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클래식음악 +18


CANDID 레이블. 지금은 구하지도 못하는 레이블이 될 것이다. 집에 몇 장 있는데, 어디 꽂혀있는지, 나는 알 턱 없고. 결국 손이 가는 건, 역시 잡지 부록으로 나온 BEST COLLECTION이다. 레코드포럼, 매달 나오는 대로 사두었던 잡지, 그 잡지의 부록은 클래식 음반 1장, 재즈 음반 1장. 제법 좋았는데. 


유튜브가 좋아질 수록 음반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하기 힘들던 시절의 아련함은, 우연히 구하고 싶은 음반을 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아는 이들을 불러모아 맥주 한 잔을 하며 낡은 영국제 앰프와 JBL 스피커로 밤새 음악을 듣던 시절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창비 



한국과 일본은 참 멀리 있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서경식 교수의 유년시절과 내 유년시절을 비교해 보며, 문화적 토양이 이토록 차이 났을까 싶었다, 일본과 한국이. 


내가 살았던 시골, 혹은 지방 소도시의 유년은, 쓸쓸한 오후의 먼지 묻은 햇살과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이 전부였다. 책 속에서 이야기되었던 윤이상 선생의 통영에서의 유년 시절은 내가 겪었던 유년 시절과도 달랐다. 그가 통영에서 살았던 당시(20세기 중반) 보고 들었을 전통 문화라는 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서양 신식 문화랄 것도 내 유년시절에는 없었다. 전통 문화와 신식 문화 사이에서 길게 획일화된 공교육과 책을 읽으면 안 되는 자율학습과 텔레비전, 라디오, 팝송이 있었다(이것들이 신식문화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쩌면 우리 세대는 진짜 팝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고 자라났지만, 그게 과연 좋을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학교 음악 시간에 클래식음악을 듣기도 한 것같으나, 그건 제대로 된 감상이라기보다는 꿈을 잃어가던 음악 선생님의 목소리 끝에 묻은 허전함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묻는다면,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대학 시절 재즈 음악을 즐겨 듣다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서른 초반이었으니, 시간 상으로 불과 십년 남짓이고 이것도 그저 일년에 몇 장의 음반을 사는 것이 전부였으니, 믿을 수 없다. 지금은 몇몇 작곡가를 알고 그 중 몇몇은 아주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클래식음악은 나와 꽤 멀리 있었던 존재였다. 그러니 뒤늦게 빠져든 이 취미를, 유년 시절부터 접해온 서경식 교수의 유년 시절은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지금도 유럽으로 연주회에 갈 수 있다는 여유는, 아마 그들 세대만이 가지는 어떤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진다'는 건 그저 과거의 통념일 뿐, 21세기 초에 어울리는 문구는 아니다. 문화의 빈곤과 그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제 원하는 음악을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들을 수 있지만, 접근의 편리함은 그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엇보다 윤이상 선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서경식 교수의 개인적 삶 - 그는 한국 현대 정치로 인한 비극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왔다 - 속에서 묻어나오는 고통과 회한,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분투가 글 사이로 묻어나왔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모습을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두 형, 서승서준식을 구하기 위해 그는 윤이상 선생을 여러 차례 만났지만, 윤이상 선생도 민주화된 고국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 


<<나의 서양음악순례>>는 서양 음악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순례길일지도 모르겠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말러를 지나 윤이상으로 이어지고 일본인 아내와 한국이 서로 만난다. 아픔은 음악이 되고 어느 새 아픔이 아문 자리만으로도 닥쳐올 불안에 대한 작은 위안이 된다. 책은 가볍지 않지만, 음악은 봄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와 우리 주위를 따뜻하게 비출 것이다. 


내년에는 루이제 린저가 쓴 <<상처입은 용>>을 구해 읽어야겠다. 윤이상 선생의 음악들도 챙겨 듣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디어 클래식 Dear Classic 

김순배(지음), 책읽는수요일




저자는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그녀처럼 쉽고 재미있게 글 쓰는 재주는 없는 것같다. 책을 펼치자마자 금세 빨려들어가, 책 중반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며,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가 부러웠다(그녀의 아버지는 김현승 시인이다. 시인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내가 모르는 작곡가들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내가 알고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음악에 대해 저자는 부드러운 어조로, 깊이 있는 내용까지 언급하며 독자를 안내한다. (내가 얼마 전에 올린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도 이 책에서 읽은 바를 옮긴 것이다)



1966년 초연된 이 작품은 펜데레츠키 특유의 극단적인 실험기법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청중은 강렬한 묘사와 극적인 표현이 주는 크나큰 충격을 체험합니다. 이 수난곡에는 무조성, 톤 클러스터, 음렬주의는 물론 소리 내지르기, 대사처럼 말하기, 중엉대기, 킥킥대기, 쉬쉬하기 등 다소 불온하고 이례적인 지시로 가득합니다. 

- 121쪽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인 펜데레츠키의 <성 누가 수난곡>에 대한 설명은,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한다. 예전 펜데레츠키의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는 들었으나, 그 땐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 책에서 다시 펜데레츠키에 듣게 된다. 


아마 이 책의 좋은 점은 현대 작곡가들에게 인색하지 않다는 점이며, 저자의 편애가 들어가 있긴 하나, 몇몇 작품들에 대한 찬사일 것이다. 이런 찬사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긴 하나, 비전문가인 나에겐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준다. 


참고: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과거와 미래는 공존한다', 객석 2014년 1월 


베토벤 소나타는 일종의 통합 음악입니다. 그 안에는 목소리, 드라마, 심포니, 앙상블 등 모든 조합 가능한 음악적 요소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 173쪽


저자는 베토벤 소나타에 높이 평가하며, 백건우의 연주를 최고로 쳤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베토벤 소나타를 들어야 하는 의무감같은 걸 느꼈다. 아, 그러나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집은 이미 품절이고, 중고가격이 어마어마하구나. 



