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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s://www.concertgebouw.be/en/event/detail/1442/Federico_Garcia_Lorca 




강의 백일몽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지음), 정현종(옮김), 민음사 




이 번역 시집은 시인 정현종이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 하지만 어떤 시들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지고, 옮겨진 그 언어에서 다시 또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사이에도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시집의 경우에 해댱된다. 채 마흔이 되기 전에 총살당한 이 스페인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자면,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첫 사랑을 만난 듯 가슴 떨리고 흥분된다. 


서정적인 강렬함이 지배하는 로르카의 시 세계는 후회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 청춘의 아름다운 무모함과 인생의 낭떠러지 앞에서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 사랑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스페인의 자연은 그 무모함과 위험한 사랑을 지지하며 같이 노래 부른다. 


시들은 적절한 은유와 상징, 알레고리 또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는 스페인 그나라다의, 저 거대한 대지를 감싸고 도는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랑스럽기만 한 바람의 그늘 속에서 앉아 있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 시를 위한 마드리갈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내 달콤한 사랑

공중의 흰 동백

햇빛은 희미하게 비친다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어두운 밤에

잠든 은빛 풀잎들이

텅 빈 달을 덮는다


거리의 비를 보렴

돌과 수정의 비탄을

사라지는 바람 속에서 본다

네 바다의 재와 그림자를 


네 바다의 재와 그림자

산티아고, 태양에서 먼

옛 아침의 물이

내 가슴에서 떤










강의 백일몽 - 10점
페데리코 가르시아로르카 지음, 정현종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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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의 녹색노트

구광렬 엮고 옮김, 문학동네 



음유시인 


             니콜라스 기옌 




알갱이가 빽빽한 옥수수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부하들이 

그란마에서 내릴 때,

격정의 바다는

그들이 난폭한 걸음으로 출발하는 걸 본다 

턱수염 없는 근엄한 얼굴,

이마엔 나비들을,

구두엔 수렁, 늪을,

죽음, 군인처럼 노란 유니폼에 미제 총을 한 

죽음은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몇몇은 상처를 입고 쓰러졌으며 

몇몇은 목숨을 잃었다 

손가락 수보다 조금 더 많은 수가 

희망과 피로로 다시 영광을 향해 출발했다 

깨어난 길에선 주먹을 움켜쥐고 

양귀비를 따 노래를 불렀다 

칼날은 빛났으며 총은 번쩍거렸다 

마침내 산속으로 먼저 들어간 

피델 카스트로는 병영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산맥에서 내려간다.

평원은 총들의 바다가 될 것이다." 



1967년 10월 9일, 체 게바라 사망 당시 그가 메고 다녔던 홀쭉한 배낭 속에는 색연필로 덧칠이 된 지도 외에 두 권의 비망록과 녹색 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두 권의 비망록은 사후 '체 게바라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는데, 나머지 노트 한 권은 시가 빼곡히 적혀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40년 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노트 속의 시 69편이 밝혀졌다. 바로 체 게바라가 좋아했던 네 명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 니콜라스 기옌Nicolas Guillen, 레온 펠리페Leon Felipe의 시들이었다. - 6쪽 


번역자인 구광렬 교수는 체 게바라의 노트에 빠졌겠지만, 나는 세사르 바예호 때문에 이 책을 샀다. 


예전, 어느 프랑스 소설에서 '세자르 발레조'로 옮겨진 그를 읽었고 그 페루 시인의 시를 읽고 싶었다. 시간은 흘렀고 기억은 흐릿해지고 시집은 일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시집을 읽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다. 시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고 할까. 특히 영미시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리고 잊고 있던 세사르 바예호를 떠올렸다. 혹시 싶어 찾아보았으나, 한 권은 절판되었고 구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유일했다. 



XV

-<<트릴세>>에서 



세사르 바예호 


그 많은 밤을 함께 보낸 저 모퉁이,

하지만 지금 나, 걷기 위해 앉아 있네.

죽은 연인들의 침대는 누가 빼버렸을까?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넌 조금 전 다른 일로 여기 도착했지.

지금은 없구나. 네 곁에서,

네 허벅지 사이에서 밤을 읽고 

알퐁스 도데의 이야기를 읽었건만.

혼동하지 마, 

이 사랑하는 모퉁에서였잖아.


지난 여름날을 생각해,

작고 창백한 얼굴로

이 방 저 방 드나들던 너를.


비 내리는 이 밤, 

우리 둘,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열렸다 닫히는 두 개의 문,

그 사이로 넘나드는 바람,

그리고 그림자 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안목으로 선택된 네 명의 시인을 우리는 새로, 다시 만난다. 쿠바를 떠나 다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남미의 숲 속에서 노트를 꺼내 이 시들을 읽었을 체 게바라를 떠올리면, ... 어떤 시들은 가끔 어두운 하늘의 별빛 같다고 할까.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듯한 지금, 무참하게 내려누르는 일상의 공포, 책임, 무모함 속에서 시집은 작지만 강한 위로가 된다. 특히 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너무 아름다워,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이 겨울의 아침, 언어가 가진 슬픈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쓸쓸한 마음을 잠시 스스로를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시집이다. 


** 


2015/03/04 - [책들의 우주/문학] - 죽은 전원시, 세자르 바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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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대신 에이미 로월(Amy Lowell, 1874 - 1925)의 시를 한글로 옮겨보았다. 

며칠 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 로웰의 시가 실렸는데, 처음 듣는 시인이었고 처음 읽는 시였다.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흥미가 일었다. 하지만 시인의 이름만 제공하고 시 제목은 영어를 병기하지 않았다. 

'고착된'이라는 단어는 쉽게 fixed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먼저 에이미 로웰로 검색해 로웰의 시 목록(http://www.poemhunter.com/amy-lowell/)을 훑었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구글에서 Amy Lowell fixed idea를 추천 검색 키워드로 제시해주었다.

(원문 -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and-poets/poems/detail/42980


먼저 원문을 옮기고, 내가 번역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앙일보에 실린 번역시를 올린다. 

중앙일보에 실린 시는 너무 풀어서 번역했다는 느낌도 있고 (너무 의역한... 뭐,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방통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난 다음부터 영시 번역이 무척 재미있다. 

대학 시절 외국 문학을 좀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교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걸 체계적으로 배울 준비가 된 학생도 없었고, 나 또한 그런 학생이 아니었음을... 




A Fixed Idea  



What torture lurks within a single thought 

When grown too constant; and however kind 

However welcome still, the weary mind

Aches with its presence. Dull remembrance taught 

Remembers on unceasingly; unsought 

The old delight is with us but to find 

That all recurring joy is pain refined  

Become a habit, and we struggle, caught 

You lie upon my heart as on a nest 

Folded in peace, for you can never know 

How crushed I am with having you at rest

Heavy upon my life. I love you so 

You bind my freedom from its rightful quest. 

In mercy lift your drooping wings and go.

  


고착된 생각 



끝없이 거듭되어 자라나는 하나의 단일한 생각 안에 

고문같은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친절하긴 하지만

아직 반갑긴 하지만, 그 지친 마음은 

그 존재로 고통스럽지, 흐릿해진 추억은 길들여진 채 

쉼없이 기억되고; 찾지도 않는

그 오래된 기쁨은 우리와 함께 있으나, 결국 알게 된다네  

모든 회상되는 즐거움은 정제된 고통임을 

습관이 되네, 그리고 우리는 싸우지, 잡힌 상태로

당신은 어느 보금자리인 듯 내 마음에 누워 

평화로이 감싸여, 당신은 절대 알 수 없지 

내 삶 위에 무겁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당신으로 인해

얼마나 나는 짓눌려졌는지. 나는 너무도 당신을 사랑하네 

당신은 내 자유를 그것의 정당한 탐색로부터 구속하고 

자비로이 당신의 축 늘어진 날개들로부터 풀어줘, 그리고 가. 





