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수 3

유감이다, 조지수

유감이다조지수(지음), 지혜정원 어쩌면 나도, 이 책도, 이 세상도 유감일지도 모르겠구나. 다행스럽게도 책읽기는, 늘 그렇듯이 지루하지 않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밀리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약이 되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나는 이제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날 일 조차 없이 사무실과 집만 오간다. 주말이면 의무적으로 가족나들이를 하고 온전하게 나를 위한 시간 따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젠 그런 고민마저 사치스럽다고 여기게 되는 건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가 아픈 탓이다. 근대는 "주체적 인간"이라는 이념으로 중세를 벗어났다. 현대는 "가면의 인간"에 의해 근대를 극복한다. 우리의 새로운 삶은 가면에 의해 운명의 노예라는 비극을 극복한다. 가면이 새..

원 맨즈 독, 조지수

원 맨즈 독조지수(지음), 지혜정원 매우 적절했다. 아니 탁월했다는 표현이 좋을까. 산문집을 좋아하지만, 그건 문장이나 표현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은 그게 전부다. 하지만 진짜 산문집은 그런 게 아니다. 적절한 유머와 위트, 허를 찌르는 반전, 비판적 허무주의, 혹은 시니컬함, 그러면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혹은 의지. 그리고 지적이면서 동시에 풍부한 감성으로 물드는 문장. 은 그런 산문집이다. 읽으면서 일반 독자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을 보았는데, 온통 찬사 일색이라 무안해졌다. 대자적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 인간의 독특한 조건이다. 지성이라고 말해지는 것이 세계와 나를 가른다. 나는 자연에 뿌리 내리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그러고는 ..

나스타샤, 조지수

나스타샤 - 조지수 지음/베아르피 나스타샤, 조지수(지음), 베아르피, 2008 철부지 같은 생각이겠지만,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과거의 어느 순간이 다시 오더라도 지금의 내가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나는 ‘후회한다’ 따위의 표현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철부지 같은 생각이겠지만, 나는 내 깊고 처참한 후회의 심정을 그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각오(혹은 행위)로, 후회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텅 빈 심야의 카페에 혼자 앉아, 몇 병의 맥주에 취해, 문득 내 삶이 후회스럽다는 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취기 탓인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애의 실패 탓인지, 아니면 늘 최선을 다해 온 일상이 어떤 성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