'음악가 자신을 구원하고 마침내 음악 듣는 이들도 구원하는 클래식의 역사는 위로의 역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라는 책 표지에 실린 메시지는 저자의 의견이겠지만, 나 또한 저 의견에 강력하게 동감한다. 자주 주위 사람들에게 책 읽기가 아닌 음악 듣기를 취미로 추천하는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음악만 집중해서 들었을 때의 위안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예전엔 듣고 싶은 클래식 음악이 있어도 바로 듣지 못했다.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 신청하거나, 음반 자료실이 있는 도서관에 가 헤드폰을 끼고 듣거나, 아니면 대형 레코드점에서 구입하는 것 밖에.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유튜브만 뒤지면, 웬만한 클래식 음악들은 다 있다. 얼마나 좋은가. 손쉽게 궁금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으니.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작은 오디오 하나 사서 PC나 스마트폰에 연결해 보다 좋은 음질로 편하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니. 만만치 않은 돈을 지불하며 미니 오디오를 구입해 듣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경제적인 가격의 오디오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읽기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듣기 위한 책이다. 그리고 독자가 적극적으로 찾아 들으려고 할 때, 이 책은 더욱 가치를 발할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책에서 언급된 이삭 알베니즈의 <이베리아>를 듣고 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알베니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음을 고백하면서. 그리고 메시앙도 이어 들을 것이다. 메시앙에 대해 나는 너무 소홀했다.  


"내 음악은 알 수 없는 향기, 쉴 새 없이 노래하는 새들, 교회 창문 스테인드 글라스의 음악, 다시 말하면 다채롭게 조용하고 보완하는 여러 빛깔, 즉 종교적 무지개"

- 올리비에 메시앙 (57쪽에서 재 인용)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 저도 이런 클래식에 대한 음악책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 막상 또 클래식을 들으면 잠오고 지겨워저셔... ㅋㅋ;;;

    • 피아노 소나타나 현악 협주곡 같은 음악부터 먼저 시작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어느 정도 귀가 익숙해진 다음(들어도 졸리지 않은 상태 ^^)에는 좋아하는 작곡가가 생길 지도 몰라요. 클래식 음악 책을 읽는 것보다 음악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좋아요. 실은 더 오래 걸리는 일이긴 하네요. 음악도, 미술도, ... 경험 쌓아 익숙해져야 하는 노고가 있어야 하니. 하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며 즐겨워할 수 있을 겁니다. ~



모차르트: 차이데; 아리아, Ruhe Sanft - 펠리시티 롯/ 모차르트: 레퀴엠, K626 - 아카데미 합창단/ 라즐로 헬타이 


집에 있는 아마데우스 OST LP를 듣지 않은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예전, 2장의 레코드판으로 된 이 앨범을 꺼내 D면 첫 번째로 나오는 이 아리아를 즐겨 들었다. 모차르트는 그냥 천재다. 이 영화는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질투이 주 테마다. 그 위로 수놓아지는 음악들.


이 영화의 힘은 대단해서, 많은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살리에르가 독살했다거나, 혹은 살리에르의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와 증오가 하늘을 찌를듯했다고 믿을 지도 모르겠다. 이 스토리는 애초에 소문으로만 떠돌던(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았으나) 독살설을 푸쉬킨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라는 짧은 극시로 시작해 피터 쉐퍼(영화 아마데우스의 원작자)의 희곡으로, 그리고 영화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살리에르는 의외로 괜찮은 작곡가였다. 가난했던 많은 작곡가들을 도와주었으며 베토벤, 체르니, 슈베르트, 리스트의 스승이었고 모차르트의 아들도 살리에르가 가르쳤다.


어쩌면 모차르트의 음악에 비한다면(비교라는 단어가 그렇긴 하지만), 보잘 것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짧은 소절이라도 들으면 바로 빨려들어간다. 직감적으로 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걸. 어제 퇴근길 샌디에고 KPBS 클래식음악 라디오를 듣던 중, 이 노래를 들었다. 역시 아르보 페르트. 한동안 잊고 지내던, 내가 사랑하는 이름이다.


아르보 페르트 Arvo Part - Triodion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다보니, 영어 실력은 늘 제 자리 걸음이다. 방통대 영문과도 휴학 상태이고. 겨우 영문을 읽는 속도만 조금 빨라진 것같다. 이제서야 영어 표현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니. 그 동안 시간 허비를 한 셈이다. 아니면 이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든가. 


요즘 잠시 쉬는 틈을 활용에 하루에 1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아졌더라. 


외국어는 무조건 많이 들어야 하는데, 예전에는 들을 수 없었다. 고작 AFKN(주한미군방송)이었는데, 이것도 주파수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가능한 일, 나머지는 그저 어학 테잎만 주구장천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엔 들어가면 온통 다 영어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영어로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을 올릴 수도 있다. 영어 채팅도 가능하고. 특히 Radio Station이나 Podcast는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특정 Podcast의 경우에는 홈페이지에서 원고도 제공해준다. 


내가 요즘 거의 끼고 사는 APP은 Public Radio & Podcast라는 앱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 웹 방송국을 찾는 경우에는 해당 방송국 App을 설치한다. 하지만 일일이 찾아 설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국 리스트가 있다면 좋을 텐데. 


