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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카메라 루시다는 하나의 광학 장치이며, 카메라 옵스큐라는 일종의 광학 현상을 이야기한다. 원래 이 글은 좀 길고 자세하게 적을 생각이었으나, 그럴 시간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터라, 대강 정리해보기로 한다. 


카메라 루시다는 광학자이면서 물리학자, 화학자 였던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William Hyde Wollaston)이 발명한 광학 장치이다. 일종의 드로잉 보조 도구로,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무척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장치다. 프리즘에 135도 각도의 반사면 두 개를 설치하여 비치는 이미지를 관찰자의 눈에 전달하는 장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로 그림의 초안을 잡거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다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도구인지라, 어느 정도의 연습과 숙련이 필요했다. 아래 사진을 보라. 카메라 루시다를 활용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를. 이렇게 초안을 잡고 그 위에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드로잉과 페인팅을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실제 카메라 루시다의 모습이다. 지금도 구할 수 있다. 꽤 정교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출처: http://perspectiveresources.blogspot.kr/2012/03/how-to-use-camera-lucida.html  



카메라 루시다를 활용할 경우, 위 사진처럼 물체의 정확한 길이나 비례, 위치나 각도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은 19세기 초에 발명되었고 상당히 많이 통용되었다. 그렇다면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한 화가들와 그렇지 않은 화가들의 차이는? 큰 의미 없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지금 사진기를 활용하는 화가와 그렇지 않은 화가를 구분지어 가치판단하려는 것과 동일하다. 위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작품성을 결정짓는 것은 카메라 루시다를 모든 화가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진짜 재능은 카메라 루시다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도 언급한 광학적 현상이다. 방을 어둡게 하고 창 틈의 작은 구멍으로 외부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하면, 외부의 상이 거꾸로 벽면에 비치는 현상이다. 바로 아래처럼. 


abelardo morell : ‘camera obscura’ (photography)

The Chrysler Building in Hotel Room, Camera Obscura image

gelatin silver print, 1997 

website : http://www.abelardomorell.net/photography/cameraobsc_01/cameraobsc_01.html 



아, 이걸 사진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는 사진가가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이건 카메라 루시다보다 더 사용하기 어려워서 대단한 인내를 요구했음에 분명하다. 아래 이미지를 한 번 보라. 




출처 : http://etc.usf.edu/



아휴, 이걸 어떻게 그리고 있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화가들은 어두운 방 안에 있고 모델이나 그림의 소재가 되는 피사체는 밝은 바깥에 위치하여 아래와 같이 벽면에 비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벽면에 비치는 피사체는 거꾸로이고. 하지만 초상화라면 얼굴의 윤곽 - 눈, 코, 입, 턱선 등 - 만이라도 스케치해놓으면 작업은 매우 수월해진다. 



출처: http://blog.staedelmuseum.de/verschiedenes/techniken-der-fotografie-die-camera-obscura-teil-210 



그런데 이런 카메라 옵스큐라를 경험할 수 있는 도구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아, 이런 걸 왜 미술 시간에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아래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볼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법이다. 

출처: http://galleryhip.com/how-to-make-camera-obscura.html 



그리고 이건 실제로 만든 샘플. 



출처: http://galleryhip.com/how-to-make-camera-obscura.html  



카메라 루시다, 카메라 옵스큐라와 미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화의 비밀>>을 보면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도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위대한 예술가들은 달랐다는 점이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카메라 루시다를 찾아보니, 아마존에서는 몇백불이면 구할 수 있다. 혹시 이런 도구를 통해 드로잉을 한다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진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참고로, 인상주의 대가 끌로드 모네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 



LUCY Drawing Tool: Another Camera Lucida from the Makers of LUCID-Art  (아마존으로 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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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원제 Le Photographique

로잘린드 크라우스 Rosalind Krauss(지음), 위베르 다미슈 Hubert Damisch(불어 옮김), 최봉림(불어를 한글로 옮김), 궁리 (대림이미지총서05) 





Jackson Pollock (1912-1956)

Gelatin silver print, 1950

National Portrait Gallery

Smithsonian Institution

Gift of the Estate of Hans Namuth

Image copyright Estate of Hans Namuth



그러나 분명 나무스는 사진가로서 그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가적 역량으로 촬영 각도, 프레이밍, 흑백 콘트라스트, 그리고 문제가 되는 사진 대상의 모든 구성 요소를 고려했다. (...) 

