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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리더가 사라진 세계 Every Nation For Itself

이언 브레머(지음), 박세연(옮김), 다산북스 




Ian Bremmer



바로 이것이 G제로의 도전 과제다.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구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협약과 투자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공 건강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고, 다양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총대를 메고 타협안을 강제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리더가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국제적인 공동체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나갈 정치적, 경제적 힘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 30쪽



굳이 구분하자면 ‘국제 정치’에 대한 책이랄까. 우리에게 ‘국제 정치’라고 하면, 우리 일상과는 참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갈수록 전 세계가 처해 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고 이를 해결하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국제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이 한국이라는 나라에겐 매우 중요하며, 우리 일상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 


G제로 세계. 이언 브레머와 루니엘 루비니가 <포린 어페어>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은 유로존을 지켜내기에 급급하다. 일본은 국내의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힘겹다. 국제적으로 힘든 문제들을 해결할 시간, 자원, 정치적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없다. 반면 브라질,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강국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는 국가들간 경쟁에 대한 신뢰할 만한 해답도 없다. 이 신흥강국들은 자국의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 국외의 문제에는 무관심하다.”


“우리는 현재 'G-제로 세계'에 살고 있는데, 국제문제를 풀어갈 정치경제적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단 하나의 국가 혹은 단일 경제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제 거시경제적 협력이나, 금융 규제 개혁, 무역 정책, 기후 변화와 같이 무척이나 중요한 국제적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국가간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은 요원하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금을 비축하면서 현재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기다림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출처: 위키피디아 재인용 / 원출처: Roubini, Nouriel, and Bremmer, Ian. "A G-Zero World", Foreign Affairs, March/April 2011



G 제로 세계의 대안으로 G2 세계(미국과 중국)가 이야기 -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단어까지 사용하지만 - 되고 있지만, 이언 브레머는 미국이 글로벌을 리드하기엔 많은 문제들을 극복해야 하고 중국은 그들 스스로 아직 역량 부족이라고 이야기한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여전히 개발도상국입니다. 이것이 중국의 실제 상황이고, 솔직한 모습입니다.”

- 원자바오 (2010년 9월 UN총회 연설)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 7519달러로 전 세계 94위이며, 리투아니아의 절반이자 포르투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49쪽



그리고 그는 <세계 경제 질서를 변화시킬 5가지 시나리오>라는 챕터에서 ‘G2: 미국과 중국의 공조체제’, ‘조화: G20이 제대로 굴러가는 세상’, ‘냉전2.0: 혹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분열: 지역별로 나누어진 세계’, ‘시나리오X: G서브제로 등의 5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냉전2.0’이 ‘G2: 미국과 중국의 공조체제’보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이야기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그의 동료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유명한 뉴욕대 교수 - 보다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이 책도 일종의 묵시록처럼 읽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은 리더가 사라진 ‘G제로’ 시대를 따라가면서 국가 간, 대륙 간에 놓인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그것의 어려움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식량, 기후, 지역 분쟁, 미국/중국/유럽/일본/러시아/인도 등 주요 나라의 정세와 서로의 이해관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각 나라마다 그들이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모색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국제 정세에 대해 이해가 없었던 독자에겐 매우 유용한 입문서이자,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제 정치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읽기 어려운 학술 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읽기 쉬운 수필도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는 적절한 수준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은 에세이와 같아야 한다. 에세이는 논평과 같아야 한다. 논평은 블로그 포스팅과 같아야 한다. 블로그 포스팅은 트윗과 같아야 한다. 그리고 트윗은 여태껏 한 번도 트윗되지 않은 새로운 글이어야 한다.

- 331쪽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저 | 박세연역 | 다산북스 | 2014.02.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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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가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을 보았다. 여기서 '보았다'는 그 책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의미이지, 그 책을 다시 읽었다는 건 아니다. 반가웠다. 대학 시절 한 번 읽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또 한 번 읽었다. 이번 가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루쉰(노신)의 마음도 요즘 내 마음 같았을까. 대학시절 '아큐정전'을 읽었으면, 그 짧은 소설이 가진 거대한 힘 앞에서 나는 절대 이런 소설은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우리 시대는 루쉰의 시대가 아니므로, 그런 소설을 쓸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법. 우리 시대가 다시 이렇게 어두워지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잘못된 것일지라도 과거는 흐릿해지며 아름다워지기 마련이고, 그 과거 화려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누군가에겐 끔찍했고 비합리적이었으며 심지어 절망적으로 죽음을 불렀던 그 때 그 시절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그리고 말없고 무관심하고 심지어 자신의 일로 닥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는 대중은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요즘, 루쉰(노신)은 다시 읽을 만한 작가가 되는 셈이다. 