아래는 중앙일보에 번역되어 실린 에이미 로웰의 시다. 



고착된 생각




너무 계속 자라는 한 가지 생각안에는 

고문 같은 고통이 숨어있지,

아무리 다정하고 아무리 반가워도 

내 지친 마음은 그 생각 때문에 더 아픈 거야.

길들여진 둔한 기억은 끊임없이 계속 기억하지,

찾지도 않은 오래된 기쁨은 우리와 함께 있지만 알게 되지,

되풀이되는 모든 기쁨이 단지 습관이 된 정제된 고통일 뿐임을,

우리는 벗어나려 애쓰지만 다시 사로잡히지. 

당신은 마치 둥지 위에서처럼 내 가슴 위에 누워있지,

평화롭게 팔짱 낀채, 그러나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어,

내 삶 위에 당신이 무겁게 쉬고 있을 때,

내가 얼마나 큰 고통으로 바스러지는지.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 당신은 당연히 날 찾아 나의 자유를 구속하지

제발 날 불쌍히 여겨 처진 날개를 들고 떠나줘.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04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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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자끄 프레베르 Jacques Prevert 

안민재 역편, 태학당 






헌책방에서 구한 시집. 예전엔 외국 번역 시집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긴 시집 읽는 이도 드문 마당에... 


번역이 다소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늘 다시 보니 어느 것은 좋고 어느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 


1994년에 출판되었고 인터넷서점에선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래 소개한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닫혀있는 마음은 밖으로 무너지고 저녁 바람을 새삼 느끼고 저 하늘 달빛이 이 버릇없는 작은 도시의 사람들 위를 비추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될 것이다. 


대학시절 불어로 시 읽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불어 단어들이 머리 속에서 흔적으로 남았다. 시를 읽으며 술을 마시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 시절 탓에 지금 삶이 어려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갈피 잡을 수 없는 중년의 봄날이 이어진다.  


 



공원 Le Jardin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 몽수리 공원에서

어느 겨울 아침 햇빛

네가 내게 입 맞춘 

내가 네게 입 맞춘

그 영원의 한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라

백만 년 또 수백만 년도 






어느 새의 그림을 그릴려면 Pour faire le portratit d'un oiseau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을 

뭔가 단순한 것을

뭔가 예쁜 것을

뭔가 쓸모 있는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그림을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걸어놓을 것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고 ... ...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여러 해가 걸려서

결심하기도 한다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관계 없는 것

새가 날아올 때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길 기다릴 것

그가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차례로 모든 창살을 만들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나무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신선한 바람과

햇빛의 가루를 또한 그릴 것

그리고는 새가 결심하여 노래하기를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 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림이 잘못된 징조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사인해도 좋다는 징조

그렇거든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 뽑아서

그림 한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라 





절망이 의자 위에 앉아 있다 Le de'sepoir est assis sur un banc 




광장의 의자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부른다

외안경에 낡은 회색 옷을 입은 그는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바라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냥 스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빨리 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옆에 앉을 수 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하게 고통 받고

계속 그 사람은 웃기만 하고

당신도 같은 웃음을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 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의자 위에 

움직이지 못하고 미소 지으며 

주위에는 아이들이 놀고

사람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의자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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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This Craft of Verse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삶이란, 제가 확신하건대 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는 낯설지 않으며, 앞으로 우리가 보겠지만 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시는 어느 순간에 우리에게 튀어나올 것입니다. (11쪽) 



예술의 세계에서 '그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것'은 종종 전혀 다른 궤도를 돌기도 한다. 시를 쓰는 것과 시를 아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을 아는 것, ... ...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때로 다른 세계를 지칭한다. 그래서 어떤 예술가들은 자신이 위대한 작품을 쓰거나 그리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죽기도 한다. 현대에 있어서는 아르튀르 랭보나 반 고흐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우리가 안다고 할 때는 그것을 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여기지만, 예술의 세계에서는 안다는 것은 그것을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문학 전공자인 나에게는 작품을 내 기준으로 선별하기 시작했을 때, 거의 습작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꽤 많아서, 이들의 공통점은 형편없는 작품이나 만들어내면서 작가라며 으스대는 이들을 역겨워하는 이름없는 아웃사이더가 되며 진정한 작가들의 충실한 지지자가 된다.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 이 이름 앞에 무슨 말을 더 덧붙일 것인가. 20세기 후반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1967년과 68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여섯 차례의 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녹음테잎으로만 있던 이 강의자료가 십 여년 전 발견되고, 보르헤스의 육성 강의를 그대로 글로 옮겼고, 얼마 뒤 이 책이 나온다. 그 때 2000년이었다.


그 자신 스스로 위대한 작가였던 보르헤스는 문학의 전통(역사) 앞에서 한없이 고개 숙이며 그것의 참 의미에 대해 소곤거린다. 위대한 문학 작품들의 지지자가 되며, 그 작품이 어떻게 존재하고 읽히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어쩌면 어떤 것이 진정한 문학인가를 알아차리는 순간, 더 깊이 문학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것이 무척 어렵고 힘겨운 일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보르헤스는 자신의 문학 너머 거대하기만 문학의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보르헤스는 하버드대학에서의 그 여섯번 강의를 통해, '시라는 수수께끼', '은유', '이야기하기', '번역', '사고와 시', '한 시인의 신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이 때 이미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생각나는대로 기억하는대로 강연했다. 보이지 않는 청중들을 위해서.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는 이 원고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이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고 만다. 보르헤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진정한 작가들의 지지자였으며, 성실한 독자였고,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도서관 서가 사이를 배회하던 소년이었다. 


보르헤스는 이 짧았던 강연을 통해 놀랍도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소설이 아니라 서정시와 서사시의 세계로. 보르헤스는 정작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이 강연에서 그는 시인의 면모를 드러냄과 동시에 문학의 저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여행을 떠난다. 소설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지 말기를. 그는 위대한 이야기꾼들과 저 서사시의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With ships the sea was sprinkled far and nigh, 

Like stars in heaven 

- Wordsworth 


(바다에는 배들이 멀리 또 가까이 뿌려져 있네,

 하늘의 별처럼) 



대학 시절, 아니 이제까지 내가 들었던 그 어느 문학 수업도 보르헤스의 이 강연록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그 많던 작가들의 수업이나 강연을 들었으나, 그들 대부분 시들을 암송하여 들려주지 못했다(암송했던 이는 두 분 있었는데, 한 분은 시인이며, 한 분은 내 예술사선생님이셨다). 더구나 시 행간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고대에서부터 끄집어내어 지금으로 가지고 오는 이도 없었다. 이런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학생의 비극이다.(하긴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이 보르헤스 말고 누가 있으랴)



She walks in beauty, like the night 


바이런 저 싯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번역하지 않아도. 보르헤스는 서로 다른 언어를 오가며, 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어떤 시어들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특정 언어에서 더욱 부각된다고. 


대학을 졸업한 후 듣게 된 수업에서 예술사 선생님께서 바이런의 싯구를 강의 중간에 암송하셨을 때, 그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다. 실은 대학 시절 다양한 언어를 오가며 위대한 문학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적으로 무능했고 내가 다녔던 대학과 그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위대한 문학을 가르치기에 적당하지 못했다. 


