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지오 4

미술 투자보다 먼저 미술 감상의 태도부터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과연 한국에서 순수 미술 작품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은 몇 명쯤 될까? 또는 반대로 돈을 잃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 돈을 잃을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떼돈을 번 사람은 없다. 아주 오래 동안 미술 작품 수집을 해 온 이라면 소장한 작품들 중 일부를 팔아 수익을 가져갔을 지 모르지만, 아마 그가 챙긴 수익은 그 동안 그가 투자한 금액에 비한다면 초라할 것임에 분명하다. ‘미술 투자’라는 단어가 국내에 유행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고, 장기 투자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통하는 ‘미술 투자’에 대한 수익을 논하기에는 아직 한국 미술 시장은 그 역사가 너무 짧고 너무 불투명하다. 반대..

바로크 예술

* 를 쓰기 전에 적어놓은 노트입니다. 바로크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1. 바로크: 근대성Modernity의 시작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떤 세계일까?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꼭 이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라든가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물음과 유사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특징을 부각시켜서 말하거나 아예 이 물음에 대한 답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너무 거대한 질문이라 실제 우리의 삶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들, 신자유주의, 개인주의, 포스트모..

카라바지오의 'David'

David 1600 Oil on canvas, 110 x 91 cm Museo del Prado, Madrid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다. 미술사에 보기 드문 일자무식에 난봉꾼이었던 카라바지오는 살아있는 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보는 세계는 시대를 너무 앞서서 정직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선 '정직한 삶'이 당연하다고 가르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초등학교 선생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수하게 많지만, 그들은 거짓말로 가득찬 교과서를 그대로 읽어줄 뿐이라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들도 정직하게 살아가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시 딴 소리를 했는데, '정직'의 기준도 시대마다 다르다고 말하는 편이 살아가는 데에 문제를 좀 덜 일으키고 편할 ..

대중과 카라바지오

바로크 예술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되는 양식이다. 이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천동설을 버리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믿으며 무한한 우주에 보잘 것 없는 인간임을 인정하는 순간 시작되는 예술이다. 이 인정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번민과 불안, 걱정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주의 이후의 현대 양식), 무한한 신이 만들었다는 이 지구와 우주에 대한 기하학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랑과 자만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이제 인간적인 것은 신적인 것으로 대체되었으며 인간적인 것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나타났다. 17세기 해부학이 인기 학문이 된 이유의 배경에는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한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