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6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자화상(Self-portrait)

우연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자화상들을 보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과의 그 결이 다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역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뒤러는 참 특별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에는 르네상스 세속주의도 드러나지만, 그와 함께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후기 고딕적 요소에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he Arnolfini Portrait (or The Arnolfini Wedding, The Arnolfini Marriage, the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or other titles) Jan van Eyck,..

술병이 있는 자화상, 뭉크

턱 밑까지 더위가 올라와 얼굴을 천천히 물들인다. 피곤한 피부 위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저주의 언어들, 혹은 절망, 아니면 실패자의 체념 같은 것. 발터 벤야민이었던가. 우리가 희망을 얻는 것은 과거의 불행했던 사람들로부터라고. , 저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저 작품을 그린 예술가는 참 불행하게 살다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에드바르트 뭉크(노르웨이, 1863-1944). 하지만 의외로 평안한 노년을 보냈다. 몇 번의 사랑이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낙담하지 않고 평생 혼자 지내며 작품활동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후기에 그렸던 작품들 대부분을 기증하여 뭉크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알려진 널리 그의 작품들을 보자면, 참 불안하고 슬프고 절망적이긴 하지만 뭉크는 다행히도 그 젊은 날의 불안, 격정,..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

자화상에두아르 르베 Edouard Leve 지음, 정영문 옮김, 은행나무 소설일까? 그냥 일기일까? 자서전일까? 에세이일까? 예술 형식에 대한 구분이 호소력을 가지지 못하는 시대에, 장르를 적는 건 무의미하다. 책 표지에 적힌 '장편소설'이라는 단어가 부적절해보인다. 이 책의 서술, 그것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에두아르 르베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에두아르 르베는 이 짤막한 글 속에서 자신이 여든 다섯 살에 죽을 것임을 예감하지만, 마흔 둘의 나이로 자살하니, 이 책 자체로 일종의 부조리일지도 모른다. 실은 내 일상이, 내 인생이, 이 세상이, 이 우주가 다 부조리하고 무의미하지만, 우리는 죽을 힘을 다해 그걸 부정하고 있지. 이미 죽은 자의 자화상. 서로 연관성 없는 문장들은 병렬적으로..

사진과 글쓰기 - 헤르베르트 바이어의 '자화상'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구글에서 찾아보았으나, 구한 것은 아래 책 표지뿐.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들고 다니며 조금조금씩 읽은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의 한 챕터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헤르바이트 바이어의 이 작품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진 실천의 비약적 발전을 기념하고, 예증하고, 분석해보고자 사흘 동안 열렸던 학술 회의 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다. 뭐랄까, '책 읽기 따위는 잊어라'는 식이랄까. 기이한 자기 반영성으로 사진 실천과 글쓰기, 혹은 텍스트와 사진 간의 기묘한 연관성을 표현한 사진인 셈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런 컨셉은 자주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흑백사진이 주는 여운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이 자화상이라니. 초기 사진이 가지는 리얼..

Chaim Soutine의 자화상

Chaim Soutine (시암 쑤띤)의 자화상이다. 1916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꽤 심각할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 내지는 혐오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추상 표현주의의 윌렘 드 쿠닝은 시암 쑤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시암 쑤띤의 첫 번째 대형 전시를 뉴욕에서, 그것도 그가 죽고 난 10년 정도가 흐른 뒤에 열렸고 이 때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던 무렵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무척 재미있다. 잭슨 폴록이 현대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파리에서는 이에 질세라 타피에스, 뒤뷔페를 중심으로 한 앵포르멜이 유행하고 있었다. 쑤띤 작품은 세계에 대한 혐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상 표현으로 일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의 생애가 두 개의 전쟁 속에 있었고 유태인이..

앤디 워홀

머리가 무척 아프고 몸이 무겁다. 낮게 깔린 하늘 탓인가. 아니면 지쳐가는 세상 탓인가. 오늘 오후 혼자 이리저리 방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어제 밤 늦게라도 맥주를 마실 걸 그랬나.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가서 혼자 노나. 책이라곤 하이엔드오디오컴플릿가이드만 들고 왔는데 말이다. 갑자기 허공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무게가 느껴진다. 공기의 무게가. 날 짖누르는 공기 알갱이들의 무게가. Andy Warhol (1930-1987) Self-Portrait 1979 Instant Color Print 20" x 24"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출처: http://www.zootpatrol.com/index.php/2009/12/andy-warhol-polaro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