Public Radio & Podcast은 수백개 이상의 웹 방송국 목록을 카테고리별로 제공해준다. BBC나 CBC는 별도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고, 그 외 클래식음악, 재즈/블루스, 뉴스와 좌담, 락, 그 외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방송국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아니면 자신이 직접 해당 방송국을 등록할 수도 있다. 


Podcast의 경우에는 분야별로 제공해주고 있다. Art&Life, Books, Business&Economy, Careers, Education, Food, Health, History, Kids&Family, Literature, Music, ... ... 등등. 


이 어플리케이션 하나면 거의 대부분의 라디오방송과 포드캐스팅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NPR를 주로 듣다가 요즘에는 CBS의 Radio One과 클래식 음악 전문 라디오를 즐겨 듣고 있다. 영어 공부용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CBS를 듣고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거나 할 경우에는 클래식 전문 라디오를 듣는다. Capital Public Radio의 Classical 채널은 선곡이 무척 좋다. 그리고 말도 없이 음악만 계속 나온다. (누가 미국 라디오에는 음악 중간 짜르고 광고 나온다고 했던가!!)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포크락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WFDD - Wake Forest's Music이 좋다. 


나도 모든 채널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서핑하듯 들어보고 결정해보길. ~ 






다운로드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nprpodcastplayer.app (google play) 



* * 


리뷰를 올리고 관련 APP 리뷰들을 찾아보니, 역시 이 APP이 최고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지금 듣고 있는 채널은 KPBS - Classical San Diego다. 샌디에고에 위치한 방송국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방송 중인 내용을 알려준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 작곡가나 연주자, 작품명을 알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꽤 유용하다. 


KPBS http://www.kpbs.org/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Ottorino Respighi 

- The Pines of Rome (Pini di Roma)

- The Birds (Gli uccelli)

- Fountains of Rome (Fontane di Roma) 


London Symphony Orchestra 

Istvan Kertesz 



이스트반 케르테츠 박스 세트에서 시디 한 장을 꺼내 듣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선율이라 여겼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다만 무척 극적(dramatic)이다라는 느낌. 부드러우면서도 굵은 선율의 흐름이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아마존의 어떤 이는 그 스스로 레스피기의 팬이라면서, 이 앨범이 최고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긴 나는 레스피기를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바로 이 음반에 빠져 며칠 째 이 음악만 듣고 있으니까. 



데카에서 나온 박스세트. 이스트반 케르테츠의 런던 필 시절 주요 음반들을 모아 낸 것이다. 한창 전성기였던 1973년 불의의 사고로 요절한 지휘자라, 아는 이들만 알지만, 20세기 후반 최고의 지휘자들 중의 한 명이었다. 


박스세트 10번째 시디에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7474286 



아마존에서는 해당 음반을 구할 수 있다. 

http://www.amazon.com/dp/B000025UK9/ref=cm_sw_su_dp 



아래 유튜브는 본 음반에서 세 번째 연주된 <로마의 분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 


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클래식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지만, 연주회를 자주 간 것은 아니다. 한 10년 전쯤 갔던 연주회에서 너무 실망해, 연주회를 멀리 하게 되었다.  국내에선 꽤 오래되고 유명한 교향악단의 형편없는 연주실력, 합창단의 한 번도 아닌 수 번의 실수와 엉성한 화음, 성악가들의 불협화음, 그리고 내 경험은 최악이어서 환불해달라고 할 판인데, 관객들은 '앵콜'을 외치고 있었다(으악!) 


이번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건 이브 아벨, 니콜라스 안겔리치 때문이 아니라 해외 유명 교향 악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서울 시향의 안정적인 연주력 때문이었다. 이미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내기도 한 서울 시향은 천천히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명훈이 서울 시향을 맡은 것은 정말 훌륭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이브 아벨의 지휘는 서울 시향의 선율 위에 프랑스적 감수성을 살짝 칠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니콜라스 안겔리치! 사진과 달리 너무 둔해보인다고요! 아래는 니콜라스 안겔리치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3번이다. 


이 연주 영상을 보고, 아, 그 때 그 피아니스트 맞나? 하고 생각했다. 연주한 곡이 다르긴 하지만, 7월 4일 밤, 안겔리치의 연주는 최고는 아니었다.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었다고 하더라도. 





니콜라스 안겔리치는 브람스 연주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날 연주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았다.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 

Gioacchino Rossini, William Tell Overture 


모리스 라벨, 왼손을 위한 협주곡 D장조

Maurice Ravel,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in D Major 


모리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Maurice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조르주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1번

Georgers Bizet, L'Arlesienne Suite No.1


조르주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2번

Georges Bizet, L'Arlesienne Suite No.2 




Gioacchino Rossini - Guillaume Tell (Overture)

Herbert Von Karajan ( Berlin Philarmonie Conductor)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D 장조는 약 19분 동안 왼손으로만 피아노를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참 쉽지 않은 곡이다. 1차 대전 중에 전투에서 오른손을 잃게 된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라벨이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동생이 바로 철학자가 비트겐슈타인이다)


아래는 그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연주하는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다. 




Ravel : Piano Concerto for the Left Hand in D major

Paul Wittgenstein (Piano)

Bruno Walter (Conductor)

Amsterdam Concertgebouw Orchestra


(Rec.1937) Public Domain


비트겐슈타인의 연주는 1937년에 녹음된 곡인지라, 듣기 편한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최근 연주를 아래 놓았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레온 플라이셔의 연주다. 세이지 오자와의 지휘와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 



Maurice Ravel (1875-1937), France


- Concerto pour piano et orchestre en r? majeur pour la main gauche

-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D Major for the Left Hand 


Lento - Andante - Allegro - Tempo 1


LEON FLEISHER, Piano

Boston Symphony Orchestra

Seiji Ozawa



그 다음 약간의 휴식을 하고 난 다음,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그런데 엘렌 그리모의 연주를 보면, 안겔리치의 연주와 비교하게 된다. 