보르헤스의 이 책을 문학과 시에 대해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철부지 비평가들과 문학을 사랑하지 않는 학자들에게 놀아난 '문학의 위기'가 보르헤스의 저 짧은 책 안에서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이 사라지지 않듯 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시는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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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식 



파울 첼란 




이제는 아무도 밟지 않는, 

에둘러 가는 백리향(百里香) 양탄자 

종소리벌판을, 가로 

질러 놓인 빈 행(行).

바람이 짓부수어 놓은 곳으로는 아무 것도 실려 오지 않는다. 


다시금 흩어진 

말들과의 만남, 가령 

낙석(落石), 딱딱한 풀들, 시간. 



- 전영애 옮김, <<죽음의 푸가>>(민음사) 중에서 





이렇게 다시 시집을 읽을 줄 알았다면, 그 많던 시집들을 버리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외국 시를 읽게 될 줄 알았다면, 지금 나오지 않는 번역 시집을 사두고 버리지 말 걸, 이렇게 외국 시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될 줄 알았다면 외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둘 것을... 


이번 주 내내 파울 첼란의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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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 행성




 박정대

     

 


 콜 미, 가수는 밤 새 노래를 하고 나는 로즈제라늄 곁에 누워 있네

 여기는 12월의 입구를 떠도는 고독 행성


 방울토마토처럼 입 안 가득 깨물고 싶은 밤


 그 밤의 옆구리로 밤새도록 눈발들은 허공의 밀사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데, 눈발들이 내려와 고독고독 쌓이는 이곳은 하얀 침묵의 지붕을 모자처럼 쓰고 서 있는 고독 행성


 콜 미, 밤 새 가수는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쌓이는 노래들


 고독 행성에 호롱불이 켜지는 점등의 시간이 오면 생의 비등점에선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고 톱밥 난로의 내면을 가진 천사들은 따스하게 데워진 생의 안쪽에서 영혼의 국경선을 생각하네


 콜 미, 가수의 목소리도 가랑잎처럼 바람에 뒤척이는데 창문 밖 국경수비대들도 하얀 눈발을 뒤집어쓰고 곤하게 잠든 세계의 지붕 밑


 천사들의 숨결에 로즈제라늄만 사붓이 흔들리는 시간


 여기는 바람이 불 때마다 저 홀로 펄럭이며 아득하게 깊어가는 한 잎의 고독 행성





'고독고독'하다는 게 무얼까. 나도 참 '고독고독'한데, '고독고독'하다는 게 뭘까. 뒤늦게 박정대의 시집, '사랑과 열벙의 화학적 근원'을 찾으니, 절판되었다. 도서관에서 복사라도 할까. 


고독고독한 바람이 불고 고독고독한 가수가 '텔미'를 부르는 행성, 고독고독하게 밤 새 눈이 내리고, 아득하게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지만, 고독고독하기만 한 바람을 가진 고독고독한 이의 행성, 고독 행성. 


따스한 봄바람 부는 대도시 서울은 나이가 들수록 고독고독해지만 한다. 실은 그런 시대이고, 그런 행성인 게다. 


고독고독고독....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박정대, 웅진, 2007 




고독고독한 일상을 견디기 위한 짧은 노래 하나. 


Sarabande - Ludovico Einaudi by Angèle Dubeau & La Piet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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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건 ... 






나는 너를 만나지 못했으니, 내 산 새며, 내 산 꽃이며, 내가 산 사슬도 보지 못했지. 그리고 너는 나를 영영 만나지 않았지. ...  


진짜는 어렵다. 그게 사랑이든, 문학이든, 삶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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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맛 2015.07.03 02:48 신고

    완전 공감가는 멋진 시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뒤에 두고 뭔가를 더 좋은 걸 해주겠다고 뛰어다니는 제 꼴이랑 꼭 맞아떨어지네요.

    시 감사합니다.





물 



프랑시스 퐁주 




  나보다 더 낮게, 언제나 나보다 더 낮게 물이 있다. 언

제나 나는 눈을 내리깔아야 물을 본다. 땅바닥처럼, 땅

바닥의 한 부분처럼, 땅바닥의 변형처럼.

  물은 희고 반짝이며, 형태 없고 신선하며, 수동적이라 

못 버리는 한 가지 아집이라면 그것은 중력. 그 아집 못 

버려 온갖 비상수단 다 쓰니 감아 돌고 꿰뚫고 잠식하고 

침투한다.

  그 내면에서도 그 아집은 또한 작용하여 물은 끊임없이 

무너지고, 순간순간 제 형상을 버리고, 오직 바라는 것은 

저자세, 오체투지의 수도사들처럼 시체가 다 되어 땅바

닥에 배를 깔고 넙죽이 엎드린다. 언제나 더 낮게, 이것이 

물의 좌우명. '향상(向上)'의 반대. 


(역: 김화영)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오랜만에 읽는 이름. 프랑시스 퐁주. 물에 대한 시다. 물은 정말 그렇다. 그렇구나. 



(6월 10일. 어딘가에서) 



하지만 물처럼 살지는 못하리라. 물은 물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별은 별대로.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떻게? 


다시 시집을 읽어야겠다. 나이가 들어 다시 시집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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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달력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이제 우울한 벚꽃은 하얗게 썩어버렸다

마차는 덜컹덜컹 먼 곳을 달리고

바다도 시골도 고요한 공기 속에서 잠자고 있다

어쩌면 이다지도 게으른 날일까

운명은 연달아 어두워져 가고

쓸쓸한 우울증은 버드나무 잎 그늘에 흐려져 있다

이제 달력도 없다 기억도 없다

나는 제비처럼 홀로서기를 해, 그리하여 신기한 풍경 끝을 날아가겠다

옛날의 사랑이여 사랑하는 고양이여

나는 하나의 노래를 알고 있다

그리하여 먼 해초를 태우는 하늘에서 짓무르는 것 같은 키스를 던지겠다

아마 이 슬픈 정열 이외는 그 어떤 단어도 알지 못한다



- 하기와라 사쿠타로(지음), 서재곤(옮김), <우울한 고양이>, 지만지 

*   *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1886 ~ 1942)의 시를 읽는다. 사쿠타로도 오랜만이구나. '쓸쓸한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읽곤 아, 우울증은 쓸쓸했구나 라며 작은 소리로 되뇌었다. 젊은 시절의 사쿠타로도 꽤 쓸쓸했나 보다, 하는 생각도 잠시, 그의 말년은 일본주의자로 점철되어 있다.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으나, 한국에 소개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1923년 시집, <우울한 고양이>



1924년의 하기와라 사쿠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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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전원시 




지금 이 시간에 

내 안데스의 사랑하는 동심초와 앵두 같은 리타는 뭘 하고 있을까;

비잔티움은 날 질식시키고

내 몸속엔 풀어진 코냑 같은 피가 잠을 청하는데.


하얀 오후에 속죄의 자세로 옷을 다리던

그녀의 손들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비가, 내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비가,

가없이 내리는데.


그녀의 플란넬 치마랑 무슨 상관일까;

그녀의 열망; 그녀의 걸음새;

달콤한 사탕수수에 바친 노동.


문에 기대어 황혼 한 줄기를 바라보고 있겠지.

마침내 떨며: "이런 ...... 오늘은 정말 춥구나!"

한 마리 야생의 새도 울겠지, 기왓장 위에서. 


- 세자르 바예호 지음, 구광렬 옮김 



세자르 바예호César Vallejo의 시다.  20세기 남미 최고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독자에겐 생소하다. 나도 십수년 그의 이름을 르네 샤르를 사랑하는 소설가가 쓴 어느 프랑스 소설에서 '세자르 발레조'로 읽었다. 그 이후 잊고 지내다 노트 정리 중에 그를 발견하곤 번역된 시집을 찾았다. 