*** 

2005년 1월 15일 메모한 글. 



노신의 여러 글들을 모아 옮긴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창)를 읽었다. 노신의 글들을 벗 삼아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시절 중문학을 전공하신 백원담 교수에게 강의를 들은 이후, 노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다가 최근 홍대 앞 헌책방에서 이 책이 눈에 띄어 구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대학 때나 지금이나 역시 거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현실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는 이다. 페어플레이도 그만한 상대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추근(秋槿: 중화민국의 여성혁명가)여사가 바로 밀고로 죽었다. 혁명 후 잠시 <여걸>이라고 불리더니, 지금은 입에 올리는 사람도 거의 없다. 혁명이 일어나고, 그녀의 고향에 도독(都督: 군사 책임자)이 부임했는데, 그녀의 동지인 왕금발(王金發)이란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살해한 주모자를 체포하고, 밀고 서류를 수집?조사하여 복수를 하려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그 주모자를 석방하였다. 듣자니, 이미 민국이 된 마당에 구원(舊怨)을 새삼스레 다시 들춰내 무엇하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2차 혁명이 실패한 뒤, 그 왕금발은 원세개의 앞잡이에게 총살을 당하였다. 여기에 힘을 도운 자는 바로 그가 석방해주었던 사람, 추근을 살해한 그 주모자였다.

그 자는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그러나 그 곳에 여전히 출몰하고 있는 자들 역시 그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다.

-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중에서, 143쪽


혹자는 문학은 궁할 때 탄생한다고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오히려 궁할 때는 문학이 탄생하지 못합니다. 제가 북경에 있을 때만 해도 곤궁해지면 사방으로 돈 구하러 다니느라 글이라곤 한 자도 쓸 수 없었습니다. 월급을 받게 된 다음에야 책상에 앉아 글도 쓸 수 있었습니다. 바쁠 때 역시 문학은 나오지 않습니다. 짐을 진 사람은 짐을 내리고서야 글을 쓸 수 있고, 인력거꾼은 인력거를 놓고서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혁명시대의 문학>중에서, 213쪽


여기서 조금만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 생계를 도모해야 합니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공산당의 특기라고 떠드는 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큰 착오입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이것을 실행하고 있으면서도 단지 입 밖에 내지 않을 뿐입니다. 둘째, 애인을 위로해 주십시오. 그런 것은 혁명으로의 길과는 정반대라는 게 세상의 여론인 듯하나, 이는 개의할 바가 못 됩니다.

- <미래를 지나치게 밝게 본 잘못>중에서, 176쪽


                                       *                                         *

 

노신을 읽고 느낀 바를 조금 적어보려다가 그만 둔다. 차라리 노신의 산문집을 한 번 더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을 먹여살리지 못하는 소설가를 이웃과 그의 주변 사람들은 쉬지 않고 욕을 해대다가 어떻게 운 좋게 그 소설가가 베스트셀러라도 만들면 '그러게 그럴 줄 알았어'하면서 칭찬해대는 게 사람들이니. 그러면 그 소설가가 대단한 걸까? 나는 그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확실하게 고전주의자이다.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다면 그는 돈을 벌어야한다. 어떻게든. 예술은 그 다음 문제다.

 

사람들은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위대하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어느 독재자가 한 사람을 죽일까, 아니면 <모나리자>를 태울까 할 때, 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모나리자>를 선택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고 보니, 만 년 전 세상이나 지금 세상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죽게 될 것을 조금씩만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산다면 이 세상은 분명 좋은 세상이 될 터인데.

 

희망을 만드는 것은 현실의 고통 때문이지, 미래에 대한 낙관 때문이 아니다. 애초부터 미래란 없어도 무방한 종류의 것이었다.



아침 꽃 저녁에 줍다 - 루쉰문고 6

루쉰저 | 김하림역 | 그린비 | 2011.07.1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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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중앙선데이를 구독해 읽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구독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술/예술에 대한 심층 기사가 많고 다른 신문에선 보기 드문 연재가 있어 가끔 가판대에서 사서 읽곤 한다. 그 연재들 중 특히 성공회대 김명호 교수의 '사진과 함께 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는 흥미롭다. 


오늘 아침 김명호 교수의 인터뷰를 작년 초 신문에서 꺼내 읽었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 동안 중국에 대한 책 여러 권을 읽었지만, 아직까지 중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구나 하였다. 그는 한국인들이 가지는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일제 시대부터 시작된 것이라 말한다. '잘못된 시발점은 일제 시대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이 각급 학교에서 적국인 중국을 비난하는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은 무식하고 지저분하고 머리에 든 것 없이 돈만 밝힌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그때부터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아래는 김명호 교수의 인터뷰 중에서 일부를 옮긴 것이다. '돈=목숨'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기록의 나라이며 영웅들이 있었던 나라라는 것이 현대 중국을 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김명호 교수의 인터뷰는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0411 이다.)