나무스의 사진 속에서 폴록은 언제나 커다란 화폭 사이에 끼여 있는데, 어떤 화폭은 벽에 세워져 있고, 어떤 화폭은 바닥에 놓여져 있다. 그 연속 상태 속에서 검은 선과 하얀 선은 뒤얽혀 공격적인 모티브를 형성하며, 또한 아틀리에의 바닥에 보이는 얼룩 반점들 속에서 반복된다. 그리하여 사진은 위아래가 하나로 붙은 공간을 재창조한다. 여기에서 사람의 형상이 제대로 존재할 수 없다. 인체가 중력과 단단한 바닥과 맺는 관계는 아무래도 애매 모호할 뿐이다. 작업실 공간은 더 능동적이고 더 현란한 또 다른 공간에 의해 포섭되어 진다. 물감으로 뒤덮인 평면들의 연쇄 결합은 콜라주의 결합 양상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애초의 작업실 벽과 바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보여주는 특수한 평면적 시각 효과에서 기인한다. 

- '텍스트로서의 사진 - 나무스와 폴록의 경우' 중에서, 146쪽 



Jackson Pollock painting in his studio on Long Island, New York, 1950.

Credit: Hans Namuth



한스 나무스의 사진은 잭슨 폴록으로 가는 창과도 같다. 크라우스는 이 점을 제대로 지적한다. 우리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을 알지만, 그의 예술 세계를 탁월한 시각으로 카메라로 잡아 해석해낸 한스 나무스에 대해선 소홀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여기저기 실린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글들을 모아 불어로 번역한 위베르 다미슈는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사진에 대한 글들의 가치를 발터 벤야민, 롤랑 바르트에 비해 손색없다며 격찬한다. 이 격찬에 대해서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점만은 분명하다. 잭슨 폴록 대신 한스 나무스에 대해서 설명하듯, 이 책은 온전히 사진에 대해서만, 사진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씌여진 책이다. 회화적 전통 속에서가 아니라 오직 사진만을 위한 이론적 지평을 만들고 해석하며 독립적 가치를 논한다. 


하지만 이 책 만만치 않다. 거의 한 달 내내 들고 다니며 읽었다. 겨우 다 읽고 정리하는 지금, 이 모음집에 대해서 뭐라고 적어야 할 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흥미로움으로 따지자면, 탁월한 비평집들 못지 않았지만, 책은 쉽지 않았다. 사진 이론서이지만, 인문학 서적이며, 사진에 대한 깊은 이해 뿐만 아니라 현대 인문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어쩌다가 미술 비평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직접 사진을 찍는 이들 중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러므로 발자크에 따르면, 자연계의 모든 신체는 일련의 유령들로 구성된다. 유령들은 사방 모두 아주 얇은 막이 무한히 포개어진 잎 모양의 무수한 층들로 이루어지며, 눈은 이를 통해 신체를 인지한다. 

인간은 결코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환영처럼 만질 수 없는 것으로 어떤 단단한 것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또는 무(無)에서 어떤 사물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다게레오식 사진 촬영은 사진 찍는 대상의 여러 층 가운데 하나를 급습하여 은판에 덧붙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전술한 신체는 다게레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유령, 다시 말해 신체를 구성하는 본질적 부분을 잃어버리는 게 분명하다. 

- 나다르의 회고록 <내가 사진가였을 때> 중에서 (32쪽 재인용) 



거의 읽히지 않는 나다르의 회고록에서 인용한 위 문장을 읽으면서 '사진적인 것'에 대해 생각했다. '사진은 인영, 흔적, 자국의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어쩌면 이것은 이 책 전반을 흐르고 있는 중심 테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크라우스는 퍼스의 '인덱스Index'에 의존하며 사진적인 것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Alfred Stieglitz

Equivalent

1930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등가물'에 대해 크라우스는 이렇게 적는다. 



그것은 대기 상태의 각인이다. 빛의 굴절을 통해 가시화된 구름의 형상은 바람의 방향과 습도를 기록하고 가시화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것의 흔적을 구름이 고정시키는 한에서, 그것들은 자연의 기호들이다. <등가물>에서 스티글리츠는 이 자연의 기호들을 비자연 기호로 변환시키는 곡예를 수행했다. 다시 말해 구름이라는 자연의 기호를 사진이라는 문화의 언어로 전환시켰다. 

- 209쪽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파울라 또는 햇살, 베를린>, 1889년 



현재(2014년)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하지 못한다면, 도서관에서라도 구해 읽으면 좋을 것이다. 특히 사진, 이미지, 미술사 전공자들에게 추천한다. 책의 난이도는 상당하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흥미롭다. 






사진인덱스현대미술

로잘린드크라우스저 | 최봉림역 | 궁리 | 2003.07.1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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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수궁엘 갔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렸다. 

방울방울. 구름이 지나갔지만, 그가 지나가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한 척 했다. 

처마 끝에 매달린 여름이 안쓰러웠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그리고 결국 술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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