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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봄, 바람은 사무실 안으로도, 내 마음으로도, 그대 가슴으로도 밀려들지 않는다. 늘, 그렇듯, 우리에게 싱그러운 바람은 비켜나간다. 그렇게 청춘은 지나갔고 노년은 음울한 기운을 풍기며 낮게 깔려 들어와 자리잡는다. 노안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젊은 시절 상상했지만, 마치 SF 영화와 같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안다. 


이런 비-일치는 우리 생애 전반을 물들이고도 모자라, 이 도시를, 이 나라를, 이 지구를 물들인다. 그래서 엘레야의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있다'고 말한 것일까. 그 때 그녀의 손가락 끝을 잘 살펴볼 걸, 지금에서야 후회한다. 


일요일 오후, 몇 시간 일을 하고 난 다음, 남은 일을 체크하곤 집에 가긴 틀렸다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봄날은 가고, 주말은 지나간다. 


우리의 희망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주말의 여유가 그리운 어느 봄 일요일이 조용히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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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의 비밀. 그건 와인 잔에 맥주를 담는 허세다. 

혼자 고독한 척 쓸쓸한 척 멋있는 척... 척의 비밀. 

그건 아는 자만 아는 유쾌한 허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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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휴일.퇴근길.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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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녀들도 사랑을 잃은 날 밤, 쉬지 않고 울 것이고 결국엔 사랑을 믿지 못한 채 늙어갈 것이다. (이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몇 개의 카페를 보내고 난 다음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선 밖이 잘 보였다. 카페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까페 안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소란함이 커피 향 사이로 밀려나왔다.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내 고요한 휴식을 취하러 왔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 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스럽게도 자주 시도하지)


2.

카페의 소란스러움은 가라앉은 척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사물들의 소리와 뒤섞이며 공명했다. 소리들은 일정한 패턴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혔다. 내 귀를 귀찮게 했고 얼굴을 때렸으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창 가 자리를 앉으려 했지만, 슬픈 5월의, 따가운 햇살은 커다랗고 투명한 창을 그대로 지나 내 몸을 데웠다. 결국 그늘진 안 쪽 자리로 옮겼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했다. 뭔가 근사한 문장을 적고 싶지만, 문장이 근사할 땐 오직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랑을 얻어낼 때 뿐이다. 문장은 차분한 사랑의 확신 속에서 대기 속으로 흘러나와야 하고 그녀는 그 흘러나오는 문장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이 순간, 진짜 사랑은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그 때 내 나이 27살이었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3.

중년의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릴 때, 그는 우연히 마주 치는 시선 속엔, 늘 말 못 할 비밀이 있거나 흐느적거리는 슬픔이나 터놓고 내뱉고 싶은 사연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확고해질 때면, 황급히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용기를 발휘했다. 다행한 일이다. 


4. 

우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타인이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부터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나도 그들에게 익명이고, 그들 또한 나에게 익명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익명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아는 목적 없이 대도시의 대기 속을 새벽까지 떠돌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꿈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 지금은 아닌가)    





5.

카페에서 혼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어떤 휴식들이 필요해서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진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기도 하지만, 1시간 이상 버틴 적은 없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국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 재미없는 풍경 속으로 내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다.


6. 

하지만 가끔 근사한 향기를 가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삼성동에 갈 일이 있으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를 들리곤 한다. 길을 가다 무심코 들렸다는 듯 성의 없는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 정말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 





7. 

쓸쓸한 일요일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나라는 엉망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녕 모르는 걸까.


최근 들어 자주 주말에 나가 일하게 된다. 단기 목표는 있으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데, 술 마실 친구들도 드물고 술 마시는 것도 부담스러운 노화가 시작되었다. 거참. ...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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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한참 든 독신자에게 사랑의 도래는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선물이다. 기적은 조건을 제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 '울리카' 중에서, 보르헤스 


새삼스럽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표정한 행인들의 얼굴 밑으로 주체할 수 없는 표정들의 집합체를 읽어낸다. 실은 내 얼굴도 그렇다. 


주말 동안 틈틈히 보르헤스의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읽었다. 정확하게 보르헤스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은 건 대학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속담 중에 '회화는 나이 든 사람의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데이비드 호크니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지만, 나는 '위대한 소설은 나이 든 이들의 위안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득 집에서 내 마음대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공간이 화장실 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슬펐고 놀랍도록 기뻤다.  이렇게 사십 대의 나는 분열되고 있(었)다. 


나이 든 보르헤스는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실은 그것 자체가 은유이고 상징이며 알레고리다. 그리고 그것 - 나는 쪼개져 나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고 있어요 - 을 이야기하는 순간 '위대하고 아름다운 정신병'이 된다.  


