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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척 맨지오니의 저 LP가 어디 있는가 찾다가 그만 두었다, 술에 취해. 몇 해 전 일이다. 혹시 결혼 전 일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술에 취한 채 이 LP를 찾았는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 사이 나이가 든 탓에 찾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도 있다'서술어이 가지는 느낌은, 젊었을 때는 '가능성'이었으나, 나이가 들면 무너진 터널 앞에 서 있는 기차같다. '수도 있다'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무모하게 시도했다는 의미다. 가령, '그녀와 키스할 수 있었는데', '그녀에게 고백할 수 있었는데', 혹은 '사랑하던 그를 붙잡을 수 있었는데' 따위의 표현들과 밀접한 연관를 갖는다.


결국 생명이란 생명의 지속과 연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그 시작은 작은 만남과 사랑으로 포장될 것이다.


 '수도 있다'는 서술어의 사용은, 아쉽다는 느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건 가능한 일이었음을 주장하기 위한 첫 계단이다. 애초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무모한 시도)을 가능성의 회상으로 바뀌고 기적의 출현(열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나는 LP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고 대신 다른 LP를 찾아 틀었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오역이지만, 그렇게 굳어진)의 '러브이데아'를 들으며 제니퍼 제이슨 리가 분한 트랄라를 떠올린다. 


결국 삶이란, 우리가 어떻게 어긋나는가를 하나하나둘 되새기며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되새기지도 않고 죽는 이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저녁, 몇 주 동안 계속된 치통과 함께 불안한 미래는 장막처럼 내 앞에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Feels So Good', 'So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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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레이블. 지금은 구하지도 못하는 레이블이 될 것이다. 집에 몇 장 있는데, 어디 꽂혀있는지, 나는 알 턱 없고. 결국 손이 가는 건, 역시 잡지 부록으로 나온 BEST COLLECTION이다. 레코드포럼, 매달 나오는 대로 사두었던 잡지, 그 잡지의 부록은 클래식 음반 1장, 재즈 음반 1장. 제법 좋았는데. 


유튜브가 좋아질 수록 음반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하기 힘들던 시절의 아련함은, 우연히 구하고 싶은 음반을 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아는 이들을 불러모아 맥주 한 잔을 하며 낡은 영국제 앰프와 JBL 스피커로 밤새 음악을 듣던 시절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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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Haden &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Verve, 1997 



여러 번 들었던 음반, 그러나 딱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환경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훨씬 더 좋은 음반들을 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토요일 저녁, 서재에 앉아 찰리 헤이든과 팻 메쓰니의 '미주리 하늘 너머'를 들었다. 악기의 구성이나 흐름은 단조롭지만, 풍성한 서정성은 '역시'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찰리 헤이든은 베이스를, 팻 메쓰니는 어쿠스틱 기타와 다른 악기들을 맡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 음반은 그들의 다른 앨범들-정말 뛰어났던-과 비교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 컨템플러리 재즈가 가지는 서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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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을 설쳤다. 일요일 오후에 낮잠을 잤고 밤 늦게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한 탓이다.

집 근처 홈플러스 마트에 갔더니, 프랑스산 삼겹살 1KG을 9,800원에 팔고 있어서, 이를 소주,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냉동 삼겹살이라 고기는 다소 질겼다. 먹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건 그렇고, 삼겹살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인가?)


오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두 번의 회의를 했더니, 오전 시간은 다 지나가버렸고, 수면 시간이 채 3시간이 되지 않는 터라 점심식사 대신 낮잠을 택했다.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부치는 수준이었으나, 한결 나아졌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밀려드는 햇살의 두께와 밀도, 밝기는 한 여름날의 그것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모양이다. 여름이 올 때면, 일본의 어느 여가수의 노래가 떠올라, 아래 유튜브 영상을 옮긴다.
(이 가수, Port of Notes의 보컬리스트였다.)


