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6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오구라 기조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사회오구라 기조(지음), 조성환(옮김),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손에 쥐고 펼치면 금방 읽히는, 짧은 책이지만, 그 울림은 작지 않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사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고, 우리의 과거인 조선, 그 곳을 지배했던 학문(철학)과 양반/선비/사대부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커다란 숙제를 남겼는가도 되새겼다. ‘숙제’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이 과거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근대사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 곳에서 막혀 조선에 대한 이해마저 어렵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까닭에(?) 도리어 우리..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Downsizing Democracy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Downsizing Democracy 매튜 A. 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지음), 서복경(옮김), 후마니타스 1. 정치의 중요성 몇 년전부터 정치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일상의 상당 부분이 정치, 정치적 활동, 현실 정치 -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 등으로 인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그들이 만드는 모습으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술자리에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일행 중 한두명은 싫어한다. 더구나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싸우기라도 하게 되면 괜히 꺼냈다는..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김영사 안철수의 생각안철수(지음), 제정임(엮음), 김영사 게으르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의견 표명들이었다. 이야기하는 주제나 소재에 대해 상세한 부분들(원인과 정책 방향 등)까지 언급하였다면, 이런 형태의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그렇게 접근했다면, 이렇게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 형태의, 적당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방향 정도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안전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인을 택할 때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한국 정치를 둘러싼 국민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의 생..

한국에서의 선거

"사전에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선거에,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온갖 후보들이 출마한다고 상상해봐라. 모든 선거가 자칭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한 것이다." -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A Table for Tyrants', NYTimes, 2009, 5,11. (체코 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선거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하며, 광대극으로 만든 이들은 예전엔 정치인들이었고 지금은 이상한 편견을 가진 대중들이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발언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지식인과 민주주의

4월 11일, 나는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판 2009년 9월호를 꺼내 읽었다. 르몽드디플로마크를 매월 사서 읽다 요즘 주춤하는데, 이 월간지는 의외로 '정밀한 읽기'를 요구하는 터라, 번번히 다 읽지 못한 채 다음 호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미국의 먼트리리뷰(Monthly Revie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진보매체들 중의 하나지만, 내 주위에도 이 잡지를 읽는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이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잡지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2009년 9월 르몽드디플로마크, 자크 부브레스의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들(지식인)은 대자본을 상대로는 말을 아끼지만,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

예전 같으면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신문이나 잡지, TV 뉴스를 통해 알게 되지만, 이제 대부분은 웹에서 구하게 된다. 너무 많아진 정보는 우리를 쉽게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정보들의 대부분은 쓰레기다. 요즘 같이 웹 트래픽의 대부분이 포털 사이트에 몰려있고, 이들 포털사이트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관계로, 이 포털에 뉴스나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인터넷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저널리즘’이 얼마나 형편없는가!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이다. 2000년대 들어서 이름도 듣지 못한 무수한 인터넷 신문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토해내는 저질 기사들은 우리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눈을 더럽히고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런데 이들 저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