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2

폐허에 대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뒤에야 김경주라는 시인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긴 대학 졸업하고 난 뒤, 직장생활을 하고 난 뒤, 시집을 샀던 적이 몇 번 되지 않았을 테니... 요즘 나오는 시인이나 소설가에겐 흥미를 잃은 지 오래... 그러다가 읽게 된 김경주. 아래 글은 얼마 전 휴간으로 들어간 브뤼트 마지막 호에 실렸다. 예전부터 한 번 블로그에 옮기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올린다. 이런 글 참 오래만이었다. 언어는 폐허 위에서 생겨난다. 언어의 폐허로부터 시는 태어난다. 시는 자신의 폐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는 폐허의 속살이다. 시는 언어와 폐허가 교미한 흔적이다. 시는 언어의 폐허를 채운다. 언어는 인간의 폐허를 망각하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가서 발화된다. 한 인간의 사랑이 ..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금요일 저녁 약속이 세 개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밤 10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벤처를 하다 망해먹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 술을 마셨고, 그 중 운 좋게 H그룹 홍보실에 들어간 모 대리가 술을 쏜다고 했다. 맥주를 서른 병 정도, 그 사이 J&B 리저브와 몬테스 알파 까르비네 쇼비뇽을 마셨다. 그리고 그 대리의 집에서 죽엽청주와 들쭉술(* 캡틴큐와 나폴레옹을 섞어놓은 듯한 북한 술)을 마셨다. 결국 뻗었다. 일어난 것이 토요일 오후 3시였으니, 그냥 술에 토요일을 그냥 날려먹었고 일요일도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겨우 밤에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나와 한강변을 달렸다. 몸을 적시는 서른넷의 땀방울들. 어느새 육체를 움직여야만 정신을 차리는 둔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0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