무너질 듯 쓰러지지 않는 서가를 바라보고 내가 살아오는 동안 쌓아올린 것들의 부질없음을 보며 ... 약간 외로워졌을 뿐, 주말 (이미 죽은) 보르헤스 氏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죽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두 죽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중에서,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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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말로는 피곤할 때, 술을 마시면 편도선이 부어오른다고 한다. 올해 들어 연일 주말마다 근무를 했고 제안서를 제출하기 바쁘게 수주하고 프로젝트 셋팅하자마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이슈가 생겨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남 탓을 하기 전에 내가 책임자인 관계로, ...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가족은 가족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할라 치면, 주말 집은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겨우 가족들이 잠든 이 시간이 되어서야 뭔가 정리를 해보고자 노력해보지만, 쉽지 않다. 본격적인 봄이 오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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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 Me 리멤버 미

2012. 9. 8 - 10. 14

갤러리 현대 신관/본관, 두가헌, 16번지 




아마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예술가를 꼽으라면, 아이 웨이웨이Ai WeiWei가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이 갤러리 현대에 걸렸다. 해외 아트페어에 나온 한 두 점의 작품과 저널에 실린 작품 사진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그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촬영하여 블로그에 올린 7677장의 사진을 담은 <258 Fake>'이다. 작품은 ... '리멤버 미'에 어울리는 작품이지만, 아이 웨이웨이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다소 평면적이고 서술적이고 일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아이 웨이웨이 뿐만 아니라 정서영, 이승택, 시몬 드브뢰 묄러, 리우 딩, 루카 부볼리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시몬 드브뢰 묄러의 작품은 무척 흥미로웠다. 




“The Catch”, 2011 by Simon Dybbroe Møller. Acrylic, plastic net, canvas. 



이번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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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21세기의 새로운 목표를 40도로 잡은 듯, 서울 8월 기온은 연일 40도까지 올라가는 듯하다. 이런 더위, 낯설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현관을 나가면, 밖에 절정에 이른 아열대성 더위 속에 야자수들이 길게 뻗어 있고 빽빽한 녹색으로 우거진 숲이 펼쳐질 것같다고 이야기하자, 아내가 너무 낙천적이라며 웃었다. (진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 온 기분이 든다.)


낙천적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처음으로, 한 페이지의 글도 읽지 않았다. 실은 서재가 너무 더운 탓이다. 무거워져 있는 머리 탓이기도 하다.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책을 읽으려고 하면 8개월 된 아들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탓에 읽지 못하고 거실에서 빈둥빈둥 거렸다. 


최근 힘들게, 두 개의 글을 연기된 마감 기한을 끝까지 채우고 보냈다. 최근 들어 원고 마감을 심하게 어기는 법이 없었는데, 이번엔 너무 심했다. 


이번에 쓴 두 개의 글 주제는 '상대의 마음을 얻는 협상법', '부하에게 효율적으로 화내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글의 방향 잡기가 어려웠다. 글이란 자기가 알고,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실용적인 내용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고민이 많았고 예상 밖으로 내가 참조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았다. 책 몇 권 읽은 것이 다였으니.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이가 들수록 반성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때 '나이 들어 반성하는 나'를 무척이나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젊을 때의 반성은 종종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희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이 들었을 때의 반성은 이제 세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가족과 조직에 대한 책임감으로 반성한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강한 실행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까. (실은 나이 들어 반성하면서, 그걸 되풀이하는 부끄러움을 아는 탓일테지만) 


나에게 제법 큰 변화가 생겼는데, 8월 하순부터 다른 곳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출근하기 전, 먼저 명함을 요청했다. 그 사이 뵙지 못한 분들께 연락하고 안부라도 전할 생각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업무 인수 인계를 진행 중이다. 사장도 아니면서, 지금 있는 회사 걱정 하는 내 자신이 우습긴 하지만, 여하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꺼운 업무 인수 인계 문서를 작성하고 파일은 업무 폴더별로 정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얻게 된 연락처 목록, 이메일 기록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프로젝트 협업사 담당자는 '나가시는 분이 너무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웃었다.


요즘 부쩍 책이 읽히지 않고 글이 씌여지지 않는다. 머리는 무겁고 마음은 걱정스럽고 몸은 더위에 지쳐 현기증까지 돈다. 나이 들어 이직하는 것이 엄청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이직의 시대다. 박지성이 자리를 옮겼고, 마리사 마이어가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겼다(ㅡ_ㅡ;;). 