올해 여름, 즐거운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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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의 지친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을 책 한 권. 몇 주 전부터 프린트해놓고 읽지 못한 여러 저널의 기사들. 영문 비즈니스 저널 한 권과 몇 달째 쓰고 있는 노트. 그리고 재즈. 

내가 알고 있는 재즈 중에서 가장 프리하면서도 극적인 도입부를 가진 음악. India.귀에 오래된 이어폰을 끼고 존 콜트레인와 에릭 돌피가 수놓는 극적인 긴장감을 즐겼다.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이번 지하철역에서 다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지하의 공간 안에서, 그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내 평범한 일상은 시작되었다.

유투브에서 음악을 옮긴다. 이렇게 콘텐츠를 쉽게 구하지 못했던 지난 날엔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반대로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콘텐츠의 가치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존 콜트레인의 Impression 음반은 한국에는 없고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존 콜트레인의 다른 명반들도 많은 탓에 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 음반은 나에게 재즈의 힘을 알려준 몇 되지 않는 음반이었다.

오랜만에 재즈의 힘에 빠져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수입] John Coltrane - Impressions [Originals][Digipack] - 10점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연주/V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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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in Mayeras Trio - Tenderly - 10점
알랭 마이에라스 트리오 (Alain Mayeras Trio) 노래/강앤뮤직 (Kang & Music)




오랜만에 듣는 부드러움이었다. 음반이 많아지다 보면, 몇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 하는 음반이 생긴다. 결국 1년에 듣는 음반들을 세어보면, 100장 남짓 되려나 싶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말처럼 제어하기 힘들어, 다 읽은 책을 버리지 못하고 음반도 버리지 못한다. 어느 때는 내가 이 책도 가지고 있었구나, 이 음반도 있네 하는 식이 된다. 참 미련스럽게도,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을 보면, 내 직업은 딱 수집가, 그것도 박물관이나 도서관의 직원이 딱 인데.

어제 서재를 정리하면서 음반들도 함께 정리했다. 그러다가 한 두 번 가볍게 들은 바 있는 알랭 마이에라스 트리오의 시디를 꺼내놓았다. 실은 시디 자켓은 제법 근사하게 빠졌는데, 음악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재즈는 처음 들을 땐 너무 밋밋하고 흐느적거리며 말랑말랑해서 실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세 번 듣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은 재즈 선율에 잠기고 몸은 풀어지고 음악에 집중해 듣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배경 음악인 셈이다. 편안해지고 감미로워진다. 마치 봄날 햇살이 비치는 대기처럼


봄이 늘어지는 … ‘6월의 파리’
빛을 부드럽게 하고, 축제의 공기를 온화하게 한다.
부드럽게, 여름의 페이지를 연다.
부드럽게, 사랑의 깊은 곳으로 더 가까이 오게 한다.
- Alain Maye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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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病身)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1978년도 작품)

 

 

 

일을 하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오규원의 오래된 시가 눈을 환하게, 마음을 아리게, 6월초의 더위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수요일 오전을 보내고, 오후 내내 고객 미팅과 계약, 저녁엔 운동을 하면서 Social Media와 예술에 대한 글 한 편을 완성할 계획이다.

 

어젠 다소 어색한 회식을 했고 간밤엔 취기가 올라와 홍대 인근에서 와인 카페를 하는 동생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우리 와인 파티를 하자고 했다. 소주와 맥주 사이에서 최근 내 입 안을 감동시키는 와인을 마신 적이 없다는 사실은 언제나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만 떠오르는 건 왜일까.

 

오규원 선생도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의 시만 남았다. 한 잎의 여자, 참 곱다.