"중국인이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만 밝힌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쓴 뒤 '궁형(宮刑)의 치욕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은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친구에 보낸 편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돈을 내면 형을 면할 수도 있었는데 가산이 없어서 그렇게 못했다'는 구절인데 당시 중국 제도로는 돈으로 형을 대신할 수 있었다. 사마천의 편지는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읽고 배우는데 여기에 '돈=목숨'이란 구절이 나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이게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란 건 허구다. 그런 난센스가 없다. 전 세계에서 사유재산 제도가 가장 먼저 정착된 것도 중국이다." 


"그렇다. 송나라 때 이미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구상의 모든 출판량보다 더 많다. 20세기 초를 봐도 상하이 상무인서관 한 군데에서 펴낸 출판물이 미국 전체의 양보다 더 많다." 


"중국 역사란 것은 한 축에 진시황 - 수양제 - 장제스가 있고, 또 다른 한 축에 한무제 - 당태종 - 마오쩌둥이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진시황과 수양제가 나쁜 면만 강조되는데 장제스도 마찬가지다. 가장 비극적인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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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 아니면 사회주의 사회인가?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 몇 명은 사회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라고, 또다른 몇 명은 시장 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또는 도리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도 중국은 공산당이 정치의 중심에 있고 사회주의적 가치가 국가 통치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 매우 낯선 시스템이라고 할까. (어쩌면 중국 앞에서 좌파, 우파의 구분도 무색해 질 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대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2012년의 우리들이 보기에도 신기한데, 수 십 년 전 중국 국민(인민)들의 눈에는 어떠했을까? 


사회주의 앞에서 모든 것이 희생되던 시기에 태어난 왕광이(Wang Quangyi)의 눈에는 당황스럽고 이해하기도 전에 받아들여야 하는 기묘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들은 그의 이러한 당혹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그의 작품이 인정받게 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고민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의 예술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에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안긴 '폴리티컬 팝'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회주의에서 자라왔고 유토피아 이념을 세뇌받으며 자란 세대인 나에게 눈 앞의 현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개의 큰 물줄기로 보였다. 단지 중간적인 입장에서의 딜레마를 표현한 것이지,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비판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 그러나 세상은 나의 그림을 현실비판으로 받아들였다. 서로 자신의 입장으로 작품을 보니 복잡해지는 거지. 평론가들의 오독이었다." 

- "중국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볼 뿐, 나는 중국의 워홀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1년 10월 9일자 인터뷰 중에서 





1957년 하얼빈 태생의 왕광이는 정치적 팝아트로 중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 하의 정치 선전물에 자본주의를 뜻하는 상업 광고나 브랜드를 결합하여, 자본주의를 향한 개화개방 정책을 펼치던 중국 현실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위의 인터뷰에서 왕광이는 현실 비판이 아닌, 그 애매모호한 뒤섞임, 중복, 대결 등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서구의 시각에 보자면 기울어져가는 정치적 예술 위로 상업 브랜드가 겹치는 듯하기만 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출발점이 된 리더로 예수로 꼽았다는 점이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먹고도 열 두 바구니가 남았다는 성경 속 이야기야말로 물질 중심 사상의 시초가 아니냐"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 "중국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볼 뿐, 나는 중국의 워홀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1년 10월 9일자 인터뷰 중에서 





표현 양식은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은 현대 중국을 넘어서 1990년대 이후 이념 갈등이 자본 갈등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중국에서도 이제 이념보다는 자본이 중요하듯이. 즉 정치적 혼란의 메시지가 이제는 시장 경제 체제 내에서의, 해외 자본과 국내 자본과의 전쟁을 보여준다고 할까. 2012년의 내가 보기엔 그렇게 왕광이의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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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읽다가 중국 경제의 위상을 한 번 기억해둘 필요가 있어 인용해본다. 아직도 중국을 우습게 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파워는 해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세계 1위 은행은 Citi Group Inc였으나, 지금은 65위권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니, 조만간 세계 금융도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순위만 놓고 보자면 말이다. 
 

