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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비가 내렸다. 우산을 챙겼다. 우산 밖으로 나온 가방, 신발, 입은 옷들의 끝자락들, 그리고 내 마음과 이름 모를 이들로 가득한 거리는 비에 젖었다. 


비 내리는 풍경이 좋았다. 내 일상은 좋지 않지만, 비 속에 갇힌 거리의 시간은 음미할 만 했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글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 술이나 마셔야 하나. 

(그러기엔 너무 일이 많구나)



비 오는 그림을 좀 찾아봤는데, 거의 없다. 비 내리는 풍경이 회화의 소재로 나온 것도 이제 고작 1세기 남짓 지났으니.. 


Gustave Caillebotte  (1848-1894)

Paris Street; Rainy Day, 1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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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구한 비틀즈의 애비로드(Abbey Road) LP는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위안이다. 어젠 임시로 있는 사무실에서 유튜브로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들었다. 곡과 곡 사이가 떨어져 다소 불편했지만, 들을 만했다. 


유트브로 음악을 듣는 걸 몇 해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나도 그렇게 듣고 있는 걸 보면 유튜브의 콘텐츠 장악력은 실로 대단하기만 하다. 그래도 잘 갖추어놓은 오디오 시스템에 나오는 소리와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조지 벤슨은 새롭게 편곡하여 the other side of Abbey Road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나는 CD로 가지고 있는데, 아래 동영상은 LP를 녹음한 것이다. 이런 걸 공유하는 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시간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니... 


요즘 밀란 쿤데라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역시 쿤데라라는! 같이 읽고 있는 도정일의 산문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정일의 산문집은 약간 기대를 했는데, 많이 실망했다. 여러 매체에 실린 글들을 그대로 모아 산문집을 냈는데, 대부분 너무 짧고, 다소 편하게 쓴 듯하며, 일부는 시간에 쫓겨 쓴 듯한 느낌까지 풍긴다. 특히 매체에 쓴 글들은 시의성을 가진 글들이 대부분인데, 솔직히 지금 읽을 필요 없는 글들도 상당하니, 열정적인 독서가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 










아래 비틀즈의 애비로드는 실제 음반에서는 곡과 곡 사이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한 곡처럼, 물 흐르듯 그냥 넘어가는데, 유튜브에서는 끊어져 이상할 것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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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바로크음악은 말한다'(Musik als Klangrede)를 구입했다. 그리고 '왜 인간인가'도 함께... 그리고 토요일 오전, 사무실에 나와 밀린 일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늘은 낮고 바람이 불고 비에 젖은 도로 위를 구르는 바퀴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낡은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켜놓고 사무실에서 토요일 오전을 보낸다.

몇 개의 음악 링크를 건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책을 읽고 싶은데, 밀린 책이 여럿 되는 까닭에 언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동독 출신의 그룹이다. 이젠 시디 구할 수도 없을 것같다. 집에 LP로 있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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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글을 쓸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회사 업무가 갑자기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고(프로젝트 예측 실패도 한 몫 했지만), 900페이지나 되는 책을 다음 독서모임 텍스트로 잡은 것도 화근이었다. 또한 두 세 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 습관 탓에, ‘16세기 문화혁명을 읽는 동안 2권의 다른 책을 읽었다. 이번 주에 온라인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주문하고 싶어 안달이 난 터라, 걱정이다. 안 그래도 안 읽은 책이 쌓여있는데
 

1.


그 동안 읽은 책/저널들 중에서 몇 문장 옮겨본다. 단연코 포이어바흐의 말이 기억에 남지만(오래 전에 어디선가 읽었을 것이 분명한), 더 이상의 설명을 하긴 싫다. 다시 포이어바흐를 읽어야겠다.

불완전한 인간일수록 완전한 신을 갖는다’ – 포이어바흐

 


정말 그런 것 같다.
 

2.


과학자들이 연구개발비를 따려면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연구라고 말해야 돈을 줍니다. 일본은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하면 주고, 한국은 무조건 돈 된다고 해야 주죠. 이 때문에 학술원이 과학 정책과 연구를 주도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관료들이 나서서 하게 되고, 자연히 과학자들이 공무원에게 아부하게 되는 거죠.

- 이상묵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휠체어에 타서 강의하는 이상묵 교수의 저 지적은 비단 자연과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젠 인문학도 돈이 되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최근에는 인문학 전공자들의 창의성이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참 순진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돈 되는 창의성이지, 돈 안 되는 창의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 되는 창의성과 돈 안 되는 창의성의 구분법은 무엇일까? 창의성이란 돈과는 무관하거나, 도리어 돈 안 되는 종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IT 기업에서만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고, 미술 비즈니스를 하였으며, 문학과 예술사를 공부하고,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까지 한 나 같은 종류의 인간은?


