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3

동정에 대하여, 안토니오 프레테

동정에 대하여 Compassione - 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역사 안토니오 프레테(지음), 윤병언(옮김), 책세상 동정compassione이란 ‘함께com’ 나누는 ‘열정passione’을 뜻한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나누는 아픔, 고난passione에의 참여를 의미하기도 한다. 동정은 타인과 타인의 고통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하지만 동정은 보기 드문 감정이다. 타인의 고통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고통으로 변하는 경험 자체가 진귀하기 때문이다. (9쪽) 문학의 차원과 예술의 차원에서 그려지는 동정의 모습은 곧, 타자의 현존, 타인의 얼굴과 타인의 정체가 지니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이다. 이 깊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정체를 강화하는 것이 바로 타인..

통영 출장, 그리고

눈바람이 부는 바다 앞에 서서 수면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눈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 도시의 거리에나 그 도시 앞 바다에나 눈을 쌓이는 법이 없었다. 자주 만나면 사랑이 싹틀 것이라는 바람 대신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나는 것처럼, 몇 시간 동안 내린 눈은 내린 시간 보다도 더 빨리 녹아 사라졌다. 바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통영은 그 도시 근처에 있지만, 자주 가지 않았다. 자주 갈 일도 없었다. 거래처와 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었다. 윤이상 음악당이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고 윤이상 선생의 세계를 알려고 해도 알지도 못할 이들이 나서서 명칭을 바꾸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분개했다. '내 고향 남쪽바다'라고 일컫어지던 고향 앞바다를 떠..

침묵에의 지향

잠자리에 일찍 들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늘 그렇듯이.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가라 앉고 까닭 없이 끝 간 데 모를 슬픔으로 가득 찰 때면,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거나 글을 읽거나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악기 하나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지만, 지방 중소 도시에서 자란 터라 학원도 많지 않았고 여유도 되지 못했다. 그 흔한 기타 하나를 사놓긴 했지만, 몇 곡 연습하다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 기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버린 적이 없는데.) 우울할 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지난 연말부터 무너진 마음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쫓기듯 살아온 걸까. 아니면 게을러져서. 그것도 아니라면, 판도라의 상자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인터넷 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