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주 2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한유주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한유주(지음), 워크룸프레스 언제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아직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재형은 집에 들어가기 전 - 몸을 흔들어 눈을 털어내고, 춥다고 생각할 것이고, 느낄 것이고, 심연을 자유자재로 건너뛰는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겨줄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릴 것이다. 눈이 내리기 때문인지, 혹은 용감하게 페이지를 벗어나고, 또 다시 들어오는 존재들 때문인지, 경비원은, 혹은 경비워들은, 가스 점검원은, 택배기사는, 행인들은 그 순간,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살아있음을 안다. 3층의 그는 불투명을 되찾은 손으로 고양이의 등을 쓸어내린다. 지킬 수 있다면 지켜야 해, 지킬 수 없더라도 지켜야 한다. (79쪽) 이 짧은 소설은 스틸 사진, 혹은 ..

얼음의 책, 한유주

얼음의 책한유주(지음), 문학과지성사 문장은 대체로 짧다. 그렇다고 긴 문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문장들의 호흡은 한결같이 짧고 반복적이며, 작가 한효주의 숨소리가 문장들에 어김없이 들어가거나 들어갈 것으로 계획되었던 '있다'와 '없다' 사이 어디쯤 자리잡고 앉아있었다. 그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나는 이 소설집을 읽는다. 그리고 읽었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지나, 작년을 지나 올해 봄까지. 그 사이 아이는 자라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자기 주장을 펼쳤고,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이 들고 늙어가는 우리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아이가 상처 입으며 우리 속으로 들어오는 동안, 나는, 늙어가는 우리들은 우리 밖으로 나가 혼자 웅크리고 말을 잃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