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33

발상의 전환, 전영백

발상의 전환, 전영백(지음), 열림원 책을 다 읽었으나, 메모를 하거나 리뷰를 하지 못한 책이 여럿 된다. 이 책도 그 중의 한 권이다. 올해 초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예전 노트를 꺼낼 일이 있어 보다가 이 책을 읽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이젠 뭘 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책과 거리를 두게 된 것일까, 아니면). 개인이 겪는 상실의 아픔, 사랑과 그리움, 내면의 고통과 불안, 그리고 지극히 사적인 신체적 경험과 그 감각, 그리고 작가의 손에 관하여 미학으로는 미술작업에서 경험하는 관조와 사색, 개입과 참여, 몰입과 침잠, 그리고 포스트모던 아트가 추구하는 주체의 체험과 감각에 대하여 문화에서는 문화번역의 문제, 국가주의와 다른 진정한 문화적 특징에 관한 모색,..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신시아 프리랜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신시아 프리랜드(지음), 전승보(옮김), 아트북스, 2002 이 책은 현대 미술, 그리고 현대 미술에 대한 여러 이론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종종 나는 신시아 프리랜드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녀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 글은 각 챕터별로 중요한 점만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더 중요한 이야기도 있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이 글은 매우 편파적이다. 빌 비올라라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다. 비디오 아트를 이야기할 때, 백남준과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예술가이다. 몇 해 전 국제 화랑에서 전시를 한 바 있는 그의 작품은 맨 마지막 챕터에 있지만, 이 책..

정체성, 밀란 쿤데라

정체성 L'Identite'밀란 쿤데라(지음), 이재룡(옮김), 민음사 짧은 소설이라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는다. 쿤데라 특유의 문장 탓이기도 하지만, 내가 그간 읽었던 그의 소설들과 비교한다면 읽는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고 할까. 어쩌면 내가 그 사이 나이 든 탓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게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니(찾아보니, 거의 십 년만이다). 꿈은 한 인생의 각기 다른 시절에 대한, 수용하지 못할 평등성과, 인간이 겪은 모든 것을 평준화시키는 동시대성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꿈은 현재의 특권적 지위를 부정하며 현재를 무시한다. (9쪽)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꿈을 꾼다. 샹탈도 꿈을 꾸고 장-마르크는 그 꿈을 위해 익명의 편지들을 그녀에게 보낸다. 그것으..

소유 Possession: A Romance, 수전 바이어트

소유 1, 2 앤토니어 수전 바이어트(지음), 윤희기(옮김), 동아출판사 꽤 오래 읽었다. 강렬한 몰입감보다는 잔잔한 호기심이랄까. 두 시인, 랜돌프 헨리 애쉬와 크리스타벨 라모트의 이야기는, 이들의 흔적을 쫓는 롤런드와 모드의 이야기와 겹치며, 끊임없이 독자를 궁금하게 만든다. 너무나도 문학적인 이 소설은 거의 모든 챕터마다 랜돌프 헨리 애쉬나 크리스타벨 라모트의 작품이 인용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두 시인이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실존했던 작가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 두 작가는 수전 바이어트가 창작해 낸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다면, 이 두 작가가 실제 있었던 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그만큼 이 가상의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들이 놀랍기 때문이다. 서신들하며, 시 작품들은..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 김성곤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 김성곤(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9년 예전에 사두었던 책이다. 책 제목에서 풍기듯 새로운 문학 흐름에 대해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나, 그런 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십 년 가까이 서가에 꽂혀만 있었던 책이다. 그 사이 한 두 번 읽어볼까 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다시 꺼내 읽고 간단하게 리뷰를 쓴다. 실은 리뷰를 쓸만한 내용도 많지 않다. 탁월한 통찰이 있다기 보다는 미국 문학을 중심으로 현대 문학의 흐름을 소개하는 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 세계 문학이나 수준높은 문학 이론을 다루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 정도 제반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선뜻 이 책을 권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학부생들에게 권하기엔 너무 일반론에 가까워서, 영문학 전공자 외에..

유혹에 대하여, 장 보드리야르

유혹에 대하여 De la se'duction 장 보드리야르(지음), 배영달(옮김), 백의 1. 철 지난 책을 읽었다. 작년에 몇 달에 걸쳐 읽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려나. 읽다보면 반-페미니즘처럼 읽히기도 하나, 딱히 그렇지도 않다.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매우 찝찝하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공격할 만한 과격한 주장을 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보드리야르는 여성의 유혹, 쾌락 등은 존중받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이 책은 '유혹'의 관점에서 유혹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을 상징적 차원, 이론적 차원에서 조망한다. 그래서 일종의 말 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말장난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특히 키에르케고르의 를 분석하는 챕터에선 절정에 이른다고 할까. 보드리야르는 서문에..

백설공주, 도널드 바셀미

백설공주도널드 바셀미(지음), 김상률(옮김), 책세상 이 번역 소설을 다시 영어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정도까지는 비슷할까, 아니면 전혀 다른 소설이 될까? 바셀미의 고도로 양식화되어 있는 미니멀리즘 소설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을 테지만, 너무 성의 없이 옮겼다는 건 바셀미의 소설을 기다려온 나에겐 상당히 불쾌하게 여겨졌다. 실제 원작에서는 문장은 짧고 단순하며 표현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 번역본에서는 늘어지며 중언부언하면서 양식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그러니 이 번역서를 읽고 바셀미를 읽었다고 하지 말기를. 도널드 바셀미는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미니멀리즘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제서야 소개된다는 것이 뒤늦..

불한당들의 세계사, 보르헤스

불한당들의 세계사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지음), 황병하(옮김), 민음사 (보르헤스전집1) 리타 기버트: 새로운 세대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보르헤스: 아니요. 그리고 저는 여타의 사람들에게 그 어떤 충고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내 인생조차도 겨우 간신히 꾸려왔으니까요. ... ... 나는 약간 표류하며 나의 삶을 살았지요. 69세의 보르헤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충고를 할 수 없음,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 ... 지난 설 연휴 읽었는데, 이제서야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다. 그 사이 이 소설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보르헤스의 첫 작품집이다. 직역하면 라고 부를 수 있는 보르헤스의 첫 작품집 는 이후의 그의 소설 세계..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사요나라 갱들이여 [개정판]다카하시 겐이치로저 | 이상준역 | 향연 | 2011.11.08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의 다카하시 겐이치로다! 하지만 십수년만에 읽는 그의 소설은 ... 아, 이런 표현은 심하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읽는 건 시간낭비다. 전혀 유머스럽지 않다. 작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세계에 대한 반체제적인 알레고리라고 여겨지지만, 그래서 뭘? 너무 쉽게 읽히고 깊이감이 없다. 두서 없고 이야기는 흩어지고 등장인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본어로 읽었을 때는 어떤지 모르겠다. 현재 일본 문학계 내에서 그의 위치를 알지 못하고 그의 일본어 문장이 어떤지 모르는 탓에, 내 평가절하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