잠시 집에서 쉬는 어느 아침, 그의 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 이미 사랑은 지나가 잊혀졌는데, ... 세상은 이미 어두워져 포기만이 남았는데, ... ... 그런데도 왜 울컥했던 걸까. 


그래, "이런 ... ... 오늘은 정말 춥구나!" 




세자르 바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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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푸른 이야기(une histoire de bleu) 
장 미셸 몰푸아(Jean-Michel Maulpoix) 지음, 정선아 옮김, 글빛(이화여대출판부) 






늦가을, 잔잔히 비 내릴 때, 하늘의 흐느낌을 듣고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럴 때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착잡한 눈물을 슬레이트 지붕과 아연 홈통을 두드리는 맑디맑은 빗물에 보태는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부드러운, 거의 평온해진 동작이다. 이 시각, 이 계절에, 우리는 언어를 뒤흔들지 않고, 거기에 우리 자신을 내맡긴다. 이번만큼은 그 적절함이 빗줄기의 속삭임과 유리창의 어둠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확신하며. 그 순간, 뜻이 확실치 않아 오래 전부터 밀쳐두었던 책 몇 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으리라. 이번에는 그 감동을 되찾고 그 의미를 이해할 거라고 확신하며. 그래서 만일 펜을 들게 된다면, 무엇을 발견하기보다는 기억해내기 위해서이리라. 자신의 얼굴이 비친 수면 위로 마침내 몸을 숙이듯. 
- 144쪽
 

몰푸아의 시집을 읽으면서 작고 낮은 웃음을 천천히 흘러 나왔다. 번역 시집을 읽으며 이런 기분에 빠진 건 정말 오랜만이니, 역자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푸른 바다에 대한 끝없는 무한과 사랑, 그리고 서정성에 대한 시집이다. 감미롭고 부드러우며 읽는 이의 마음을 스다듬는다. 

아주 드물게, 좋은 번역 시집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한 단어들로만 구성하여 풍부한 시적 풍경을 만들고 그 속에 독자를 안내한다. 이 시집도 여기에 속한다. 아주 드문 번역 시집에. 


청명한 날이면, 난바다는 찬란히 부서진다. 

하얀 기와 얹은 하늘. 낮잠에 취한 바다가 잉크빛 기다란 상처 자국을 수평선의 뺨에 새긴다. 그곳에 돛단배들이 고요한 한길을 내고 새를 키우는 사람의 순백색 사랑을 심는다. 

수풀 넘쳐나는 정원들은 박하, 물망초, 봉숭아 향 날리며 난바다를 향해 더 높이 자란다. 페인트칠한 나무발코니에 뱃사람들의 가슴이 물거품처럼 튀어오르면, 라일락 꽃잎 술렁이는 소리가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바다의 대기실에서 보낸 어느 여름날 일요일. 드리워진 커튼이 조금 벌어져 있다. 불빛이 깜박인다. 바다의 투명한 물결이 왁스 칠한 가구와 종이 위로 흐르며 잔잔히 흔들린다. 출범을 앞둔 빈약한 함대 한 척. 그리고 물살 위의 배처럼 살랑대는 한 편의 시. 알 수 없는 욕망 하나 눈을 뜬다, 아니 잠든다. 난바다를 향해 문들이 살짝 열리다 이내 다시 닫힌다. 몽상에 젖은 자, 손가락을 푸르름에 적시면 그의 몸은 이윽고 모래가 된다. 
- 16쪽 


시의 제목처럼 첫 문장 하나가 떨어져 나오기도 하고, 아예 없기도 하다.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서사적인 테마를 가지고 있지 않다. 짧은 시들이 모여 어떤 지향을 가지긴 하나, 이는 비평가에게 맡길 일이니, 우리는 그저 읽으며 조용해질 뿐

'무한은 인간의 문제'라고 여기는 몰푸아는 이 시집을 통해 자신만의 시론(詩論)을 펼쳤는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론인가! 


http://www.maulpoix.net/ (장 미셸 몰푸아의 홈페이지. 프랑스어로만 구성되어 있음)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인용된 폴 발레리의 문장. 






어떤 푸른 이야기 - 10점
장 미셸 몰푸아 지음, 정선아 옮김/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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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긴 이 시집을 꺼내 뒤적인 것도 거의 십 년만인가. 아니면 더 되었나. 


이진명,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1992년. 


시집 첫 머리에 등장하는 짧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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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to-day the struggle."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 구절이라는 생각에 한글로 옮겼다. 역시 영시는 한글로 옮길 수 없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뜻을 통하게 옮길 수 있지만, 영어 고유의 맛을 옮길 순 없었다. 옮긴다면 아예 새로 창작한다는 기분으로 옮겨야 하고, 이럴 땐 번역이 아니다. 


아는 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은 20세기 대부분은 프랑코 독재 정권의 시대였고, 20세기 초반 무수한 유럽 지식인들이 '국제 여단Brigadas Internacionales)'이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게 된다. 소설가이자 프랑스 초대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도 이 전쟁에 참여하였고, 오든(W.H.Auden)은 구구절절하게 스페인 내전 참전을 독려하는 시를 적었는데, 바로 아래 <스페인 1937>라는 시다. 


2014년, 한국, 서울 속에서 살면서,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들었고 견디기 어려웠지만, 사회적으로는, 차마 내 개인적 삶이 엉망이 되었어요,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런데 조용하기만 하다. 

이 기묘한 침묵은 무엇일까?


오든은 이야기한다. '오늘은 투쟁이라네(to-day the struggle)' 

내일은 2015년,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struggle일 것이다. 

분명한 목적이 있고 가치가 있는, 그리고 그것을 향한 전력투구!  



** 




Spain 1937 



                   - W.H.Auden



Yesterday all the past. The language of size

Spreading to China along the trade-routes; the diffusion

Of the counting-frame and the cromlech;

Yesterday the shadow-reckoning in the sunny climates. 


모든 과거가 있었던 어제. 크기를 나타내는 언어는

무역로를 따라 중국으로 퍼져나가고; 확산되는

주판 계산기와 고인돌. 

어제 태양이 비치는 세월 속에 간접계산법이 있었네.



Yesterday the assessment of insurance by cards

The divination of water; yesterday the invention

Of cart-wheels and clocks, the taming of 

Horses. Yesterday the bustling world of the navigators.


어제 서류를 통한 보험이 있었고 

해로를 예측하고; 어제 발명되었네

수레바퀴들과 시계, 길들인

말들. 어제 항해자들로 북적거렸던 세계가 있었지.



Yesterday the abolition of fairies and giants,

The fortress like a motionless eagle eyeing the valley.

The chapel built in the forest; 

Yesterday the carving of angels and alarming gargoyles.


어제 요정들과 거인들이 사라졌고

그 요새는 마치 계곡을 향한 독수리의 움직이지 않는 눈짓 같았지. 

숲 속에 지어진 성당; 

어제 천사들의 조각들과 불안하게 만들던 괴물석상들이 있었네



The trial of heretics among the columns of stones;

Yesterday the theological feuds in the taverns 

And the miraculous cure at the fountain;

Yesterday the Sabbath of witches; but to-day the struggle. 


이단자들의 재판이 돌기둥 가운데서 열리고;

어제 선술집에서 신학에 대한 논쟁이 있었네.

그리고 수원지(水源地)에서의 기적적인 치료

어제 마녀들의 연회가 있었지; 그러나 오늘은 투쟁이라네. 



Yesterday the installation of dynmos and turbines,

The construction of railways in the colonial desert;

Yesterday the classic lecture 

On the origin of Mankind. But to-day the struggle. 


