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 2

에드워드 호퍼, <여름실내>

Edward Hopper Summer Interior 1909, Oil on canvas, 24 x 29 inches,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따갑고 건조한 여름 햇살이 방 한 가운데로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울 정신적 의지는 지난 밤에 사라져버렸다. 꿈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환상이거나. 만일의 경우 그것은 최악의 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이며 앞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너무 가지런한 실내가 도리어 비현실적이다. 뜨거운 여름날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에게 오래 전부터 빈혈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

에드워드 호퍼

Evening Wind, 1921, etching,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유화에서는 부드럽고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에칭 판화에서는 거칠고 쓸쓸한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란 도시의 쓸쓸함이다. 그리고 그것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난 쓸쓸해'라고 인정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편안함을 던져준다. 그러나 그 뿐. 호퍼는 그 곳에서 멈춰 서서, 그저 쓸쓸하고 외로울 뿐이다. 왜 쓸쓸한 지, 왜 외로운 지 알지도, 알려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래 보고 있으면 지루해지고 과연 쓸쓸한 건가 되묻게 된다. 이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