한 화폐 경제에 대한 반복된 거부, 혹은 비판적 접근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엘런 호지슨 브라운은 (이재황 옮김, 이른아침, 200..

자본가의 탄생, 그레그 스타인메츠

자본가의 탄생 The Life and Times of Jacob Fugger 그레그 스타인메츠(지음), 노승영(옮김), 부키 푸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서문에 나온 아래 문단만 읽어도 된다. 책은 이 요약문의 자세한 설명이며 역사적 근거와 시대적 배경을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카를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푸거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푸거는 카를이 황제가 될 수 있도록 거액의 뇌물을 빌려주었을 뿐 아니라 카를의 할아버지에게 자금을 투자해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정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중앙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왔다. 푸거는 다른 분야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고리대금업 금지 조치를 해제하도록 교황을 설득해 상업을 중세의 미몽에서 흔들어 깨웠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자본의 무의식

남북한 밖에 거주하는 한인 인구는 중국인, 유태인, 이태리인, 인도인 다음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디아스포라 집단을 이루며 본국의 인구 대비 비율로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두번째이다. - 박현옥, , 185쪽(김택균 옮김, 천년의 상상) 캐나다 요크대학교 박현옥 교수의 책 을 읽으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그 기원과 역사, 의 숨겨진 의미, 만주 이주의 역사나 배상의 정치학 등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영정조 르네상스에서 바로 세도정치 체제의 전환, 개화개방과 쇄국을 오가던 구한말 위기, 한일 합방의 이후의 일제 식민지가 이어지듯, 어쩌면 이번 정권이 그러한 몰락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함께 하면서 말이다. 거의 육백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자본주의와 새로운 형태의 통일에 대한 연..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지음), 안규남(옮김), 동녘, 2013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뒤늦게 읽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2013년에 번역되었으니, 이 무렵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그 동안 나는 이 문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쫓기듯 살아왔다. 어쩌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저 거대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이해가 점차 옅어지고, 관심 마저도 둔해져 하루하루, 혹은 한주한주 벌어지는 회사 일에 치여 멍청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저 세계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이 작고 소중한 일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이 책이 씌여..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정지돈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정지돈(지음), 문학동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가끔 내가 작가의 길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조금 끔찍해진다. 분명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가 되었다면 하는 생각을 요즘에도 잠시 하곤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작가가 쓴 책보다 외국 작가의 번역된 책을 읽게 된다. 어찌 되었건 이미 검증을 받은 이들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이유로 한국어 번역까지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번역된 책마저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 국내 작가에 대해선 더욱 더 인색해진다. 작년 겨울 교보문고 강남점에 갔다가 이 책을 우연히 보았다. 교보문고의 문학 담당 MD의 추..

플래시보이스, 마이클 루이스

플래시 보이스 Flash Boys - A Wall Street Revolt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지음), 이제용(옮김), 곽수종(감수), 비즈니스북스 “제 평생에 불쾌한 사람들을 1년 동안 그렇게 많이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빚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그게 제게는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41쪽) 이 책은 초단타매매(HFT)와 둘러싼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 회사와 그들이 이용하는 시스템, 그리고 그것과 싸우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증권거래소의 옛날 풍경을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의 오프라인 지점으로 나가거나 전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프로그래밍된 시스템 위에서 움직인다. 초단타매매..

새로운 충견들, 세르주 알리미

새로운 충견들 Les nouveaux chiens de garde 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 (지음), 김영모(옮김), 동문선, 2005년(1997년) “우리는 철학자의 가면에 인정된 존경이 결과적으로 은행가의 권력에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영원히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폴 니장, 중에서 ‘1932년 폴 니장은 ‘자기 시대의 부도덕한 시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참여를 위대한 개념 더미 아래로 숨기기를 좋아하는 철학자들을 고발하기 위해 이라는 에세이를 썼다(11쪽).’ 약 60여년 후인 1997년 세르주 알리미는 권력과 자본주의를 위한 매끈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공모를 일삼는 기자들, 저널리스트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2020년 기자라는 정식 명칭 대신 ‘기레기’라는 혐오스러운 ..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지음), 후마니타스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진 것들에 대해서만 씌여진 책이다. 호수가 말라가고 대지가 바다에 잠기고, 플라스틱과 비닐이, 먹지도 않은 음식물이 버려져 폐허처럼 쌓여갈 때, 그 옆에선 국적없는 아이들이 태어난다. 다 우리 탓이다. 이 시대의 문명, 도시,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져, 저기 저 곳에 갇힌 채 사람들은 가난과 분쟁, 폭력과 억압, 그리고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고 고통받다가 고대 문명의 폐허 속으로, 혹은 현대의 부유하는 쓰레기들과 함께 잊혀질 것이다. 출처: https://www.travel-in-portugal.com/beaches/praia-do-barril.htm 포르투칼의 타비라섬은 바닷가 모래 밭에 녹슨 닻 수백 개가 꽂혀 있..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박종훈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박종훈(지음), 21세기북스 몇 해 전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다 읽는다. 이미 칼럼을 통해 박종훈 기자의 통찰력 있는 글들을 읽었던 터라,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복습하는 느낌이었다. (칼럼 주소: http://news.kbs.co.kr/news/list.do?mcd=0849#1) 유명세를 치른 책이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테고, 읽은 사람들은 다 읽었을 것이다.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들은 내가 아니라 저 쪽에 있는 사람들인데. 흥미로운 것들은 경제전문기자(실은 박종훈 기자만 말하겠는가!)가 지적하는 사항들과는 정반대로 국가 정책이 수립되고 실행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국가에서 홍보하고 대단한 성과를 내는 것처럼 포장하는 여러(더 많겠지만) 잘못된 정책들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

토레 다비드 -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

토레 다비드 - 수직형 무허가 거주 공동체Torre David: Informal Vertical Communities알프레도 브릴렘버그 등 저, 김마림 역, 미메시스 이 책은 토레 다비드(Torre de David(the Tower of David), Centro Financiero Confinanzas)라는, 금융위기로 미완성된 초고층 빌딩이 어떻게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거주지가 되었고, 이 건물이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기록하고,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주엘라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초고층 건물에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모습은 위험천만한 일임에 분명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