어제 발전기와 터빈의 설치가 있었고,

식민지의 사막에 철도 공사가 있었네; 

어제 그 최고의 강의에선

인류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했지; 그러나 오늘은 투쟁이라네.



Yesterday the belief in the absolute value of Greek,

The fall of the curtain upon the death of a hero;

Yesterday the prayer to the sunset,

And the adoration of madmen. But to-day the struggle.


어제 그리스의 고귀한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

영웅의 죽음 위로 내려오는 커튼. 

어제 일몰에 대한 기도가 있었네

그리고 미친 자들의 찬미. 그러나 오늘은 투쟁이라네. 



As the poet whispers, startled among the pines,

Or, where the loose waterfall sings, compact, or upright 

On the crag by the leaning tower; 

“Oh my vision. O send me the luck of the sailor.” 


시인이 속삭일 때, 소나무들 사이에서 깜짝 놀라,  

또는, 한가한 폭포가 노래하는 곳에서, 긴장해서, 또는 서서 

기울어지는 탑 옆 바위 위에

오 나의 비전이여, 오 나에게 선원의 운명을 다오 



And the investigator peers through his instruments

At the inhuman provinces, the virile bacillus

Or enormous Jupiter finished 

“But the lives of my friends. I inquire. I inquire.”


그리고 탐구자는 그의 기구를 들여다 보며

인간 밖의 영역에서, 강력한 세균, 

또는 이미 탐구가 끝난 거대한 목성 

“그러나 내 벗들의 삶들. 나는 묻는다, 나는 묻는다.”



And the poor in their fireless lodgings, dropping the sheets

Of the evening paper: “Our day is our loss, O show us 

History the operator, the 

Organiser, Time the refreshing river.”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한 점 불도 없는 셋방에서, 종이 한 장을 떨어뜨리네

석간 신문 속에서: “우리의 날은 우리의 상실, 오, 우리에게 보여주시오 

역사라는 운행자여, 

조직자여, 강물을 끊임없이 정화시키는 시간이여.” 



And the nations combine each cry, invoking the life

That shapes the individual belly and orders

The private nocturnal terror; 

“Did you not found the city state of the sponge,


그리고 민중들은 그들 각자의 비명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생명을 불러일으키며 

각자의 배를 만들며 행하네.

한밤 중의 은밀한 테러를

“생명이여, 그대는 해면동물의 도시 국가를 찾았는가?  



Raise the vast military empires of the shark 

And the tiger, establish the robin’s plucky canton?

Intervene. O descend as a dove or 

A furious papa or a mild engineer, but descend.” 


거대한 군사 제국을 성장시켰는가? 상어와 

호랑이의. 세웠는가? 울새의 용기 있는 작은 지역을 

개입하라. 오 비둘기 한 마리처럼 내려가라, 또는

화가 난 교황, 또는 온화한 기술자처럼, 그러나 내려가라.”



And the life, if it answers at all, replies from the heart

And the eyes and the lungs, from the shops and the squares of the city:

"O no, I am not the Mover;

Not to-day; not to you. To you, I'm the


그리고 생명이여, 만약 대답한다면, 대답하거라, 심장으로부터

그리고 눈동자와 허파로부터, 가게들과 그 도시의 광장으로부터: 

“오, 아니구나. 나는 원동력이 아니다;

오늘도 아니고, 네겐 아니다. 너에게, 나는 그저 



Yes-man, the bar-companion, the easily-duped;

I am whatever you do. I am your vow to be

Good, your humorous story.

I am your business voice. I am your marriage.


예스맨이고, 술집 친구이고 쉽게 속는 사람이라네. 

나는 그대가 무엇을 하던지, 나는 당신의 맹세입니다,

좋게 되기 위한. 당신의 유머러스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당신의 사업 목소리이며 당신의 배우자입니다.  



What's your proposal? To build the Just City? I will.

I agree. Or is it the suicide pact, the romantic

Death? Very well, I accept, for

I am your choice, your decision. Yes, I am Spain." 

 

당신의 제안은 무엇인가요? 정의로운 도시를 세우는 것인가요? 나는 할 것입니다.

나는 동의합니다. 또는 동반자살을 하실 건가요? 그 낭만적인

죽음? 정말 그럼, 저는 동의 합니다. 왜냐면

나는 당신의 선택이며, 당신의 결정입니다. 그래요. 저는 스페인입니다.” 



Many have heard it on remote peninsulas,

On sleepy plains, in the aberrant fisherman's islands,

Or the corrupt heart of the city,

Have heard and migrated like gulls or the seeds of a flower.


많은 이들이 머나먼 반도에서 그것을 들었네. 

나른한 평원 위에서, 비정상적인 선원들의 섬나라에서, 

또는 도시의 타락한 심장부에서

갈매기떼나 꽃씨들과 같이 듣고 이주해오는구나. 



They clung like burr to the long expresses that lurch

Through the unjust lands, through the night, through the alpine tunnel;

They floated over the oceans;

They walked the passes. They came to present their lives.


그들은 가시 달린 열매들처럼 달라붙어 있구나, 기나긴 급행열차에 달라붙어 휘청거리며,

정의롭지 못한 땅을 지나며, 밤을 통과하며, 알프스 산맥의 터널을 지나며; 

그들은 대양들을 떠다녔다

그들은 산길을 걸어갔다. 그들은 그들의 생명을 보여주며 갔다. 



On that arid square, that fragment nipped off from hot

Africa, soldered so crudely to inventive Europe,

On that tableland scored by rivers,

Our fever’s menacing shapes are precise and alive.


그 불모의 사각형 위에,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떼어낸 조각, 

납땜질된, 창의적인 유럽에 대강 납땜질되어 붙은

강줄기에 의해 금이 그인 대지 위에 

우리들의 열병의 위협적인 형체들은 명확하고 생생하다.



To-morrow, perhaps, the future; the research on fatigue

And the movements of packers; the gradual exploring of all the

Octaves of radiation;

To-morrow the enlarging of consciousness by diet and breathing.


내일은, 아마도, 미래가 있겠지; 피곤에 대한 연구가 있고 

짐 꾸린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있고; 

빛의 모든 옥타브에 대한 점증적인 탐험이 있고 

내일은 식이요법과 호흡작용에 의한 의식의 확장이 있을 것이네. 



To-morrow the rediscovery of romantic love,

The photographing of ravens; all the fun under

Liberty's masterful shadow;

To-morrow the hour of the pageant-master and the musician,


내일은 낭만적 사랑의 재발견이 있고 

까마귀 떼의 사진촬영이 있고; 모든 즐거운 것들이 

자유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있을 것이라네 

내일은 화려한 무대의 연출자와 음악가의 시간이 있을 것이네. 



To-morrow for the young the poets exploding like bombs,

The walks by the lake, the winter of perfect communion;

To-morrow the bicycle races

Through the suburbs on summer evenings: But to-day the struggle.


내일은 젊은 시인들이 폭탄처럼 터져 시를 쓸 것이라네.

호수를 따라 걸으며, 완전한 결합을 이룬 겨울, 

내일은 자전거 경주가 

여름 저녁 교외를 따라 있을 것이네; 그러나 오늘은 투쟁이라네. 



To-day the inevitable increase in the chances of death;

The conscious acceptance of guilt in the necessary murder;

To-day the expending of powers

On the flat ephemeral pamphlet and the boring meeting.


오늘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확률이 증가하고 있다네.

살인의 필요함, 그 범죄를 알면서 받아들여야 하지.

오늘, 우리의 힘은 빠지고 있지.

맥없고 덧없는 팜플렛과 지루한 회합 위에서



To-day the makeshift consolations: the shared cigarette;

The cards in the candle-lit barn, and the scraping concert,

The masculine jokes; today the

Fumbled and unsatisfactory embrace before hurting.


