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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이언 매큐언 Iwan McEwan(지음), 민은영(옮김), 한겨레출판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가 추천한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 소설을 읽는 내내, 루시디가 추천하는 몇 권의 책 안에 들 정도는 아닌데 하는 생각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 그가 왜 이 소설을 왜 추천했는지 알게 된다. 


몇몇 이들은 이 소설을 영국의 아동법 등의 여러 법률에 근거한 법과 종교의 문제로 해석하지만, 그건 잘못된 해석이다. 판사가 나오고 소설의 많은 장면들이 법정이거나 법과 관계된 사람들로, 혹은 종교와 관계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이를 법과 종교의 문제, 그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모든 이들이 탁월한 소설 비평가가 될 것이다. 


결국 읽는 이에 따라 소설에 대한 해석은 달리 되어,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되거나 비상식적으로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나에게 이 소설은 그간 읽어왔던 소설들 중 최고는 아니었지만, 살만 루시디에게 이 책은 최고의 소설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살만 루시디에게는. 


소설은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피오나와 잭과의 관계. 피오나와 애덤의 관계. 이 두 관계는 서로 만나지 않지만, 이 소설의 큰 두 축이다. 하나는 성관계가 없는 중년의 판사와 교수 부부 이야기이며, 하나는 신앙으로 인해 수혈을 거부하는 한 소년과 수혈 집행 명령을 내리는 판사 이야기다. 두 이야기는 관계 없는 듯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 두 이야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그 환경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궁극적으로 어떤 자유를 가지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우아한 몸짓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는 의외로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셈이다. 살만 루시디는 이걸 알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나이를 먹으며 어떻게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가에 대해 이미 경험했다. 집을 나간 잭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고 피오나가 다시 잭을 받아들이게 되듯, 애덤은 수혈을 받게 한 피오나의 결정에 대해 찬사를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로 수혈을 거부한다. 이는 수혈 거부에 대한 법적인 기준에 질문이 아니다. 결국 '이것 아니면 저것'(키아케고르)이며, 우리가 종국에는 어떤 행동과 결정을 내리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내외적으로 무수한 갈등과 고민, 방황을 하지만,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아마 살먼 루시디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수한 이슬람 사람들을 떠올렸을 것이며, 자신의 무모한 신앙으로 지하드를 감행하는 이슬람의 젊은이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서방에서 태어났건 동방에서 태어났건 상관없이, 결국에는 그들의 조상이 믿었고 그들 가족이 지키고 있는 그 신앙을 따라, 그 자신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과 자유의지로 다시 이슬람 근본주의를 향하는, 일부는 지하드를 벌이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이었던 셈이다. 아마 루시디는 이 소설 속에서 피오나가 애덤에게 수혈을 명령하는 판결문을 읽으면서 울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판결문은 동시에 애덤이 결국 수혈을 거부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고 결국 우리가 기대게 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일 뿐이다. 그것이 이해가능한 것이든 이해불가능한 것이든. 소설은 결국 우리의 무수한 시도들은 애초에 예정되었던 어떤 행동에 대한 변명만 만들어줄 뿐임을 말한다는 점에서 꽤 비극적이며 소설의 시작으로 다시 돌아온다. 피오나와 잭은 같은 집에 사는 부부이고, 애덤은 예정된 대로 수혈을 거부한 채 죽는 것이다. 이 소설을 다 읽은 독자들은 소설을 덮고 무수한 상념에 빠질 것이지만, 그 뿐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우리가 탁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우리의 자유 의지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 고민하기 전에, 조언을 듣기 전에 우리는 이미 이것, 아니면 저것을 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이번 처음이었다. 매큐언의 <속죄>를 영어로 읽다가 잠시 쉬고 있는 터라(아직도 영어 소설을 읽어내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칠드런 액트>가 처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번역이라서 그런가. 번역된 영어권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 다들 비슷해보이니 말이다(그러니 영어로 읽어야 된다). 


끝으로 조금 길긴 하지만, 피오나가 애덤의 강제 수혈 집행을 명하는 판결문 일부를 옮긴다.