아래는 미켈란젤리의 연주!! (집에 이 실황 음반이 있는데, 도대체 들을 여유가 없다. ㅜㅜ) 




V.Jurowski

Chamber Orchestra of Europe.






엘렌 그리모의 연주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고 있다. 초창기 녹음에서는 약간 엉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무척 풍부한 연주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닌 미켈란젤리는! 아! 





M. Ravel, Piano Concerto in Sol - 2nd movement (Adagio Assai)


London Symphony Orchestra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Royal Festival Hall, London. 8 April 1982



그리고 마지막은 비제Bizet다!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 작곡가가 있는데, 비제다. 언제나 들어도 열정적인 감미로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Georges Bizet: L'Arl?sienne Suite No. 1 & Suite No. 2 / Nathalie Stutzmann, conductor · Orquesta Sinfonica Valencia / Recorded at Palau de la Musica, Valencia, 12 December 2012.



클래식 연주회를 가기 전에 한 번씩이라도 연주되는 음악을 듣고 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왔다. 헐. 연주되는 곡의 연주 길이만 알아도 박수 칠 일이 없다. 요즘 youtube는 너무 좋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는 웬만한 것은 다 찾아서 들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듣고 실제 연주회에 와서 한 번 더 들으면, 한동안 그 음악을 잊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은 꽤 오래 간다. 


Youtube에서 이렇게 음악 찾아 포스팅을 하려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바쁜 직장 생활 중에서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들을 기회가 점차 줄어들다 보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나오니, 밤 10시가 지나있었다. 그리고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을 다운받아 집에 가는 내내 들었다. 음악은 종종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흥분과 위안을 준다. 많은 이들이 음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의도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슈베르트 8번 미완성 교향곡의 시작은 우아하면서도 격조있는 애잔함으로 시작한다. 참 오래만에 듣는다. 잊고 있었던 선율을 다시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구나. 


바렌보임의 지휘 대신 첼리비다케의 지휘 음향을 공유한다. 바렌보임의 지휘보다 좀 더 긴장감이 더 있다고 할까. 그런데 슈베르트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낭만주의적이어야 하는데, 첼리비다케는 각이 잡혀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다행히 바렌보임은 그렇지 않다.  


어느새 책도 예전만큼 읽지 못하고 음악도 예전만큼 듣지 못하는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변화시키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시절이 나에게 닥쳤고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을 뿐이다. 오늘 오후와 저녁은 슈베르트와 함께 보내야겠다. 



 




찾아보니, 이런 게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이 연주한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 그런데 지금 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듣기만 해도 온 몸에 전율이 일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음악이 종종 있다. 그것이 바로 이스트반 케르테츠의 1966년도 런던필과 함께 한 모짜르트 레퀴엠이다. LP로만 구할 수 있는 이 음반은 모짜르트 레퀴엠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엉망이 되어가는 어느 목요일 오전, 사무실에 앉아 눈물 겨운 레퀴엠을 듣고 있다. 모짜르트.. 그는 살아있을 때나 죽고 난 후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같다.





유튜브 동영상에 이것이 올라와 있다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주위에 없네요. 바쁜 일상인지라, 교류할 틈이 없었던 탓이죠.
저의 경우에는 팝->아트락/프로그레시브락 -> 재즈 -> 클래식의 궤적을 밟아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듣지 않았다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옮겨 오던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재즈를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일즈데이비스 & 캐논볼애덜리의 'Somethin' else의 'Autumn Leave'와 덱스터 고든의 'Appointment in Gana'(음반명이 기억나질 않네요)를 듣고는..)

클래식 음악은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가장 좋아합니다. 레퀴엠 음반만 7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음반은 지오나비 바티스타 페르골레지라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음악입니다.
26살에 요절한 바로크 작곡가로 남긴 곡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크 특유의 깊은 슬픔으로 우러나오는 비장한 아름다움은 어떤 누구의 작품보다 더 훌륭합니다.

그 중에서도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와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연주가 최고입니다.
바로크 고음악 연주와 해석에 있어서 탁월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입니다.

아래 3종의 음반은 다 같은 음반입니다. 시기별로 출시되어 자켓 이미지가 다릅니다.
오래 전에 나와 절판된 음반도 있습니다.

[수입] 페르골레지 & 스카를라티 : 스타바트 마테르 (슬픔의 성모) - 10점
스카를라티 (Alessandro Scarlatti) 외 작곡, 알레산드리니 (Rinaldo/NAIVE

 

[수입] 페르골레지 & 비발디 : 스타바트 마테르 [Digipak] - 10점
비발디 (Antonio Vivaldi) 외 작곡, 알레산드리니 (Rinaldo Alessa/NAIVE

 



위 음반에 실린 음악을 누군가가 youtube에 올려놓았군요.

(* 이 글은 다른 게시판에 올린 글을 제 블로그에 옮겨놓았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2005년 늦은 봄에 올린 포스팅을 새로 올린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그리스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얼마 전 나이브에서 야니스 크세나키스 박스 세트를 구입했다. 놀라운 박스 세트였으며, 지금 듣고 있는 동안 흥분과 전율을 감출 수 없다. 그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몇 년 전 글이긴 하지만, 다시 올린다. 