오늘 일시적인 위안들이 있지; 나누어 피는 담배;

촛불로 밝힌 곳간에서의 카드놀이, 그리고 삐걱대는 음악회,

사내들의 걸쭉한 농담; 오늘은 

전투 앞의 서투르고 불만족스러운 포옹이 있네



The stars are dead; the animals will not look:

We are left alone with our day, and the time is short and

History to the defeated

May say Alas but cannot help nor pardon.


별들은 죽었네; 동물들은 쳐다보지 않겠지.

우리들은 우리들의 시대에 홀로 남겨졌지, 시간은 짧고

역사는 패배한 자들에게 

유감이라곤 하진 않겠지만, 도움도 용서도 없을 테지. 




** 




W. H. Auden(1907~1973)의 시 <Spain 1937>의 번역으로 원문은 아래와 같다. 원시는 1937년 <Spain>으로 발표하였으나, 1940년 Auden이 출판한 <<Another Time>>에서 <Spain 1937>로 제목을 바꾸고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수정하여 실었다. 위키피디아의 <Spain(Auden)> 항목에 따르면, 후에 그는 작품 선집(his collected editions)에서는 이 작품을, 결코 믿지 않았던(never believed) 정치적 견해가, 그의 생각에는 수사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된 “정직하지 못한”(dishonest) 시로 여겨 거부했다고 한다. 


이 시의 원문은 한국방송통신대학(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영어영문학과 4학년 전공수업교재인 <<영미시 British and American poetry>>(김문수, 이두진, 이철 공저)에서 옮겼으며, 번역은 교재의 주석, 김문수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참고하여 번역하였다. 



W.H. Auden

by Cecil Beaton

vintage bromide print on white card mount, 1930

9 1/2 in. x 7 5/8 in. (240 mm x 195 mm)

Given by Cecil Beaton, 1968

http://www.npg.org.uk/collections/search/portrait/mw18383/WH-Au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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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보르헤스(지음), 우석균(옮김), 민음사 




그의 소설들을 떠올린다면, 보르헤스의 시도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너무 지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수수께끼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추측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소설가 보르헤스는 잊고 시인 보르헤스만 기억에 담아두게 될 터이다. 


그렇게 몇 주 보르헤스의 시집을 읽었고 몇몇 시 구절들을 기억하게 된다. 


시집 읽는 사람이 드문 어느 여름날, 세상은 저주스럽고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행동이 필요한 지금, 어쩔 수 없이 반성부터 하게 되는 현실을, 미래보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게 되는 상황 앞에서 보르헤스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들은

어느덧 내 영혼의 고갱이라네.

분주함과 황망함에 넌덜머리 나는

격정의 거리들이 아니라

나무와 석양으로 온화해진

아라발의 감미로운 거리,

불후의 광대무변에 질려

대평원 그리고 참으로 광활한 하늘이 자아내는

가없는 경관으로 감히 치닫지 못하는

소박한 집들이 있는,

자애로운 나무들마저 무심한 한층 외곽의 거리들.

이런 모든 거리들은 영혼을 탐하는 이들에겐

행복의 약속이라네.

숱한 삶이 집안에만 은거하길 거부하며

거리의 보호 아래 형제애를 나누고 

우리네 희망이 부풀려진 영웅적 의지로

거리를 떠다니기에

깃발처럼 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지네

우뚝 솟은 내 시에서

그 깃발이 하늘을 펄럭이기를.

- <거리> 전문 







본질은 언제나 상실되는 것.

영감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법칙이지.

달과의 내 오랜 실랑이에 대한

다음 요약은 피할 수 없을.


나는 달은 어디서 처음 봤는지 모르네.

앞서의 그리스인이 말한 하늘에서였는지,

우물과 무화과나무의

정원으로 기우는 오후에서였는지


유전하는 이 삶은

어찌 되었든 무척 아름다울 수도 있지.

그런 순간에 우리 모두 너를 바라보던

오후가 있었네. 아, 모든 이의 달이여. 

- <달> 중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저 | 우석균역 | 민음사 | 2014.03.20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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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고양이(靑猫)




이 아름다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모든 상냥한 여성을 찾기 위해

모든 고귀한 생활을 찾기 위해

이 도시에 와서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다.

거리를 따라 서 있는 벚나무 가로수

거기에도 무수한 참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 거대한 도시의 밤에 잠들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마리의 우울한 고양이 그림자다

슬픈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고양이 그림자다

우리가 찾기를 그치지 않는 행복의 우울한 그림자다.

어떤 그림자를 찾기에

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우리는 도쿄(東京)를 그립다고 생각해

그곳 뒷골목 벽에 차갑게 기대어 있는

이 사람과 같은 거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 하기와라 사쿠타로(1886 ~ 1942) (서재곤 역) 






점심 식사 대신 우울한 고양이를 만난다. 아, 어느 새 나는 술 취하고 싶은 한 마리 고양이 꿈을 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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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여관

이병률저 | 문학과지성사 | 2013.09.22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눈사람 여관

이병률 시집, 문학과 지성 시인선 434 




최근에는 일 년에 시집 한 권 읽는 듯 싶다. 그리고 시집 리뷰는 건성, 건성으로 쓰는 듯하고. 일상의 대부분이 사무실에서 산더미와 같은 업무와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지금, 시집은 ... 참 멀리 있기만 하다. 이병률. 그의 글은 시보다 산문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그것도 여행기. 하지만 이것도 건성, 건성 읽었으니, 이번에 읽은 그의 시집, <눈사람 여관>이 처음 읽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집을 다 읽고 노트에 짧게 감상을 적었는데, 그가 읽는다면, 불편해 하거나 불쾌해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했다. 시는 소설과 달라, 드물지 않게 시를 읽으며 시 속의 시인을 만난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이 맞든 틀리든 지레짐작으로 어떤 이겠구나 여긴다. 이 시집에 대한 내 감상은 그렇게 시작해 끝난다. 


* * 


그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견디고 걸어간다. 그 걸음걸이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바람따라 걸어갈 뿐이다. 가끔 가슴 설레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수줍은 고백을 할 터이지만, 세상 풍경은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이병률은 그것을 안다.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기적이다. 혼자 있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비겁한 일이기도 하다. 이기적이지만, 종종 아름답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그건 스스로를 늘 들여다보기 때문이고, 들여다보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바람따라 걸어가며 글을 쓸 뿐이다. 다행인 것은 그는 스스로를 내려놓거나 자책하거나 도망가진 않는다. 그저 스스로를 훔쳐볼 뿐. 





낙화



                                                    이병률



그대가 일하는 곳 멀리 자전거를 세우고

그대를 훔쳐보는 일처럼


반쪽의 반쪽밖에 안 되는 나는

비겁이라는 꽃 이파리 머리에 꽂고

시시덕 시시덕 오늘도 얼마나 비겁했던가요


당신이 자전거 쪽으로 다가와

우산을 버리고 돌아설 때에도

나는 비겁을 뒤집어쓰고 몸을 돌려 서 있습니다

그 자리에 당신 그늘이 생깁니다


천 년에 한 번 사랑을 해서 그런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머릿속에 그토록 많은 꽃술이 매달릴 수가

천 년에 한 번 죽게 될 테니 그렇게 된 거라고 

아니면 그토록 한 사람의 독으로 서서히 죽어갈 수야 


혼자인 것은 비겁하지 않은데

당신을 훔쳐보는 일은

당신 하는 일 앞에서 비겁한 일이어서


십 년을 백 년처럼 

당신을 보러 이곳에 오고

당신은 어느 바다로 흘러가지도 않으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주차할 수 없는 구역에

단독 주차하는 나를 위해

마냥 봄처럼 십 년을 당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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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식당 



                                                                  이영주 




헝가리 식당에 앉아 있다. 내 목을 만져보면서. 침묵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 ... 이런 기후는 맛없이 천천히 간다.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는. 아름다운 철창 밑에 있다. 원래의 언어로 돌아가는 것인가. 조용히 있다 보면 감각은 끔찍해진다.


