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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살짝 감긴 눈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찬다. 한낮의 빛은 소란스럽게 망막을 자극한다. 그제서야 내가 낮잠 중임을 알게 된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힐 때, 얇은 잠은 편안해진다. 겨울 햇살은 따갑지만, 따스하고, 누군가 옆에서 떠들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나는 미동도 없이 잠을 잔다. 세상이,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는 잠이다. 그런 낮잠이었다.

오래된 프랑스 시인의 시를 읽는 일요일 오후

개울가 목장은 … 프란시스 잠 개울가 목장은 풀이 무성하다.퍼부은 비에 밀이 젖어 포기 포기 쓰러졌고연회색 빛인 버드나무 말고는둑마다 잎새들이 진초록이다.베어 놓은 꼴은 벌통처럼 쌓여 있다.언덕들은 너무 완곡하여서 애무를 받고 있는 듯하다.시인인 친구여, 우리에게서 마음 속 기쁨을 빼앗아 가는괴로움만 없다면 모든 게 달콤하리.하지만 괴로움을 벗어나려 함도 쓸데없는 일,말벌이 풀밭을 떠나는 적이 좀처럼 없듯이.그러니 ‘삶’을 가는 대로 흐르게 내버려두고,검은 소떼에게 마실 물이 있는 데서 풀 뜯게 하자.서서히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을,우리와 같은 모든 사람을 측은히 여기자.그들 모두가 재능이 있는 건 아닌 것 말고, 우리와 같은 그들.그것이 유일한 차이이면서 중요한 사실이 되기도 하지만오래 퍼붓는 급류가의..

수면

아직 완벽해지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일까. 자정이 되기 한 시간 전에 잠에 들었으나, 새벽 2시에 잠을 한 번 깨고 결국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고 말았다. 턱없이 이른 일요일에 일어나 할 것이라곤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밀린 신문을 읽는 것이 전부다. 어젠 무리할 정도로 운동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쓰지 않던 근육들이 아프다. 가령 뒤어깨 근육이나 앞장단지 근육. 오늘 아무런 일정도 없다. 이런 날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보지만, 늘 그렇듯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밀린 일들이 많은 만큼, 나는 턱없이 많은 계획을 마음 속에 쌓아두고 있다. 그 계획들을 다 꺼내 처리하다 보면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해결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마음 한 켠의 슬픈 마음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