*      * 
 
현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에릭 사티나 바르톡 정도. 뽈 발레리는 '회화만한 지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적인 것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수(수학)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예술은 회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중세 시대 내내 조형 예술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에 비해 음악은 신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의 낭만주의자들(후기구조주의자들)은 기하학주의라는 뿌리 깊은 편견에 도전하였지만, 실은 기하학주의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피타고라스-플라톤의 기하학주의는 더욱 강화되었다. 아무렇게 그린 선이나 도형을 무한히 반복하면 일정한 모형이 나온다는 카오스 이론은 우연한 낭만주의에서 규칙적인 고전주의로 가는 어떤 방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언어학에서 시작된 구조주의 또한 이 세계를 하나의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기하학주의는 아닐까.
(도리어 기하학주의에서 시작된 양자역학이야 말로 반기하학주의로 나아가는 흐름이 아닐까?)

현대 음악들 대부분은 불협화음을 사용하고  듣기 불편하고 자극적이다. 아마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감상자에게는 지독한 고문같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아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도 예외는 아니다. 음반을 구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듣는 것마저도 어느 정도의 인내를 감소해야만 하니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외한인 나에게도 크세나키스의 음악은 매우 독특하다. 보통의 음악은 물결처럼 흘러간다. 그것이 협화음이든 불협화음이든. 그런데 크세나키스의 음악은 흘러간다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고 일정한 모양의 음들이 규칙적으로, 무리지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학적으로 고도로 계산된 일련의 움직임들이 눈에 보이듯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음악을 듣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듣는 이의 지성에 호소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를 강요하는 듯 하다. 그는 건축적 음악을 만들었고 그것이 그의 음악적 신념이자 태도였다. 마치 잘 마무리된 대리석 벽돌처럼 생긴 음들이 흘러다닌다고 할까.

유튜브에서 그의 음악을 옮긴다. 즐거운(?) 감상을.


Ata 1/2



Ata - 2/2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 89명의 연주자가 동원되는 무시무시한 곡이지요. 저는 커플링된 Akrata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ㅎ

    • ㅎㅎ 저는 집에서 볼륨을 올려놓고 크게 듣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ㅜㅜ... (가족들이 싫어해서.. ㅋ)


 



Sergiu Celibidache - Tchaikovsky Symphony No.5 - 10점
세르게이 첼리비다케 (Sergiu Celibidache)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니버설(Universal)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음악들은 한결같이 음표 하나 하나, 마디 하나 하나 꽉꽉 눌려,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에 빈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밀도감을 느끼게 한다. 소리는 낮게 깔리고 힘이 있으며 부드럽지만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죽고 난 후, 베를린 필의 후임으로 예상되었던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정말로 베를린 필을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능한 비즈니스 맨이거나 아니면 귀가 안 들리는 인간" 카라얀 대신 말이다. 

악보의 사소한 부분들까지 완벽하게 암기하여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괴롭혔던 첼리비다케는 단원들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연습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음악이 토스카니니가 주장한 것처럼 음표(악보)에 있다면 그는 위대할 지 모른다."라고 전제하고 나서 첼리비다케는 자기의 음악론을 피력한다.
음악에 기적은 없다. 다만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음악은 본래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음악은 조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향(음악)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강한 집중력으로 오랜 기간 동안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적당주의와 타협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낫다. 
- 안동림 교수의 음반 해설 중에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수입] DHM 창사 50주년 기념앨범 (50CD) - 10점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DHM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 이 시디를 사기 전에 나는 이미 2월에만 도서 구입으로 15만원 이상을 지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선택에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바로크 이전 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그리고 종종 이 시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설레는 기분을 어쩌지 못하는 나는, 이 박스 세트를 구하지 못했음을 최근 통탄해하고 있었다. 

이 박스세트는 작년 초에 수입되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야 이 박스세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광화문 교보 핫트렉에 자주 들리지 않았고, 주위에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없었던 탓에, 나는 이 박스세트를 알지 못하고 있다가, 가끔 들리는 블로그를 통해 두 달 전에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뒤졌으나, 없었다. 광화문 교보 핫트렉 담당자는 작년 매장에 나오자 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진되었다고 했다. 그리 많지 않은 수량이 수입되어 금방 품절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결국 아마존서점의 희망리스트에 이 박스셋트를 올려놓고 책 몇 권과 함께 주문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알라딘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왔다. 그리고 난 바로 주문을 했다.

바로크 시대 전후의 무수한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실려있는 이 박스 세트는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세트다. 미켈란젤리, 모차르트 오페라 박스세트 이후 최고의 세트가 아닐까 싶다. 

정말 강추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7

  • 그러니까 지금 구할 수 있단 말씀? 저도 하나 사보게요. ^^

    • 바로크를 포함한 고음악을 좋아하시면,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사무실 구하신 거 축하드려요. ㅎㅎ

  • 참.. 저 사무실 구했어요.. 처음으로 알려드리는 거에요. 에헴.. 뱅뱅사거리 못미쳐 우성아파트 근처.. 요.

  • 이쪽으로는 그렇게 knowledge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특별판 한정판에 대한 욕심도 많고
    워낙 다양한 음악을 즐겨듣는지라
    예전에 일을 할 때는 틈틈이 영화, 음악, 책 들을 사서 즐기곤 했었지요.
    근데 틈틈이 일을 하는-_- 지금 상황에서는 뭘 사기는 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럽습니다.. ^^

    다음에는 좀 더 자세한 리뷰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하도 좋아하다보니, 그냥 지르고 보는 거죠. ㅡㅡ;; 여러 번 좋아하는 음반들을 놓친 적이 있어서. 인터넷이 발달했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듯 싶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어느 땐, LP 때나 작은 음반가게들이 즐비했던 시절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꽤 있어요. 그렇다 보니, 경제적인 가격의 좋은 음반이 나오면 바로 구입하는 편이예요. 주머니 사정과 무관하게. 그리고 아직 총각인 탓에.. ㅎㅎ

  • 윤민연우맘 2009.02.19 23:01 신고

    아, 나도 샀어.
    당신한테 1% 적립금이 쌓여질 거래. 소박한 적립금 퍼센테이지가 아닐 수 없네.
    여하튼 이 전집에 대한 (당신 포함)리뷰어들 뽐뿌질엔 정말이지 못 당하겠더라고.