레기오몬타누스가 사망한 뒤 발터는 스승의 유지를 이어 천체관측을 계속했다. 그가 천체관측에서 이뤄낸 최대의 개혁은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인 관측을 계속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통 하지나 동지, 춘분이나 추분과 같은 특정 시점에 산발적인 관측만 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이는 1세기 뒤에 나온 티코 브라헤의 업적에 앞서는 것이었다. 발터보다 43년 뒤에 태어난 코페르니스쿠스도 주의 깊게 제작된 장치를 사용해 몇 년에 걸쳐 행성을 추적하는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며, 이를 통해서만 행성의 정확한 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 '16세기 문화혁명', 508



티코 브라헤는 관측 정밀도의 극한적 향상이라는 근대 정밀 자연과학의 전제가 되는 과제를 처음으로 현실적 과제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를 위해 관측 기기를 부단히 개량하는 데 노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꾸준한 관측을 30여 년간 지속했다. 당시에는 베르나르트 발터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는 직인의 수작업 및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했던 일이다.
-  '16세기 문화혁명', 545



16세기에 자신의 사재를 털어가며 티코 브라헤는 30여 년간 관측을 기록하였고 기존 관측 기록의 오차를 수정하였다. 한 마디로 돈 안 되는 짓을 지속했다. 그리고 이 기록으로 케플러와 뉴턴이 나올 수 있었다.

비즈니스 혁신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중퇴하고 빠진 것이 폰트font’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진정 창의성을 원한다면, 돈 안 되는 짓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된다는 것이다. 한 때 내가 다녔던 대학은 돈 되는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던데, 얼마나 황당한 짓인지, 한국 사회의 근시안적 태도는 1,000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3.

각 정부는 골드만삭스(미국), 도이체방크(독일), BNP파리바(프랑스) 등 자국의 은행을 살리기 위해 도를 넘어서는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탓에 지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제 은행들의 도산은 교묘하게 유보됐으나, 이번에는 예산 부족과 수익성이라는 이름 아래 각 정부의 공공 예산들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 경제 위기로 더욱 무거워진 부채 비중이 이번에도 사회복지와 공익 사업 폐기의 구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르주 알리미(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크발행인), 2009 12월호.


지자체의 부채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고, 중앙정부의 부채도 심각하다고 이야기들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더 큰 문제는 이런 심각함과 투표와는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세르주 알리미의 저 의견은 한국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호소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정치와 일상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지만, 정치가 잘 되던, 잘 되지 않던 우리의 일상은 어제처럼 오늘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서서히 올라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참 지난 후에 사람들을 깨닫기 시작하겠지만, 이미 주위는 난장판이 된 이후가 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 일 때부터 우리는 이 냄비 밖으로 나가야 된다!’고 떠드는 사람이 있다면, ‘선동가, ‘미친 놈이니, 혹은 그러면 돈 돼?’라고 물어보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참 뒤 문제가 현실화되고 심각해졌을 때, 냄비 밖으로 나가야 된다고 말했던 이들을 비난하고 공격했던 그 대다수는 책임 지지 않는 선량하고 무지한 대다수로 변해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문제를 아는 이들은 침묵을 선택하게 되고 우리들의 사이에는 비난과 의심, 그리고 무기력만 남게 될 것이 뻔하다.


몇 자 적는다는 것이 길어졌다. 말 많은 세상인데, 말 하는 사람만 말하고, 말 하지 않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사회 구조적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보기 드물게 종교 간 갈등이 없던 나라에 심지어 종교 간 갈등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지금 보이지 않는 ,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기업에서는 글로벌을 강조하면서 진짜 글로벌이 뭔지 모르고, 사회 전반적으로 창의성을 이야기하지만, 창의성의 기본은 부단한 탐구와 관철, 장인적 수고, 그리고 수평적인 대화와 다양성에의 존중임을 알지 못하며, 정치권과 정부는 근시안적 태도에 사로잡혀 잘못 나아가는 국가를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대중적 인기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들을 고쳐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서로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종종 암담해지고 실의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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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세알 2010.08.03 14:17 신고

    책이 900페이지나 되는군요. 왠지 꽤 많이 읽었는데도 '발터'밖에 안지났더라구요. ^^;; 연산식 같은 것은 휙휙 넘겨버린 탓에 시간은 그렇게까지 많이 걸리진 않았지만요.

경실련 2007대선 후보선택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후보를 선택해본 결과, 문국현/권영길 후보와 50% 일치를 봤다. 제일 낮은 건 이명박 후보(10%). 그 다음 이회창(15%), 정동영(30%) 순이었다. 흠. 의외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는 아닌 것 같고 자유주의자이거나 중도 보수에 가깝다고 여겨왔는데 말이다. 그리고 후보선택도우미는 아무래도 문항 수를 늘리고 디테일을 보강해야 할 것같아. 질문들이 어수선하기도 하고 국민들이 스스로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하긴 한국에선 자유주의자도 무식한 보수 꼴통들한테서 빨갱이 소리를 들으니깐. 그러고 보면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은 확실한 보수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어설픈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이 작금의 수능 등급제 사태를 불러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설픈 평등을 추구할 바에는 합리적이고 확실한 자유를 추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설프게 평등을 추구하면서 보이지 않게 하면서 실속있게 자유 챙겨주려다가 나라가 이 꼴 난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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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행교수의 말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이 중도당 맞습니다. 사회주의자 당은 아니니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네요. 트랙백으로 김교수 인터뷰를 붙였습니다.

    • 하지만 종종 사회주의자-과격하지 않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Political Compass(http://pssc.egloos.com/1145763)를 해보니,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로 나오더군요. 이것을 해보면서 '왜 내가 사회주의자여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ㅡ_ㅡ;;

      김수행 교수의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대학시절, 그가 번역한 '자본론' 1권을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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