A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이에 근접해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다는 사실은 그 믿음이 얼마나 심오한지 증명합니다. 또한 그의 부모가 끔찍이 사랑하는 자식을 신앙을 위해 희생시킬 각오를 한다는 사실은 여호와의 증인이 고수하는 교리의 힘을 보여줍니다. (...) 

바로 이 힘때문에 저는 멈춰 서게 됩니다. 왜냐하면 A는 17세가 되도록 종교적, 철학적 사고라는 격변하는 영역에서 다른 표본을 접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독교 종파는 신자들 간의 열린 논쟁이나 반대의견을 장려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회중의 신자들은 자신들을 '다른 양'이라 부른다는데요. 적절한 명칭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A의 정신, 견해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는 아동기 내내 강력한 하나의 세계관에 단색으로, 중단없이 노출된 채 살아왔고, 그런 배경이 삶의 조건을 좌우하지 않았을 수는 없습니다. 고통스럽고 불필요한 죽음을 감수하는 것. 그리하여 신앙을 위해 순교자가 되는 것이 A의 복지를 도모하는 길은 아닐 것입니다. (... ...) A는 그의 종교로부터, 그리고 자기자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 167쪽에 169쪽 



Iwan McEwan(1948 ~ )



칠드런 액트 - 8점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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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두 개의 글로 요약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글이다. 매우 개인적인 견해를 담고 있는 글이라 할 수 있겠다.


나에게 종교의 문제는 가끔 매우 첨예하게 다가온다. 나같이 유약한 이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의 불가사의함이란 때로 견디기 힘든 공포와 유혹으로 다가온다. 한 때 현세에서의 고독이나 무력감, 허탈함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보여주는 자기 내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로마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세계에 풍부한 영감을 던져주었으며 정신적인 영역에 있어서 거대한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는 자신의 내면 속에서 신의 목소리(계시)를 발견하고자 하였으며, 때로는 신비주의적 면모까지 엿보이게 한다.

이러한 내면의 발견은 종교 개혁 이후의 기독교에서도 다시 한 번 일어나게 된다. 즉 성경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자기 내면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이야말로 개인화된 신앙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이미 보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루터와 칼뱅에 의해 주도된 종교개혁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초기 교회의 시대로.)

하지만 이러한 내면의 발견이 자아나 자유의지에 대한, 외부 세계에 대한 명확한 확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의 계시, 교회 중심의 신앙 생활의 강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신주의적인 중세적 경향을 특징짓게 된다. 이러한 정신주의적인 태도는 현대 기독교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경향이라는 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세계와 현대가 그리 멀지 않음을 엿보게 한다.

시간의 문제는 유한한 인간에게 있어서 신의 본성을 깨닫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신은 유한의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영원성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시간을 평면적으로 인식하는 존재이다. 신은 만물과 만물의 유전을 눈 앞에 펼쳐진 대로 보기 때문에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며,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보는’ 것일 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이것이 그가 ‘예정설’이라고 하는 과격한 결정론적 관점을 다소 완화시키는 방향이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지만 이미 신의 앎 속에서 과거-현재-미래는 결정되어 있음을 우리 인간은 예정된 어떤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 의지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중세를 물들이는 어떤 절망이나 당혹스러움, 불안함은 아우구스티누스가 표현하였던 이런 세계관의 영향 때문은 아니었을까.

데카르트적 세계관이 현대에 와서 ‘독단론’, ‘기계론적 인과주의’라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는데, 반데카르트주의자들이 보여주는 정신주의적, 심미주의적 태도는 혹시 아우구스티누스가 지향하였던 바의,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냥 이런 의문이 밀려든다. 눈 앞에서 보이는 불안함, 불가해함, 유한한 시간,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어떤 절망을 극복하기 위하기 위해 영원한 신의 진리로 귀의한 아우구스티누스처럼 현대의 정신주의는 데카르트적 세계관가 실패했다는 당혹스러움을 바탕에 깔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불가해함을 받아들이고 어떤 가상적 세계를 향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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