    • 며칠 째 음반만 듣고 있어. 뭐랄까. 뾰족한 첨탑의 깊고 높은 천정을 가진 성당에서 신심이 깊은 성악가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지만, 소박하고 우아한 열정(passion)적인 풍경이랄까... 강력 추천하기는 하지만, ...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라고 하기엔 좀 진입 장벽이 있는 클래식인 듯. ^^




어느새 2008년의 마지막 날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게 빠르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올 한 해 안 좋았던 일도 많았고 좋았던 일도 여럿 있었다. 되새겨보면, 결국, 참 힘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어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 음악이 좋아진다고 했다. 나도 그랬던 걸까. 그렇다고 해서 재즈를 듣지 않는 것도, 가요를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미묘한 깊이가 날 감동시키곤 한다. 최근 들어 더욱 더 그렇다. 그 중에서도 페르골레지는 언제나 날 울린다.

지오바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는 26살에 죽은 비운의 작곡가였다.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남긴 작품이란 몇 곡 되지 않는다. 어떤 작품의 경우 페르골레지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Stabat Mater'를 영어로 옮기면, 'the Mother was standing'가 된다. 이 곡의 처음은 'Stabat mater dolorosa'은 'The sorrowful mother was standing.'의 뜻이다. 조각이나 회화에서 '피에타'가 있듯이 음악에서는 '스타바트 마테르'가 있는 셈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Stabat Mater'를 작곡하였으며, 현대의 아르보 페르트도 이를 작곡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페르골레지의 음악이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우울하며, 슬프고, 아련한 세계를 보여준다. 데카르트처럼 동적이며 밝은 곳을 향하는 듯한 바로크 시대에, 파스칼이 있었듯이, 견고하고 밝은 세계 옆에 이토록 어둡고 음울한 세계도 있었다. 꼭 슬픈 빛깔의 귀도 레니 작품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바로크 예술 속에 숨겨진 어둠의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래 음반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다. 모두 콘체르토 이탈리아노의 연주, 리날도 알레산드리니의 지휘로 녹음된 음반들이다. 이 중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가지고 있던 시디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더 구입하게 되었다(시디가 영구적이라느니, LP보다 음질이 낫다느니 하는 말은 관련 업체의 영업 문구일 뿐, 영구적이지 않고 음질이 낫지도 않다. 특히 시디에 문제 생기면 버려야 한다. 음질의 경우에는 LP로 (시디 수준의) 깔끔한 소리를 듣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긴 하다).



* 텍스트 : http://en.wikipedia.org/wiki/Stabat_Mater 





[수입] 페르골레지 & 스카를라티 : 스타바트 마테르 (슬픔의 성모) - 10점
스카를라티 (Alessandro Scarlatti) 외 작곡, 알레산드리니 (Rinaldo/NAIVE


[수입] 페르골레지 & 비발디 : 스타바트 마테르 [Digipak] - 10점
비발디 (Antonio Vivaldi) 외 작곡, 알레산드리니 (Rinaldo Alessa/NAIV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 페르골레지의 플룻곡을 딸이 한동안 연습했었는데,, 좋았었어요.
    새해에는 계획하시는 일들이 평온하게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 - 10점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최유준 옮김/이다미디어



음악은 사회적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박홍규, 최유준(옮김), 이다미디어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채 몇 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니,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이라고 해봤자 몇 명 되지 않는 작곡가와 연주가들 뿐이다.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으니, 음악에 대한 내 지식은 보잘 것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귀라는 존재가 흥미로운 것인지, 좋은 연주을 곧잘 인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남들은 잠 오는 음악, 혹은 소음이라고 평가하는 음악(현대 음악)을 곧잘 듣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는 지경이니,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좋은 말로 하자면, 음악에 대해서도 특유의 심미안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나쁜 말로 하지만 완전 겉멋과 착각에 빠져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대학시절 읽었으나,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 하긴 수업 시간에 읽은 것도 아니고 누가 옆에서 어려운 내용을 설명해준 것도 아니니,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 채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영문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해왔고 줄리어드 음대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그 스스로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음악에 대한 그의 지식은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 책은 1985년 캘리포니아 대학 얼바인 캠버스에서 있었던 3차례의 강연을 옮긴 것이다. 그는 이 강연을 하면서 음악을 들려줘야 할 부분들은 직접 피아노를 쳐가며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많은 악보들이 실려 있다.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들춰보았을 많은 이들이 악보를 보고 기겁하지 않았을까. 

에드워드 사이드도 책에서 지적하듯이 현대 지식인들의 음악에 대한 무지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전통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클래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바흐도 알고 모차르트도 알고 베토벤도 알겠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다. 연주할 수 있는 것도, 그렇다고 진득하게 앉아 감상하는 것도 아닌 그저 배경 음악일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에드워드 사이드는 음악은 사회적인 것임을 강조하게 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음악의 연주, 내용, 경험 등이 어떤 이유로 사회적인 것인가를 설명하고,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강조한다. 나같은 독자는 내가 들어본 곡이 나왔을 때나 꼼꼼히 읽었을 뿐이겠지만, 에드워드 사이드는 현대 철학, 현대 문학의 풍부한 인용을 통해 음악에 무지한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폴 드 만에 대한 지적은, 팔레스타인 출신인 그의 아픈 상처까지 투영되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지만, 어디 읽을 책이 이거 뿐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졸리지 않게 된 이후에야 가능한 상황이 될 듯 싶다. 문학도, 미술도, 음악도, 모든 예술은 먼저 경험해보아야 한다. 그것도 좋은 문학, 좋은 미술, 좋은 음악으로. 형편없는 문학, 미술, 음악을 수십 년 읽고 보고 들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형편없는 문학, 미술, 음악이 너무 많으니, 그리고 그것으로 몇 년 단련된 뒤에 좋은 문학, 좋은 미술, 좋은 음악을 아무리 권해도 먹히질 않는다. 그냥 그럴려니 하고 넘길 수 밖에. 


