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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이맘 때 대기가 제일 좋다, 나는. 적당한 차가움이 귀 끝을 스칠 때 따뜻한 술 한 잔이 떠오르고 무심한 거리 뒷골목에서 만나는 인생들에게서 정을 느낀다. 그대들과 함께 술 취해가던 그 해 겨울이 그리워지는 이 맘때, 초겨울, 나는 요즘 대기의 결이 좋다. 




아.. 그리고 술. 마시지 않은 지도 꽤 지났구나. 아름다운 술자리가 언제 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아래 광고. 참, 술 생각, 옛날 생각, ... 휴식이 간절해진다.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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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많은 눈 속의 내키지 않은 출근길. 작고 낡은 검정 타이어를 끼운 초록 빛깔 마을버스가, 빠르게 떨어져 쌓이는 눈송이들을 아주 느리고 무겁게 밟으며 힘겹게 경사진 도로를 올라왔다. 누군가가 바쁜 출근길에 왜 이렇게 마을버스는 안 오는거야라고 말했지만, 정류소에 있던 다른 이들의 입술, 목, 눈꼬리, 머리, 다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못했다, 숨을 헉학대며 버스가 왔다. 계속 눈이 내렸다. 출근은 시작되었지만, 변하는 건 없었고 우리들 모두 내일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어쩌면 오늘 모두 다 죽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사랑하던, 했던 그녀도, 한때 믿는다고 착각했던 하나님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를, 나를 찾는 걸까, 정말 모를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세상, 사람들을 모르겠다,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없었다. 그렇게 실패하며 나는, 우리는 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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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가 있는 곳은 김포공항 근처의 작은 빌라 4층이다. 창 밖으로는 빼곡히 들어차 있는 빌라들의 옥상과 나즈막한 산이 보이는 것이 전부다. 12월말의 햇살이 건조한 색채의 빌라 외벽에 닿아 미세한 소리들을 만들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읽은 책, 읽지 않은 책들이 오래된 먼지에 뒤섞여 내 빈곤한 영혼과 내 거친 폐를 위협하고 있었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지만, 실은 나는 '아름다운 침묵'을 배우고 싶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순수한 열망이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우리가 가진 언어의 한계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백 년 전 소쉬르를 기억해내도 충분할 것이다. 이런 날 멘델스존과 자클린 드 프레는 사소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연말 근사한 공연이라도 한 편 보러갈 생각이었는데, 불행하게도 행운은 날 찾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 것들과 기억나는 것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다. 제법 색감과 촉감이 좋았던 머플러를 잃어버렸다. 브루노 발터의 말러 교향곡 5번은 날카롭긴 했다. 긴장감이 사라지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내일은 오랜만에 몇 개의 전시를 챙겨볼 생각이지만, 썩 유쾌할 것같지는 않다. 늘 그래왔듯이, 인구 천만의 도시의 초겨울 추위가 날 위태롭게 할 것이고 내 오래된 피부세포는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다행이라면, 아직 읽을 책이 있고 필요할 때마다 나는 바흐나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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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 크~.

 

안경테를 뿔테로 바꾸었다.

살아있음을 알리는 셀프카메라.

 

 




 

 

일요일 오후 늦게 국제갤러리에 갔다.

바스키아의 작품 앞에서, 바스키아라는 인물이 나와 무척 친했던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 전생에 친구로 지냈나?)

그의 작품이 낯설지 않고 친숙해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런데 바스키아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가. ㅡ_ㅡ;;;

그런데 왜 나와 인연 닿는 이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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