 

My Funny Valentine Song Keith Jarrett 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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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세알 2010.06.14 09:55 신고

    어제 저도 키스 자렛 앨범을 듣고 있었는데 이거 보고 순간 놀랐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키스 자렛 얼굴을 본 기억이 없는데 그의 클래식 앨범과 재즈 앨범 모두 뭐랄까 '아주 하얀 얼굴'을 떠올리게 해서 (물론 이름도) 그가 이런 라티노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답니다. 가끔 앨범 자켓도 보고 해야되는데 암흑의 세계에서 놀다보니...-.-;;

    • 하얀 얼굴 하면 빌 에반스가 아닐까 싶어요. ^^ ㅋㅋㅋ... 그러고 보니, 키스 자렛 앨범 자켓에 그의 얼굴이 나온 적이 없는 것같네요. 펫 메쓰니는 자주 나오는데 말이죠. ~ ㅎ


 

바쁜 일정 탓에 2주 정도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혼자 사는 집은 시디, , , 노트들로 어지러웠다. 마치 긴 홍수 뒤 강 하구와 맞닿은 해변처럼. 창을 열었고 난초에 물을 주고 집 청소를 했다. 봄 먼지로 얼룩진 바람이 밀려들어왔다. 어수선한 마음에 먼지가 쌓였다.

 

많은 상념에 잠기지만, 정리되는 법이 없다. 그저 쌓여만 갈 뿐이다. 서재에 읽지 않은 책과 듣지 못한 시디가 쌓여가듯, 마음은 제 갈 방향을 잃어버렸고 올 해 봄은 자신이 2010년의 봄인지, 2011년의 가을인지, 혹은 먼 미래의 겨울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내 발걸음도 갈팡질팡했다. 요 며칠 리더십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다시 변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언젠가 Sidsel Endresen에 대한 자료를 모아 글 한 편 적으려고 했는데, 읽던 자료와 정리된 노트가 책 더미 속에서 잃어버렸고, 그냥 잊고 지내고 있었다.

 

Sidsel Endresen. 내가 좋아하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컨템플러리 재즈는 이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 과연 몇 명이나 동의해줄까 싶다. 유튜브에서 그녀의 동영상을 올린다. 이번 주말, 행복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Sidsel Endresen & Humcrush, 24 Oct 2008,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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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친구들과 익숙한 술집에 앉아,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게 들어놓은 90년대 초중반의 락 뮤직 속에서,
맥주 마시는, 그런 행복한 기회가 있었지만,
아트페어 준비 회의가 새벽 0시 40분에 끝나는 바람에 가지질 못했다. T_T
늘 그렇듯, 막판까지 힘들게 하는 것은 부스와 공간 설치/디스플레이, 오프닝 일정이다.

그리고 새벽에 들어온 집.
학.학.
거친 여름날의 쓸쓸한 열기로 가득하기만 하다.

대신 흥미로운 음악을 발견했다. 이 음악을 블로그 메인에다 걸어두신 실비아님께 감사를.
(CD 사야겠다.) ...
이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낯선 너바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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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아프고 머리는 복잡한 일요일 오후다.

종일 집에 틀어박혀 청소하고 커피마시고 음악 들으면 보내지만, 몸은 무겁고 영혼은 쓸쓸하기만 하다.

주중 내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에, 담배를 좀 피웠더니 금세 목이 칼칼해졌다. 한 여름날과 같은 더위는 내 땀샘들을 자극하고 낮게 지나는 구름들은 내 마음의 세포들을 주눅들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재즈 시디를 찾다가 못 찾고 유튜브 동영상을 옮겨놓는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 마시려고 했지만, 음주에의 욕구를 꾹 누른다.

잘못 걸려온 전화가 유일한 일요일이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하루도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의례히 유쾌하고 활기 있어야 할 일요일일 땐, 기분이 상하기도 하는 법이다. 

다음 주 일요일엔 전시라도 챙겨보고 와인이라도 마셔야겠다.  