수염까지 붉게 물든 남자는 접시에 혀를 대고 있다. 오도카니 앉아서. 철창을 두드리며 바람이 들어온다. 


동쪽에 있는 식당. 맛없는 내가 앉아서 오래된 폐허를 헤집으며 속을 파고 있을 때.


무섭고 겁이 날 때. 수염 달린 남자는 창문을 연다. 향수병에 걸린 감각은 바람 따라 흐른다. 웅웅웅 울림소리를 낸다. 동쪽은 은신처가 아니지. 수염 사이로 붉은 침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 


많이 다쳤을 때는 밥을 먹어야지, 그래야 기운을 내지, 이 식당에 오면 죽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럴 때면 세상이 맛없게 천천히 간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먹으면 알 수 있다. 어떤 슬픈 이야기도 죽지 않고 그릇 안에 담겨 있다. 




<<문학과 사회>> 2013년 가을호.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잠시 계간지에 시를 읽는다. 왜 '헝가리 식당'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창 밖은 이미 짙은 어둠으로 채워져 있고 사람들은 말 없이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말 없이 작은 도서관 건물을 나갔다. 


말 없이 있어도 용서되는 도서관이 나는 좋다. 말 없어도 이야기로 가득 차는 공간. 말 없어도 말들로 넘쳐나는 공간. 말 없지만 책장 넘기는 소리, 책을 향해 걸어가는 소리, ... 그리고 그녀가 하얀 손으로 긴 머리칼을 귀 위로 넘기며 가는 목으로 가 닿는 소리,들이 내 살갗에 닿을 때의 느낌이 좋다. 


몇 년만에 도서관에 그렇게 길게 앉아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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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을 획득하자마자 자연의 세계에서 분리되었고 자신의 내부에서 타자가 되었다. 말이 지시하는 실재와 말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인간과 사물들 사이에 - 그리고 더욱 심층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존재 사이에 - 자신에 대한 의식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말은 다리이며 이 다리를 통하여 인간은 자신의 외부세계와 분리시키는 거리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러한 거리는 인간성의 일부를 구성한다. 거리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은 인간됨을 포기하고 자연의 세계로 돌아거가나 인간됨의 한계를 초월하여야 한다.

- 옥타비오 파스, 1972년(* 역자: 김은중. 1996년 <현대시사상> 가을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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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메모를 다시 꺼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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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 목장은 … 




                           프란시스 잠 





개울가 목장은 풀이 무성하다.

퍼부은 비에 밀이 젖어 포기 포기 쓰러졌고

연회색 빛인 버드나무 말고는

둑마다 잎새들이 진초록이다.

베어 놓은 꼴은 벌통처럼 쌓여 있다.

언덕들은 너무 완곡하여서 애무를 받고 있는 듯하다.

시인인 친구여, 우리에게서 마음 속 기쁨을 빼앗아 가는

괴로움만 없다면 모든 게 달콤하리.

하지만 괴로움을 벗어나려 함도 쓸데없는 일,

말벌이 풀밭을 떠나는 적이 좀처럼 없듯이.

그러니 ‘삶’을 가는 대로 흐르게 내버려두고,

검은 소떼에게 마실 물이 있는 데서 풀 뜯게 하자.

서서히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을,

우리와 같은 모든 사람을 측은히 여기자.

그들 모두가 재능이 있는 건 아닌 것 말고, 우리와 같은 그들.

그것이 유일한 차이이면서 중요한 사실이 되기도 하지만

오래 퍼붓는 급류가의 맺혀 있는 싱그러운 딸기처럼,

매혹적인 사랑만이 훌륭한 위안. 



(* 번역: 김기봉, 혜원출판사, 1994년) 




번역이 좋지 않지만, 프란시스 잠 특유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특유의 세계라고 옮기긴 했지만, 서정적 프랑스라고 하기엔 그가 살았던 시기는 너무 격동의 세계였다. 서정적인 시가 씌여지기 어려운 시대에 잠은 서정적이었으니, ... 그는 현실에서 잠시 뒤로 물러나 어떤 서정성에서 위안을 얻으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요일 오후도 모두 지나가고, 문득, 방에 앉아 정처없이 메모를 하다, 책을 읽다, 잡지를 보다, 쓸쓸하다는 생각에 스치고 프란시스 잠의 시를 읽었다. 


오래된 프랑스 시인의 시를 읽는 일요일 오후.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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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상냥한 오월의 바람이 녹색 이파리 끝에 닿자, 이미 무성해진 아카시아 잎들이 놀라며, 스치는 바람에게 지금 칠월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반팔 차림의 행인은 영 어색하고 고민스러운 땀을 연신 손등으로 닦아내며, 건조한 거리를 배회하고, 길가의 주점은 테이블을 밖으로 꺼내며, 다가올 어지러운 마음의 밤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야기했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2년 5월 어느 날, 그 누구도 듣지 않고 말만 했다. 말하는 위안이 지구를 뒤덮었다. 


아스팔트 아래 아카시아 나무 뿌리가 바람에 이야기를 건네었지만, 땅 위와 아래는 서로 교통이 금지되었고, 학자들은 그것을 모더니티로 담론화시켰다. 


 


(이제서야 로르카의 시가 읽히다니... 1996년도에 산 시집인데..)




연 가 





내 입맞춤은

깊이 틈새 벌린 석류,

네 입술은 

종이 장미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내 양손은 

모루를 향한 무쇠;

네 육신은 

종소리 울리는 낙조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구멍난 푸른 빛 해골 속에

종유석은 

사랑하는 당신 모습을 만들었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철없던 내 꿈들은

곰팡이가 가득 피고,

솔로몬 같은 내 고통은

달에까지 사무쳤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지금 나는 나의

사랑과 나의 꿈을

정상을 향하며

신중히 길들이네

(눈 없는 어린 말들)


눈 덮인 들녘 땅. 


- 가르시아 로르카, 1921년 (김현창 옮김, 청하,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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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자, 철이 들자, 결혼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시집은 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먼 바다로 흘러들었다. 한동안 육지 생활만 했다. 거친 흙바람 사이로, 붕붕 거리는 검은 자동차들 사이로, 수직성의 공학적 규율로 세워진 빌딩들 사이로, 거대한 거짓말로 세워진 정치적 일상 속에서 시는 없었고 시집은 죽은 것으로 취급되었다.

여름이 왔다, 갔다.

외로움이 낙엽이 되고 흙이 되고, 몇 해의 시간이 지나자 사랑이 되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랐다. 먼 바다로 나갔던 시집은 지친 기색도 없이 이름 모를 바다 해변가로 밀려들었고 그제서야 나는 육지 생활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무모함을 가지게 되었다.

시집을 샀다, 놓았다, 펼쳤다.

심보선은 2011년의 대세다. 몇 년이 지난 그의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읽는다. 읽는 내내 이름 모를 바닷가 내음이 밀려들었다. 공상의 냄새이자, 상상의 향기였다. 그렇게 내 거친 일상이 무너졌다.

