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서재 정리를 하면서 방바닥에 뒹구는 시집 한 권을 펼쳐 들어, 몇 편 읽었다. 최승호의 1991년도 시집이다. 이 때 시집 가격은 2,500원. 하긴 그 때 학교 앞 식당에서 김치볶음밥 가격이 1,800원 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 나는 한 끼 굶고 시집을 샀다. 요즘엔 새 시집을 거의 사지도, 읽지도 않지만. 확실히 현대란, 서사시의 시대이지, 서정시의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대 문학을 보면 서사시도, 서정시도 드물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포스트모더니즘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불투명하고 모호해진 현대 세계 때문일까. 최승호의 ‘세속도시의 즐거움’(세계사, 1991년)에 실린 시다. 마치 정권 바뀐 후의 우리 일상을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아리다. 광고판이 붙은 버스 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