World's Largest Banks by market cap 2011 
Rank Bank Country Market cap ($b, 8/2011)
1 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 China 223.4
2 China Construction Bank China 167.1
3 HSBC Holdings UK 150.06
4 Agricultural Bank of China China 134.91
5 JPMorgan Chase & Co. US 130.27
6 Bank of China China 122.16
7 Wells Fargo
US 120.86
8 Citigroup US 76.04
9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Australia 75.24
10 Banco Santander Spain 74.81
11 Itau Unibanco Brazil 70.44
12 Royal Bank Canada Canada 70.38
13 Bank of America US 65.23
14 Mitsubishi UFJ Financial Japan 63.92
15 Toronto-Dominion Bank Canada 63.50
16 Westpac Banking Australia 61.69
17 Sberbank of Russia Russia 61.12
18 Bradesco Brazil 57.76
19 BNP Paribas France 57.06
20 Bank of Nova Scotia Canada 53.85
21 ANZ Banking Australia 52.76
22 Standard Chartered UK 52.16
23 UBS Switzerland 51.39
24 National Australia Bank Australia 50.83
25 Banco do Brasil Brazil 44.85
26 Bank of Communications China 43.91
27 BBVA Spain 41.84
28 Sumitomo Mitsui Financial Japan 40.20
29 China Merchants Bank China 39.64
30 US Bancorp US 39.01
31 Bank of Montreal Canada 36.92
32 Deutsche Bank Germany 36.07
33 Santander Brasil Brazil 34.77
34 Nordea Bank Sweden 34.29
35 Lloyds Banking Group UK 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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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 - 8점
이인호 지음/아이필드




중국, 이것이 중국이다
이인호 지음, 아이필드



“그만큼 중국인들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 530쪽



칠백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으라고 한다면 다들 고개를 흔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가깝지만 일본보다 더 모르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그만큼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실제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의 이야기나 배낭여행기 등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중국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니깐 “착하게 살아서 천당 간다”의 태도가 매우 약하다. 중국의 창조 신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우주의 창조자인 반고가 죽어 그의 육체가 동물이며 식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니 그들이 믿었을 지도 모를 유일한 창조주는 아예 애초부터 죽고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 세계관은 매우 이기적인 중국인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미소를 머금고 접근해 그것을 이용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삭빠르다는 표현은 여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회 속에서 ‘의리’는 얼마나 고맙고 값진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기적이면서도 호형호제하는 벗에게는 모든 것을 내주게 만들게 된다.

은근과 끈기였나? 우리 민족의 특색을 그렇게 설명했던 윤리 교과서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중국과 비교한다면 게임이 안 된다. ‘愚公移山’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양자강의 물줄기를 황하강으로 잇는 삼협댐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공사 계획이 나온 것이 84년 전이고 중국수자원위원회가 40여 년의 연구에 거쳐 확정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완공하려면 아직도 몇 십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다 합쳐보면 100년이 넘길 이 공사 계획은 우리 나라에선 꿈도 꾸지 못할 계획일 것이다.
(* 한국의 정책 입안자와 정책 시행 담당자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불과 5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 계획을 시행한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신용카드도 바로 이러한 정책들 중의 하나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나중 가서 망가질 것이 뻔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일부 학자들은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하며 사회 불안정 요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실업률은 매우 심각하다. 인구는 많지만, 그 인구를 소화할 일자리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간의 격차는 심각할 수준이다. 서부에서는 끼니 걱정을 하고 옷 한 벌로 일 년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동부에서는 우리 돈으로 천만원이 넘어가는 PDP를 사서 거실에 걸어두는 이들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서구의 학자들은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문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자와 노자의 나라는 계속 그 땅에서 지속될 것이며 세계 곳곳의 차이나타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내전에 휩싸이더라도 말이다. 중국에서 내전과 내란은 심심하면 일어나는 일들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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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절판되었고 중국에 대한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다른 책을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다시 꺼내 보는 것은 가까운 나라이지만, 어쩌면 일본보다 더 모르는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싶은 듯하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김명호 교수는 일제 식민지 시대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은 지 십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그 고정관념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교육의 폐해가 얼마나 오래 동안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걱정하게 된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잡다한 정보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한 책이다. 따라서 한 번 훅 읽기 좋다. 페이지는 많지만 어렵거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도 좋을 듯 싶다.  (2012년 9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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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메시Messy, 팀 하포드

메시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지음), 윤영삼(옮김),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확실히 기존 통념을 깨뜨린다. Messy라는 제목 그대로, 무질서와 혼.....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이언 매큐언 Iwan McEwan(지음), 민은영(옮김), 한겨레출판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가 추천한 이언 매큐언.....

맑스주의와 형식, 프레드릭 제임슨

변증법적 문학이론의 전개 (개정판: 맑스주의와 형식, 원제: Marxism and Form) 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 (지음), 여홍상, 김영희(옮김), .....

점심 식사 대신 에이미 로월(Amy Lowell, 1874 - 1925)의 시를 한글로 옮겨보았다. 며칠 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로웰의 시가 실렸는데, 처음 듣는 시.....

연인들Lovers, 리처드 브라우티건
연인들Lovers, 리처드 브라우티건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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