쿠바 여행을 한 번 가볼까. 쿠바 출신의 곤잘로 루발카바는 마치 타자를 치는 듯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지만, 그 느낌은 새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콩코드 레이블이 발견한 보배. 피터 신코티. 그의 신보를 뒤져봐야겠다. 콩코드 레이블에 나온 그의 첫 앨범이 좋은데, 아직도 구하질 못했다. 두 번째 앨범은 다소 맥 빠진다는. 영화 배우로도 출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과연 성사되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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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도 원두커피를 파는지 몰랐다. 어느새 원두커피도 대중화된 셈이다. 몇 번의 유럽 출장으로, 입에 원두커피가 붙어버렸다. 그 사이 터키에서 물 건너온 차와 스리랑카에서 넘어온 홍차가 그대로 먼지를 먹고 있는 중이다. 어디 찻집에라도 줘야할 판이다(혹시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마트에서 파는 원두커피의 품질과 맛은 '글쎄'올시다. 딱히 기대한 것도 아니었고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그런데 원두커피, 마시면 마실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끓려 증기를 올려 뽑아내는 커피를 마시다가, 그 다음에는 커피를 망으로 된 부분에 넣어 뜨거운 우려먹는 방식으로, 요즘은 드랍 커피를 먹고 있다. 이 중에서 드랍커피가 제일 낫다. 필터 종이에 대한 불만, 주전자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지만.

이렇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오랫만에 질베르토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늘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온라인을 뒤져 보니, 그녀의 음악을 찾진 못했다. 대신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를 올린다. 엘라는 역시 재즈 여왕이다.





재즈는 와인과 함께 듣는 게 제일 좋은데 말이다. 기분 좋게 와인 몇 병 밤세워 마시고 싶은데, 그게 언제였던지.
그건 그렇고, 집에 있던 생떼밀리옹산 와인을 지난 주 아는 분들을 만나 마셔버렸으니, 다시 한 두 병 사다놓아야겠다. (언제 와인샵 갈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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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호 원두커피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ㅎㅎㅎ
    이마트에서 파는 원두는 착한 가격이 장점이긴 하지만
    '신선함'이 생명인 드립용으로는 그닥 만족스러운 맛을 내주진 못할 겁니다.
    혹시 주변에 로스터리샵이 있으면 100g이나 200g 정도
    2주내에 소비할만한 분량으로 소량 구매하시길 권해드려요.
    커피와 함께 따뜻한 겨울 되시기 바랍니다~~ ^^



FIAC에 나온 어느 뉴욕 갤러리 부스 전경.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정확하게 찍지 못했다.


연락두절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바람은 차고 햇살은 허무하기만 하다. 내일은 한남동의 갤러리와 강남의 갤러리 몇 군데를 둘러보고 강남이나 홍대에서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다. 오전에는 후배의 할머님 장례식장에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차라리 후배에게 술 한 잔 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냥 글만 올리기 밋밋해서, 사진 한 장과 동영상 하나, 음악 하나를 올린다.

위 사진은 파리 FIAC에서 본 뉴욕의 갤러리 부스다. 노란 색 사각형 판 위에 알듯 모를듯 텍스트가 적힌 작품들이 진열된 모습이 무척 흥미로왔다. 그리고 그 앞에는 세 개의 모니터에 넘어져 고통스러워 하는 축구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 속에 한국 국적의 선수들도 있었다. 아마 KIAF에 이런 부스가 나왔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작품은 한 점도 팔리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오늘 낮에 전화통화를 한 미술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실은 나도 그런 생각이다. 미술 작품 가격 거품도 빠질 테고 진짜 미술 좋아하고 사랑하는 콜렉터만 남을 테니 말이다. FIAC에 나온 어느 갤러리스트의 말대로, 미술 시장이 건강해 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련지.

아래는 FIAC에 나왔던 비디오 작품이다. 이 작품 과연 팔렸을까? 아트페어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행사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 자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작품은 첫 날 바로 프랑스 경찰에 의해 압수당했다. 다행히 전시는 할 수 있었으나,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턱이 없다. 아래 동영상에서도 경찰이 나온다.

그런데 이 러시아 작가는 FIAC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티스트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참고로, 이 동영상,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공공장소에서는 보지 말 것.

 
The performances of Russian artist Oleg Kulik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재즈 하나 올린다. 커티스 퓰러가 연주한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 이 감미로운 재즈는 이런 늦은 가을밤 듣기엔 딱 안성맞춤이다. 이런 새벽, 즐거운 수다라도 떨 수 있으면 좋을련만. 며칠 전부터 연락 두절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볼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지만, 여하튼 보게 된다면 연락 두절을 해지하기를. (설마 무슨 일이 생겨서 연락 안 되는 건 아니겠지.)



