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리시버 앰프에선 오래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들. 알려고 노력하지만, 늘 어떤 한계에 부딪혀 희망으로만 남아있는 음악들이 미끄러져 이른 아침의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투표 장소를 확인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리시버 앰프를 끈다. 방 안 가득 책들과 음반들이 널려있고 한 켠에는 화분 몇 개가 파란 잎사귀 끝에 침묵을 대롱대롱 매단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5월 마지막 날, 간송 미술관에 도착했을 땐 이미 10시가 지나있었다. 바로 옆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 오후 1시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미술관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비좁은 실내. 오래된 건물의 벽. 유리창 속에 들어가 있는 작품들. 하지만 대단했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