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세웠던 대부분의 결심, 계획들이 어긋났다.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되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 대부분이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추진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임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잘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보지만, 도리어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젠 방배동 커피숍에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새로 산 검정색 노트를 꺼내 뭔가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최근 책을 전혀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