 

(다시 잠자기에 도전해봐야겠다. 12시에 누웠으나, 잠을 이루지 못해 이 글을 올리고 다시 잠을 청해본다. 너무 우울하고 슬픈 며칠이다. 이래저래 안 좋은 일들이 여러 개 겹쳐 생겼다. 그래서 불안해졌나. 감정적으로 민감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듯 하다. 내일은 피터 드러커 읽으면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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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8.11.05 22:24 신고

    올렉 쿨릭인가 하는 분 비디오 너무 웃겨요.. 본인이신가봐요..완전 심각한 표정으로 퍼포먼스를 하는군여 ㅎㅎ

    안그래도 하수상한 계절에 넘 우울해 하지 마세요! 기운 내시고요, 술은 사람 기분을 가라앉히니 넘 많이 드시지 말고요, 내년에 도쿄에 놀러오시면 꼭 연락해주세요 ^_^

    • 개(dog) 퍼포먼스 하는 작가들 여럿 있습니다. 왜 하필 개인지, 이 지구에는 무수한 동물들과 식물들이 있는데, 유독 개만이 특이한 영감을 주는 것같아요. 파리에서 마주친 이쁘게 생긴, 어느 거지 총각은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우더군요. 지하철 역 어느 계단에서.
      noi의 말대로 엄청 웃겨요. ㅋㅋ. 저도 갤러리 부스에서 보면서 꽤 웃었거든요.

      술을 줄여야 되는데, 햐~ 어제도 과음을. ㅡ_ㅡ; 아, 그리고 오늘도 과음 예정인. ㅡㅡ; 도쿄에서도 술 마시죠. 우리. ㅎㅎ
      (술은 5년 전과 비교한다면 엄청 줄였죠. 하긴 그 만큼 나이가 들긴 했지만서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Fairytales
Radka Toneff (vocal), Steve Dobrogosz (piano)
Ales2 Music, Korea (Odin Records)


꽤 오래 전에 재즈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의 노래가 광고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광고 카피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유행이 못마땅했다. 사람들은 그런 유행이 어떤 문화의 저변을 공고히 할 것이라 믿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리어 깊이 있는 애호가들은 덧없는 유행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고 유행에 빠진 사람들은 고작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정도나 기억할 뿐이다.

어쩌면 나는 유행되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병에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신 감탄하면서 읽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도리어 내 자신이 이상해진다. 혹시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TV나 신문에서, 혹은 대단한 유명인이 ‘이 책 좋아요’, ‘이 음반 훌륭해요’라고 한 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것을 경멸한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일종의 병이 분명하다.

이 음반, 예상 밖으로 품절이다. 2003년 10월에 출시되었으니, 품절될 법 한 것인가. 하긴, 좋은 앨범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팔리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노르웨이 출신의 라드카 토네프(Radka Toneff)는 만 서른 살이 되던 해, 자살했다.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자살하기에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맑고 투명하다. 스티브 도브로고즈(Steve Dobrogosz)의 피아노는 라드카 토네프의 목소리 아래로 흘러가면서 맑은 하늘을 가진 오전의 물방울 같이 듣는 이의 귀를 울린다. 우리가 흔히 재즈 보컬을 떠올렸을 때의 음악과는 멀리 떨어져, 장식적이지 않으면서 북유럽의 공기를 맡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런 음반이 국내 라이센스로 출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제라도 진짜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기도해보자. 진정한 애호가는 숨겨진 아티스트를 찾아,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음반도 재발매되길.

