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 4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장안의 화제가 된 책, 수전 케인의 'Quiet' 한글 번역본과 ... 그리고 진 세버그,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과 '새들, 페루에 가서 죽다'의 로맹 가리(혹은 에밀 아자르)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을 구입했다. 어제 주문하고 오늘 받았다. 일하는 도중에, 폴 세르주 카콩의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을 조심스럽게 뒤적이며, 내가 사랑하는 두 이름,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를 기억했다. 그간 로맹 가리의 자살을 그의 문학적 세계에서 기인한 것이라 여겼는데, 실은 진 세버그였다. 20살 무렵 만났던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나온 진 세버그. 진 세버그가 먼저 죽고(여러 번의 자살 시도가 있고 난 다음, 파리 근처에서 죽은..

Pierrot Le Fou 미치광이 삐에로 : 현대 영화의 자의식

Pierrot Le Fou 미치광이 삐에로 (France-Italy 1965) 감독: Jean-Luc Godard 주연: Jean-Paul Belmondo, Anna Karina 영화가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벨라스케즈Velazquez에 대한 엘리 포레Elie Faure의 해석으로 시작해서 이브 클랭Yves Klein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장 뤽 고다르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영화가 ‘글쓰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1965년도의 영화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장르적 실험으로 채워져 있으며 랭보와 셀린느를 오가며 글과 영화,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감독의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독의 자의식이 용납되지 않는 작금의 영화들 속에서 누벨 바그의 놀라움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

먼 미래에 ...

루이 알튀세르의 (저주받은 듯한 느낌의) 자서전, '미래를 오래 지속된다'가 재출간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3년,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니, 벌써 십수년이 지났다. 이 책, 내가 20대 시절 생각나면 뒤적이던 책이었다.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파고들며, 자신이 목 졸라 죽인 아내에 대한 기억을 태연하게 하는 죽기 전 알튀세르의 문장들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과거 앞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 어떤 지식인의 슬픈 초상 앞에서, 그나마 내 20대는 낫다고 위안받던 시절이 있었다. 일 때문에 잠시 나간 삼성역 반디앤루니스 서점(아직도 서울문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에서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삐에로'와 알랭 레네의 '내 사랑 히로시마'를 샀다. 아, 오랫만에 만나..

장 뤽 고다르와 영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약간 읽기 불편한 번역이긴 하지만, 꾹 참을 수 있는, 국내 저널에서는 읽기 힘든 생소한 칼럼들의 모음. 나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를 읽는다. 나에게 익숙한 이름들: 노암 촘스키, 장 브리크몽, 레지 드브레, 존 버거. 하지만 나를 감동시킨 건 기 스카르페타의 ‘장 뤽 고다르’. 영화에 대한 내 생각 - 그것은 시작하자마자 자본주의 앞에서 몰락해버린 예술, 혹은 예술가에 대한 저주다. 스크린 앞에서 이제 누구도 예술을, 영혼을, 빛과 어둠으로 이루어진 시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돈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예술 영화의 정신은 스크린에서 사라지자마자, 그 영상 이미지는 시간 위에 수놓아지는 서사를 시적인 감수성으로 육체를 바꾼 채, 미술관의 작은 브라운관..

예술의 우주 200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