여름 휴가 기간 동안, 미술 비즈니스를 끝내고 들어간 IT 기업에서 최선을 다해 부딪힌 4년의 고민들을 정리하고(여기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령, 성과중심주의, 효율적인 조직 구성과 Team제, 주간회의 운영법, 조직 갈등과 CEO의 역할, 벤처 기업(중소기업)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 작은 기업을 위한 인력 충원 전략 등), 예전부터 정리해보려고 했던 경영 주제들 - 전략적 아웃소싱, 기업 전략과 혼다 효과(Honda Effect), 자원기반 관점에서의 기업 경영 등에 대해 읽고 메모하기, 최근에 알게 된(너무 늦게 알게 된 주제인) Lean Startup에 대한 스터디 등을 해볼 생각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맡게 될 업무들에 대해서 준비할 것이다(너무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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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이면 나들이다. 오늘은 과천 서울대공원을 다녀왔다. 그리고 몇 장의 꽃 사진을 찍어왔다. 

 

오후에 출발했지만, 짧지 않은 시간 그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호수가 보이는 잔디 위에서 잠시 누워 잠시 낮잠을 잤다.

걸어다닌 것밖에 없는데, 몸은 쉽게 피로해졌다. 운동 부족인 듯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연휴에는 토요일 오전을 제외하곤 책을 거의 들여다 보지 못했다. 조금의 후회가 날 스친다.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서, 미술관이나 동물원 올라가는 길목, 호수 주변에 잔디밭에 앉아 가져온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새삼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좀더 계획성 있게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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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달 전,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를 보면서, '이 사람 참 감각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아침, 아트저널 2009년 신년호를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마치 피부 세포 하나 하나가 낮은 하늘을 가진 어느 날, 대기 속의 물방울에 젖어, 까끌까끌하게 날이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트저널에 실린 어느 갤러리의 요시토모 나라 전시 광고 페이지.


오래, 혼자 살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금붕어 돌보기와 화분들이다. 이 방 저 방 한 두개씩 있던 화분들을 현관 입구에다 모아놓았더니, 제법 보기 좋았다. 아무도 없는 낮에는 꽤 쓸쓸하고 답답하겠지만, 퇴근 후 나는 이들을 위해 온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다.




일요일 낮에는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 와인을 마셨다. 오랜만에 좋은 와인들을 마셔, 기분이 좋아졌다. 몇 주 뒤, 다시 모여 마실 듯 싶다. 일요일 오후 햇살 아래에서 간단한 치즈 샐러드와 와인 한 두 잔. 사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딱 좋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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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스승의 날이라, 아트페어 준비 행사를 끝내자 마자 바로 수서까지 내려갔다. 수서에서 새벽까지 있다가 홍대로 넘어와, 맥주 한 잔을 더 하고 집으로 왔다. 토요일엔 오랜만에 오후까지 잠을 잤다. 그리고 밤에 다시 간단하게 맥주와 와인을 마셨다. 오늘, 일요일 아침에는 일찍 가평에 있는 쁘띠 프랑스엘 다녀왔다. 너무 먼 거리인지라, 아침 9시 반에 출발했으나, 그 곳에서 일을 보고 넘어오니 오후 4시 가까이 되었다.
 
DSLR 카메라를 들고 갔으나,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다. 저녁에 잠시 잠을 잤다가, 밤 9시에 일어나 라면 하나를 끓여먹곤 지저분한 내 방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미네르바 기사를 프린트해서 몇 구절 읽었다. http://www.nytimes.com/2009/05/16/world/asia/16minerva.html?_r=1 
http://www.asiae.co.kr/uhtml/read.php?idxno=2009051718044913503

황당한 일들이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이 나라 국민들은 참 복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스개소리로, '이민간다'가 현실이 되는 이 나라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까. 그건 바로 국민들이다. 

베토벤의 3번 교향곡과 8번 교향곡을 연이어 듣고 있다. 뚝.뚝. 끊어지는 내 사고 대신 음악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1941년, 1942년,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고 뉴욕필이 연주한 음악이다. 강남 선릉 근처의 작은 커피샵에서 산 코스타리카 따라주 커피를 마시고 있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쓸쓸한 일요일 밤이다. 고민은 많고 행동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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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했다. 하얀 밥 위로 까칠까칠하고 푸석푸석한 내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곤 피식 웃었다. 너무 못 생겼다. 봄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꺼칠꺼칠하고 매력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봄 햇살과 비슷했다.

지난 주부터 안 좋은 일들이 터져 매우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였고 고객사에 넘길 보고서 하나를 펑크냈다. 겨우겨우 이번 주 안으로 수습하겠지만, 이번 주 주말, 국립 중앙 도서관에 가야 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인데. 낯선 곳에 가서 길이나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요즘 내 정신 상태를 보건대, 그 곳에 가서 길을 잃을 확률이 110%이기 때문이다.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데, 가끔, 퍼엉, 퍼엉, 터지는 심리적 불안정 상태로 인해 힘들다. 오랫만에 즐겁고 유쾌한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바램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주말까지 일거리를 들고 있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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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날의 일상

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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