*      *

라드카 토네프의 간단한 약력은 http://www.musicweb.uk.net/encyclopaedia/t/T64.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피아노를 맡은 스티브 도브로고즈는 미국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현재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이 웹사이트에는 스티브 도브로고즈의 매력적인 음악들을 mp3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반드시 몇 곡을 다운로드 받아 들어보길 바란다. 정말 좋으니까. 그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dobrogosz.com/



Radka Toneff - Fairytales - 10점
라드카 토네프 노래/알레스2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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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i 2008.01.15 22:40 신고

    저도 동종의 질병을 앓고 있는거 같슴다.. 친구들이 아무리 꼬셔도 요가 절대 안하고,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백은 사준다 해도 싫고(사줄 사람도 없지만-_-;;;), 와인도 몬다비 꺼는 일부러 피하고, 해리포터는 여짓껏 한 권도 읽어 본 적 없고 읽고 싶지도 않고.. 그러네요. 구제불능 자뻑증세인지도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론 남과는 다른 고유함을 보유하고 싶다는 욕망, 그래서 내가 세상에 존재할 이유를 찾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전 그냥 이대로 갈랍니다요.ㅋㅋ

    •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획일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회이고, 획일성에 짖눌리다 보니 자신만의 고유성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 튀고 보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는 것같아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획일성도 아니면서, 그러다고 무조건 튀지 않는, 뭐, '구제불능 자뻑증세'이긴 하지만.. ㅎㅎ.. 저도 좀 심합니다.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Flight To Denmark
 
Duke Jordan Trio
Steeple Chase, Denmark


눈으로 뒤 덮인 숲 속에 한 남자가 서있다. 두꺼운 외투에, 끝이 뾰족하게 솟은 모자, 둥근 안경, 두 손은 외투 주머니에 꽂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쌓인 눈의 울퉁불퉁함 때문인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약간 비스듬하게 카메라를 쥐고 있는 탓인지, 이 남자의 서 있는 포즈가 약간 오른 쪽으로 기울어져, 불안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흰 색으로만 채색된 그림 한 가운데 어정쩡하게, 잘못 자리잡은 듯한 그 남자의 이름은 듀크 조단(Duke Jordan). 1922년 태생의 그는 1940년대 후반 찰리 파커 쿼텟(Charlie Parker Quartet )에서 활동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그 곳에서 찰리 파커, 마일즈 데이비스, 토미 포터, 맥스 로치 등과 함께 연주를 했지만, 연주 실력을 인정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후 많은 뮤지션들 - 콜맨 호킨스, 스탄 겟츠, 진 아몬즈, 스니 스팃 - 등과 연주를 하지만, 커다란 명성을 얻지 못한 채, 미국의 재즈는 불황기를 맞는다. 1970년대는 미국 재즈계는 암흑기와도 같다. 그러는 사이, 듀크 조단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뉴욕에서 5년 이상 택시 기사로 일하며 힘든 생활을 보낸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 후반까지 미국은 락 뮤직과 팝 뮤직에 의해 재즈는 대중적 기반을 잃어버렸다. 대신 유럽에서 새로운 재즈가 부흥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ECM 레이블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연주활동을 했다.)

그러던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 계기는 1973년 덴마크의 재즈 애호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조직인 Jazz Exchange의 덴마크 초청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본격적인 연주를 다시 시작하였으며, 이 산뜻한 앨범 <<Flight to Denmark>>이 그렇게 탄생하게 된다.

이 흥미로운 앨범은 유럽적인 스타일이 풍부한 앨범이다. 재즈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으면서 심플한 악기 구성은 이후 펼쳐질 컨템플러리 재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듀크 조단의 피아노는 북유럽의 청량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부드러우면서 톡톡 튀는 재즈 앨범은 미국에서 출발한 재즈가 유럽 속에서 자리잡게 되는 긴 여행을 압축해놓고 있다. 듀크 조단의 대표적인 앨범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앨범은 재즈 애호가뿐만 아니라 재즈를 즐겨 듣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대중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앨범을 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는 점뿐.

<<Flight to Denmark>>, 특히 차가운 겨울에 참 어울리는 앨범이다.


[수입] Duke Jordan Trio - Flight To Denmark - 8점
Duke Jordan TRIO (듀크 조던) 연주/Steeple C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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