"이 프로그램은 (중략) 힌데미트의 '제3소나타' 마지막 푸가 부분의 놀라운 유려함과 천재적인 해석의 연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lenn Gould - Paul Hindemith , Piano Sonata No. 3 - Fugue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3

  • 미 섭 2008.12.09 21:38 신고

    감상1, 악기 다뤄 연주2, 음성으로 부르기3, 음악의 기초- 개념 필기시험4,
    학교 다닐때의 대략의 음악수업 진행과 평가 과정이 이러했던것 같습니다

    학교를 마치고도 혼자 이뤄가는 스스로의 평생공부에서도
    음악과목이 들어가는데
    특히 [하나의 악기 정도는 즐겨 다룰 수 있도록]이 진지한 '목표' 였고
    즐겨 좋아라 스스로 자연스레 진행하는 공부는 1번 감상이었고요,
    감상의 기본은 듣는 사람의 철학적 인문성에 있지 않나...합니다만,
    ...

    그 중에 인간들의 인위적인 음악보다
    자연 자체의 소리들에 한없이 한없이 심취하곤 합니다

    들판 한가운데 멈춰서서 혹은, 들판을 가로질러 나아가면서 후각과 청각과 시각이다 같이 듣는 음악감상으로 들판의 소리나
    역시 마찬가지로 산의 소리나
    바다와
    강가나 작은 시냇가 혹은 오랜 옛우물의 펌프질 물소리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생기어린 소란조차 하나의 음악이고
    허공의 바람 소리들이 내는 바람소리의 향연들도 그러하고
    달빛이 그윽한 대숲의 밤바람 소리와 낯바람 소리의 미묘한 차이성도 그렇고
    음악은 더 없는 축복 입니다

    ....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에드워드사이드가 피아노를 쳤었다니, 새로운 느낌.

    • 독서의 느낌으로 이야기하자면,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가 더 좋습니다. 여러 명의 작곡가들에 대해서 쓴 글도 있고요.
      감사합니다. : )



Face of Jean Sibelius (circa 1910) in cast stainless steel



예르벤퍼 숲 속 나무들의 낮은 속삭임
- 시벨리우스, 작품 75번 - 다섯 개의 피아노곡



조금의 미동(微動)도 없이 투명한 유리창 너머 우두커니 서, 사각의 방 안을 매섭게 노려보기를 몇 주째, 여름날의 대기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같다. 어디에서 저런 열기를 가지고 오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내 육체를, 내 영혼을 끝없이 높은 여름 하늘의 노예로 만들며, 날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끄트머리에 어색하게 튀어나온 동아시아의,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작은 반도 가운데 위치한 거대 도시의 여름을 견디게 하는 것은 대륙의 반대편, 대지의 대부분이 산과 숲, 호수로 이루어진 나라 사람의 100년 전, 작은 피아노 음악들이었다.


빵과 버터를 위한 음악

언제부터였을까. ‘예술가’와 ‘경제적 궁핍’이 꼭 신이 맺어준 연인처럼 붙어 다니게 된 것은. 하긴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살아있는 동안 경제적 궁핍과 주위의 비난과 멸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결국 죽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존재를, 그들의 예술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니, 저 두 단어의 어울림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예술가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16세기 초반, 이탈리아 르네상스 고전주의 예술의 정점을 이룬 라파엘로는 예술적 명성만큼이나 경제적 부도 함께 가지고 있었으며, 바로크 음악의 거장 헨델은 죽은 후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 살아있을 때의 명성과 인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당시 영국 여왕으로부터 매년 200파운드를 받기도 했다. 바그너의 경우에는, 그의 막대한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는 점이 늘 문제였을 뿐이다. 그리고 북유럽의 핀란드가 자랑하는 작곡가, 베토벤 이후 교향곡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도 방탕한 생활로 하던 젊은 시절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가난과는 거리가 멀었다.

The Sibelius Monument 1961-67

오랫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으며 19세기 후반 이후, 독립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정치적 혼란 속에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시벨리우스는 경제적으로 대체로 평온하였다. 러시아의 일부였던 시절에도 연금을 받았던 시벨리우스는 핀란드가 독립된 이후에도 연금을 받았다. 19세기 후반의 많은 작곡가들이 낭만주의 특유의 정신적 방황이나 경제적 궁핍, 시대와의 불화를 겪은 것을 비교해 보더라도, 시벨리우스의 삶은 핀란드 독립을 향한 그의 정치적이고 민족주의적 열망을 제외한다면 그가 살았던 헬싱키 근교의 전원 휴양지 예르벤퍼의 풍경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유럽 전체가 전쟁의 포화에 휩싸였던 1914년 이후부터였다. 이 때 그는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수의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해 판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교향곡들이나 ‘핀란디아Finlandia’, ‘타피올라Tapiola’ 같은 교향시에 대해선 잘 알지만, 그의 피아노곡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오직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만 작곡된 짧은 피아노곡들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연주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하지만 이 곡들은 현재 시벨리우스의 숨겨진 인기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막 꽃을 피운 마가목, 쓸쓸한 소나무, 포플러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차갑고 두툼한 대기가 마가목, 소나무, 포플러나무, 자작나무, 전나무들로 이루어진 깊은 숲 속을 지나치며, 북태평양의 습하고 뜨거운 공기들로 인한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앉아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듣고 있는 나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그 곳의 여름과는 전혀 다른, 난생 처음 보는 광경 앞에서 다소 놀라는 눈빛. 그들은 사뿐한 걸음걸이로 이제 막 꽃을 피운 마가목에게 가는 중이었다.

