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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IDEO에서는 의료 기기나 수술 도구를 디자인하곤 한다. 그리고 고객으로 부터 듣는 질문 하나. "How can we make the tool lighter?"(우리는 어떻게 그 도구를 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질문은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IDEO는 질문을 새로 한다. "How might we make the surgical tool more comfortable in the hand during long procedures?" (우리는 긴 수술 시간 동안 손 안에서 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수술 도구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위대한 리더는 문제를 새로 정의내리는 데 뛰어나다(Great leaders are good at reframing the problem).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전에,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IDEO의 Tom Kelly와 David Kelley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reframe a problem is to humanize it. (문제를 다시 설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 중의 하나는 그것을 인간화시키는 것이다) 


인간화(humanize)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지만, 이는 'Human-centered design'이라는 IDEO의 방법론과도 일치한다. 즉 사람이 사용하고 경험하는 측면에서 다시 문제를 살펴보라는 의미이다. 삶 속에서, 일상 속에서. 그래서 위의 수술 도구 사례와 같은 질문의 재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출처: The power of creative confidence: Humanize problems to unlock innovation 



관련 도서. (출간된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가을에 나왔다. 아마 내년 쯤 번역서가 나오지 않을까.)



CREATIVE CONFIDENCE : UNLEASHING THE CREATIVE POTENTIAL WITHIN US ALL

David Kelley저 | William Collins | 2013.10.1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위 책의 번역이 나왔다. 나오자 마자 바로 구입했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톰 켈리, 데이비드 켈리저 | 박종성역 | 청림출판 | 2014.01.17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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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지음), 이경덕(옮김), 사계절



고민하는 힘 - 10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비가 온 뒤 땅은 굳어지는 왜일까.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다음에서야 우리는 왜 사랑에 대해 (철저하리만큼) 숙고하고 보잘 것없이 여겼던 연애의 기술을 반성하는 것일까. 거친 홍수처럼 세차게 밀려들었던 후회와 끔찍한 반성의 세월을 술과 함께 보내며, 나는 얼마나 많이 ‘철 들지 않는 나’를 괴롭혔던가. (그리고 결국 ‘철이 든다는 것’을 지나가는 세월과 함께 포기했지만)

이 책을 읽게 될 청춘들에게 자이니치(재일한국인) 강상중은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 너머로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등장시킨다. 이미 베버와 소세키가 죽었던 그 나이보다 더 살고 있으면서(그래서 그는 이 책의 말미에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강상중 교수가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인용하면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는 건 의외의 일이긴 하다. 허나 막스 베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문학에서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가 있다는 건 정말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한국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마음 자체는 사고하고 성찰하는 데 부적합한 것’(1)일 지도 모르니, 거의 1세기가 지난 지금, 나쓰메 소세키는 세계문학전집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의 작가이고, 막스 베버는 전공자들에게나 읽히는 사회학자 쯤으로 여겨지는 요즘에, 강상중 교수의 이 책이 이렇게나 많이 팔리고 읽혔다는 건 참 낯선 일이다(그리하여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더 많이 읽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삐딱하기만 한 내 눈엔, 저자는 진실한 마음으로 ‘고민하는 힘’을 이야기했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에겐 ‘고민하는 힘을 읽은 위안’만 전해준 것은 아닐까. 몸으로 부딪히며 고민하라는 저자의 조언 대신.

현대, 즉 모던(Modern)과 그 이후에 있어서 자신의 문제는 자기에게로 돌아온다(자기반영성의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 이후의 우리에게 ‘자아의식(self-consciousness)은 결국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의 모두가 공유하는 병’(나쓰메 소세키)이 되어, 우리는 그 정신병과 싸우거나, 반대로 그까짓 것 하는 심정으로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가 되어야 할 것이다(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채 거대한 세상에 끌려 다니다 죽을 수도 있겠지).

강상중의 이 짧은 책은 독자에게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끔 요청하지만, 책은 너무 간략하고 강상중 교수의 문장은 종종 넋두리 같이 들렸으니, 이는 결국 살아가야 하는 건 나이거나 독자이고, 저자인 강상중 교수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까. 

자살을 생각하는 한 여인을 앞에 두고, “죽지 말고 살아야해”라는 소세키의 조언 다음에 나오는 ‘죽음은 삶보다 귀하다’라는 독백은 우리 인생이 어떤 대지 위에 서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이 책 속에서나 밖에서나 삶(인생)의 문제란, 근대(Modern)의 문제이고, 청춘의 문제이며, 젊음의 문제였다. 

그래서 스물 살 때의 고민이나 스물 다섯이나 서른 다섯, 혹은 쉰 다섯이라고 해서 그 고민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자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나 질문이 달라지지도 않을 게다. 고민하는 시간이 오래 되었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그 고민이나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온 것도 아닐 것이고. 단지 고민과 의문에 답을 구하는 자신의 태도가 달라져 있을 뿐.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고민이나 의문이 아니라 그 고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될 것이니,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대하게 될 비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고, 잔인한 슬픔을 동반한 헤어짐 뒤에, 새로 만나게 되는 연인에 대해선 과거 자신이 했던 행동과는 다른 태도로 연인을 대하게 될 것이니, 인생은 관객은 없고 오직 주인공만 혼자 이리저리 부딪히고 힘들어하는, 한 편의 잔인한 드라마는 아닐까.(2)

그저 인생은 원래 쓸쓸했고, (주위의 조력자) 없이 고민하는 나로 인해 세상은 조금이나마 살만한 곳이 될 터이니,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대한 공허한 위로만이 저 차가운 대기를 채운다.

이 책을 감히 추천하기에는, 이 책을 번역한 역자도 나쓰메 소세키를 번역하면서 읽었다고 하니, 과연 이 책이 얼마나 깊은 호소력을 가지게 될 지는 미지수다. 그나저나 막스 베버의 책은 서가 어디에 있는 걸까. 오래 전에 읽었으니,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 읽고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읽기를!)



1)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Black Swan’(동녁사이언스) 중에서
2) 하긴 이런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의 99%는 돈으로 해결 가능한 것이다’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는 부자가 되었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1%의 문제로 인해 우리의 인생은 파멸을 향해 달려갈 테지만, 이 얼마나 현실적인 답변인가! (출처: 잭 트라우트, 알 리스, '마이 포지셔닝My Postioning'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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