어느 여름날 나는 시집을 읽었다. 마흔을 갓 넘은 어느 사내의 시집을 마흔이 될 사내가 읽었다. 시집은 그저 시집일 뿐이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10점
심보선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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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시집 한 권을 챙겨 나섰다. 지하철 안에서 시집을 읽는 건 너무 낯설어서, 꺼내지도 못했다. 이는 사무실 안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시집을 읽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로만 했다. 어쩌면 모든 시는 위기의식으로 만들어지듯, 모든 시 읽기는 현대적 공간에선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시를 읽는 나는 물신적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21세기 현대적 공간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 같았다.

한 때 내 모든 것이었던 시는 이제 시 읽기조차도 어색해진 상황이 되었으니, …

그런 내가 들고 나온 시집은 에우제니오 몬탈레의 ‘오징어뼈’였다.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그의 시는 번득이는 슬픈 유머와 깊은 통찰, 그리고 나와 너, 자연을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존재를 하나의 공간으로 수렴하고 이를 다시 배열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얇게 웃기도 하고 얇게 울기도 한다.


삶의 불행


나는 때때로 삶의 불행을 만났다.
그것은 꼬록꼬록 숨 막히는 개천이었고,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를 포장하는 것이었으며
넘어지는 말(馬)과 같았다.

신의 무관심을 슬며시 열어주는

경탄스러운 일 이외, 나는 아무것도
잘 알지 못했는데, 그것은 한낮의
잠에 취한 조각상, 구름, 높이 솟은 사냥매였다.




삶의 불행을 노래(?)한 시지만, 끝없이 슬프지 않다. 삶의 불행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그는 그 불행으로 야기된 결과에 대해선 접어둔다. 그래서 불행으로 야기될 슬픔, 아픔과의 거리를 두고 ‘한낮의 잠에 취한 조각상, 구름, 높이 솟은 사냥매’로 불행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행복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아래 시를 읽어보면, 행복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행복 오기 전의 불행을 되새기며 경계하려는 듯 읽힌다.


행복


찾아온 행복이여, 그대를 향해
우리, 칼날 위를 걷고 있다.
눈에 비친 그대는 깜박이는 불꽃,
발에 깨어져 부닥치는 얼음이어라.
그래, 그댈 더 사랑하는 자, 그댈 다치지 말아야지.

그대 슬픔에 짓눌린 영혼에
이르러 밝게 해주면, 그대의 아침은
달콤하여 새들의 둥우리인 듯 설렌다.
그러나 집 사이로 달아나는 풍선 때문에
울부짖는 아이의 마음, 아무것도 달래지 못한다.




몬탈레의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시의 깊이에 감동받는다. 그의 언어는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 확장해나간다.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자기 바깥의 사물과 존재에 투영시킬 수 있고 이를 다시 자신의 시어로 표상화한다.

‘지중해’는 마치 바다를 노래하는 듯 읽히지만, 실은 바다로 대변되는 사람들 사이의 만남, 대화, 우정을 노래하고 있다.


지중해


옛 친구여 나는 취했다오
푸른 종(鍾) 같은 그대의 입술에서
열렸다 다시 오므라져
터져 나오는 소리에.
흘러간 여름마다 살던 내 집이
그래, 그래, 그대 가까이 있소.
태양이 작열하고
모기가 하늘에 구름 이루는 곳에
바다여, 그때처럼 오늘도
그대 앞에 무감각해지는 나.
나 어찌 받을 수가 있을지
그대 호흡이 주는 숭고한 충고를.
내 마음의 미세한 고동일랑
한 순간의 그대 숨결에 그친다고 ……
준엄한 그대 율법이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니
폭넓고 다양하고 견고하게 하라며 … …
그대가 심연에 있는 온갖 쓰레기를
바닷가 불가사리, 코르크 조각, 해초 속으로
내리치듯 나 역시 모든 불결 씻어버리라고 ……
그대가 맨 처음 나에게 일러주었소.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더 인용하며, 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번민


당신의 손은 건반을 두드렸고
당신의 눈은 알 수 없는 부호들을
종이 위에서 읽고 있었으니,
음악은 온통 고뇌의 소리처럼 들렸다오.

사방의 사물, 짓눌려 무기를 잃고서
제 언어에도 무지한 당신을 보고
유순해지고 있음을 내 알았다오.
말간 바닷물이 덜 닫힌 창 너머로 철렁댔다오.

나비가 도망치듯 추는 춤 파란 사각형 속을 지나쳤고
잎사귀 하나 해님 속에 펄럭였소.
이웃의 어느 것도 제 언어를 못 찾았으니,
당신의 달콤한 무지는 나의 것, 아니 우리의 것.


 

오징어 뼈 - 10점
유제니오 몬탈레 지음, 한형곤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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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파블로 네루다 지금 (추원훈 옮김)



내가 걷고 있는 동안 보도블럭은 내 다리를 두들겨 패고 있고,
별들의 찬란한 빛은 내 눈을 부숴뜨리고 있다.
창백한 그루터기만 남은 밭에 자욱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가는 마차에서
밀알이 떨어지듯 갑작스레 내게도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오오 누구도 결코 챙겨 놓지 않은 길 잃은 생각들,
말이 내뱉어졌다면, 느낌은 내부에 남아있는 법.
여물지 않은 이삭, 악마는 그것을 공간에서 발견할 테지,
나는 망가진 눈으로 그걸 찾으려 들지도 발견하지도 못하리라.


나는 망가진 눈을 하고 끝없는 길을 쉬임없이 간다… …
왜 생각의 길을, 왜 헛된 삶의 길을?
바이올린이 부서지면 음악이 죽어 버리듯
내가 손을 움직이지 못할 때면 내 노래도 감동을 주지 못하리라.


내 가슴 깊은 곳 펼쳐져 있는 사막
그 곳에서 나는 어떤 시 속에 표현된 고통 그대로 십자가에 박혀 있나니… …
나의 삶은 창도 문도 없는 거대한 성
그리고 네가 이 오솔길로 오지 못하도록, 나는 그 길이 다른 곳을 향하게 한다.




블로그 포스팅이 뜸하다. 봄을 타는 걸까. 아니면 이런 저런 생각만 할 뿐, 뭔가 쓴다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걸까. 몇 달 만에 새벽까지 남아 일을 하고 있다. 이번 주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고 머리가 복잡했고 마음이 아팠다.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는다. 그런데 이젠 형편없는 시집마저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 사이 형편없는 소설책들은 아직도 잘 팔리고 있는 듯 하지만. 아마 십 년 이내로, 형편없는 것들이라도 읽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이번 주 일이 너무 많이 밀렸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듯 느껴진다.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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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淸談)

                    이진명

조용하여라. 한낮에 나무들 입 비비는 소리는.
마당가에 떨어지는 그 말씀들의 잔기침. 세상
은 높아라. 하늘은 눈이 시려라. 계단을 내려
오는 내 조그만 애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때처럼. 눈시울이 붉어라. 萬象이 흘러가고
萬象이 흘러오고. 조용하여라. 한해만 살다
가는 꽃들. 허리 아파라. 몸 아파라. 물가로
불려가는 풀꽃의 헤진 색깔들. 산을 오르며
사람들은 빈 그루터기에 앉아 쉬리라. 유리
병마다 가득 울리는 소리를 채우리라. 한
개비 담배로 이승의 오지 않는 꿈, 땅의 糧
食을 이야기하리라. 萬象이 흘러가고 萬象
이 흘러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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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너무 멀리 있어, 아주 오래 전에 이 시를 좋아했다는 사실마저 어색한 토요일 저녁. 팔굼치는 까지고 목은 부어있고 몸과 마음이 아파 어쩌지 못하는 가을. 내 인생의 강물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향해가는 걸까.

이진명의 시를 오랫만에 읽고 영혼의 위로를 구하는 어느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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