The Sibelius Monument 1961-67 (밑에서 본 모습)

시벨리우스의 작품 75번은 ‘마가목이 꽃을 피울 때’라는 곡으로 시작한다. 또박또박 끊어질 듯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는 북구의 차가운 물방울이 낮게 떨어지며 내는 소리를 닮아있다. 꼭 나무들이 사람에게 다가와 오래된 숲 속의 비밀을 알려주려는 듯 조용하고 감미로운 소리로 다가오다가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시선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이 물결치듯, 피아노 소리는 여름날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사각의 공간 여기저기를 메우며 흘러 다닌다. 다섯 개의 피아노 소품들로 이루어진 작품 75번, 짧게는 1분 45초, 길게는 3분 40초 정도의 피아노곡 다섯 개가 우리 귀를 감싸고도는 순간은 길어야 12분 30초 남짓.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예르벤퍼 숲 속의, 지금 막 꽃망울을 터뜨린 마가목,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북구의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나무, 자작나무, 전나무와 만날 수 있다. 시벨리우스는 이렇게 다섯 개의 피아노곡마다 그 음악에 어울리는 나무들을 하나하나씩 짝 지워주었다.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작곡되었다는 이 작은 피아노곡들은, 놀랍게도 시벨리우스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예술 전체가 핀란드의 신화와 자연에서 시작해, 그것을 노래하고 그리며 현대적 해석을 담아내었듯이, 이 피아노곡들은 핀란드 자연의 작고 사소한 존재들에게 몰입하며, 그것을 투영하고 속삭이듯 숲 속의 섬세한 움직임까지 그려낸다. 그래서 음악은 짧으나 매혹적이고, 조용하나 시원하고 얇게 언 살얼음이 숲 속 바람에 부서지는 모습을 닮아있다.

시디플레이어 안에 핀란드에서 녹음된 시벨리우스의 작은 피아노곡 시디를 넣어 플레이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순식간에, 태평양 북쪽 바다의 대기가 가지고 온 뜨거움은 북유럽 숲 속의 나무들이 작은 속삭임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며, 어느 새 내 주위를 북유럽의 시원한 공기들로 바꾸어 놓는다. 때로 작은 음악 하나가 계절의 불편함을 물러나게 하는 힘을 가지기도 하는 법이다. 

(2007년 9월 <숲>에 실린 글임)




[수입] Sibelius : Piano Music
Risto Lauriala/낙소스(NAXOS)

Jean Sibelius의 여러 피아노 소품들을 연주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작품 85번의 다섯 개의 피아노 소품들의 이름들은 꽃 이름이다. Bellis, Oeillet, Iris, Aquileja, Campanula. Sibelius의 피아노 소품들은 매우 소박하고 친근하다.

[수입] 시벨리우스 : 교향곡 4-7번
Herbert Von Karajan/DG

품절이라니. 카라얀의 시벨리우스는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시벨리우스의 저력은 교향곡과 교향시에 있으며, 카라얀은 이를 증명해낸다. 오프라인 교보 핫트랙에서 이 시디를 구입하였는데, 아직 재고가 남아있을 지는 의문이다.

[수입] 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
안네 소피 무터(Anne Sophie Mutter) 연주/DG

이 앨범. 무척 듣고 싶은 앨범이다.

신고

Comment +0


음질은 조금 양보하자. 그러면 미켈란젤리의 놀랍고 찬란한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같은 클래식 초심자마저도 그냥 빠져버린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음반이다.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의 10 CD-Set Vol 1, 2

[수입]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10 CD Set 1 (Mozart / Chopin / Schumann / Beethoven / Brahms / Debussy / Bach / Scarlatti / Galuppi)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Arturo Benedetti Michel/Document

[수입]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10 CD Set 2 (Mozart / Brahms / Beethoven / Debussy / A.M.O)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Arturo Benedetti Michel/Document


10장의 CD가 들어있는 한 박스의 가격은 18,000원. 알리딘의 어느 리뷰어의 말대로 '이건 완전 공짜'다. 박스세트라고 우습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아마 구입하고 난 뒤, 주말 내내 이 시디 세트를 끼고 살아야할 것이다.

미켈란젤리에 대해서는 여기를.


신고

Comment +3

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가 사드(Marquis de Sade)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 한국에서 사드의 책을.....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This Craft of Verse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

대학로 그림Grim에서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매서운 바람이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던 금요일 밤, 그림Grim에 가 앉았다. 그날 나는 여러 차례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끔.....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W.G.제발트(지음), 안미현(옮김), 을유문화사 병상에 누워,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었다. 병상에서의 소.....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지음), 김정복(옮김), 휴머니스트 일본인 저자가 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이라니! 놀랍기만 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지음), 최세희(옮김), 다산책방 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

쓸쓸한 커피숍

2016. 06. 10 오늘도 기다림은 이어진다. 그리움은 늘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늦은 봄날의 일상
늦은 봄날의 일상
늦은 봄날의 일상
늦은 봄날의 일상
쇼핑몰 멤버십 프로그램 (e-commerce membership)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