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현충일 국립묘지엘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하철에서부터 사람들이 빼곡했다. 동작역에서 나와 보니, 경찰관들이 임시 횡단보도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유가족들도 있었고 군인들도, 경찰관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현충원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면서, 위패봉안관에 갔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곳이지만, 현충일 유가족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었다. 


위패봉안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유골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 위패만 모아둔 곳이다. 위패봉안관 옆에선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를 하고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유해를 발굴하게 되면 그 뼛조각과 유가족의 유전자와 비교해 유족을 찾아주는 것이다.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위패들만 모인 그 공간 속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활동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먹먹해졌다. 어느 유가족은 이름 있는 곳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십대의 나이로 전쟁터에 나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살아있다면 팔구십이 되었을 나이다. 그렇게 지나는 세월 속에 잊혀진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유가족, 혹은 직계 후손의 관심으로만 머물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현충원 안에는 '문재인 퇴출, 박근혜 석방' 이라는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책에서 말하는 바, '타자에의 배려'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다 자기같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도가 지나치는 이들 앞에선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어쩌면 사회병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실은 우리 사회에 저런 사람은 너무 많다. 




현충원은 꽤 넓어서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개울도 있고 연못도 있다. 오랜만에 니콘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니콘 센터에 가서 AS를 받는 것이 좋겠다며 같이 간 이가 조언해 주었다. 찍은 사진들이 좋지 않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내가 이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낭패감이 밀려들었다. 십 수년 전에 꽤 많은 금액을 주고 구입한 녀석인데. 


한국 전쟁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은 어떻게 연구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금 / 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테니, 조심스러워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로 너무 왜곡된 느낌도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그렇지 않은 영역이 어디 있으랴. 


같이 갔던 이들과 현충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와서 조금 걷고 뛰어 동네 초밥집에서 낮술 한 잔을 했다. 지금의 평화가 과거의 아픔에 기대고 있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일 게다. 




 장승배기 역 인근의 초밥집, 모듬 사시미다. 몇 분과 번개 모임을 할까 하는 생각만 늘 하는 곳이기도 하다. 



Comment +0



토요일 시장 안은 썰렁했다. 문을 연 가게들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고 문을 열지 않은 가게와 임대 문의를 붙여놓은 가게도 있었다. 한 때 풍요로움을 자랑했을 것으로 보이는 장승배기 영도 시장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마치 20년 전의 서울 한 부분을 떼어다놓은 듯, 그 때 그 모습으로 서 있었다. 단지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준 것을 제외한다면.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만 길을 가다 들리는 듯한 이 시장 한 켠에 떡볶이 집이 있다. 그것도 영도시장 입구로 조금 들어가다가 오른쪽 골목 안 쪽에 위치해 찾기도 어려운 곳에 위치한 영도분식.



많은 블로그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아이템으로 자신이 간 맛집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아내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면서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았더니, 두 세 리뷰가 올라가 있었다. 찾으면 있고 찾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이렇게 숨겨진 맛집이라고 할까.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작가들도 찾아다니는 맛집.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숨겨진 맛집 따윈 존재하지 않는.

하지만 이 곳은 무너져가는 재래식 시장 한 켠에서 옛날 그대로 떡볶이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세월의 변화가 이 곳에는 적용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도분식 떡볶이는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서 준다. 달짝지근한 맛과 함께 떡볶이에 잡채가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날이 갈수록 진화해 가는 떡볶이의 세계 속에서 이 곳의 떡볶이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떡볶이 1인분의 양은 적당히 많고 가격은 저렴하다. 가게는 어떻게 알고 사람들이 오는지, 누군가 나가면 바로 누군가로 채워진다. 빈 테이블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썰렁한 편은 아니다.

이 포스트로 인해 이 가게가 대박 가게가 되진 않겠지만, 이 포스트로 인해 영도 시장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 될 듯 하다.

배 부른 토요일 오후의 햇살이 거친 황사 바람 속에서 온화하게 느껴졌다. 영도분식은 평일과 토요일은 오후 7시 정도까지 하며, 일요일은 아예 시장이 열지 않는다. 그러니 맛집 탐방객들에게는 평일이나 토요일 뿐이다. 혹시 이 곳에 가게 되면,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감상평을 알려주시길~.





* 다른 블로거들의 추천 글
http://blog.daum.net/gisadan/15796960 
http://blog.naver.com/jieunzoa1015/140112327248 
http://www.daegul.com/2512111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제2동 | 영도분식
도움말 Daum 지도

Comment +0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맥그레이스

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

반듯이 누워

반듯이 누워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얇게 흔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건조함에 묻혀 아주 짧게 내 삶을 되새기며 슬퍼한다. 이름 모를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내 몸 위에 살짝 앉았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장영준(옮김), 그린비 노엄 촘스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에게 .....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지음), 권진아(옮김), 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너무 유명했던 탓에, 내가 그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이 세계문학전집의 폐해다. 헤밍웨이의 소설들.....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유현경, <은주>
비 오는 날
데이비드 밴 David Vann 인터뷰 중에서 (Axt 2017.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