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칭자리 2

어느 토요일 새벽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빈둥거리고 있다. 일찍 자긴 했다, 아니 깊은 잠을 자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해답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대로 한다면, 다소 출혈이 발생한다. 그 출혈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책임질 것인가, 아닌가. 적고 보니, 전형적인 천칭자리의 접근법이다. 늘 그렇듯이 해답은 알고 있다. 딱 내 수준이긴 하지만. 찍어놓은 사진들은 많은데, 한결같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래 사진들은 제작년 가을 경주 여행에서 찍은 것이다.

내 인생 최대의 적

뜨거운 차가 부담스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뜨거움이 어색해지고 낯설어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엉망으로 살아온 시절들에 대해 육체가 그 특유의 반응을 쏟아내는 것일까. 천칭자리 태생은 늘 어떤 선택의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선택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세 여신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파리스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망쳐놓은 계절은 실성한 듯한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깊은 바다 물고기들이 길을 잃고 얇은 바람은 삽시간 두텁고 무거운 부피로 우리의 도시를 강타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모른다는 건 얼마나 좋고 행복한 일인가. 모르기 때문에 그저 두려움에만 떨고 신에게만 의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구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