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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계절과 계절 사이. 도로와 도로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에 앉아 책을 읽으며 창 밖과 창 안쪽을 번갈아 바라다보았다. 풍경 안에 있지만, 풍경 밖으로 계속 밀려나갔다.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문장이 되지 못했다. 복 없는 단어들이여. 결국 사라질 것들이다. 


고비 사막에서 발견되었다는 미이라의 뉴스가 떠올랐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사막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토요일 오전, 동네 카페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보면서 잠시 나를 잊었다. 내가 있는 곳, 내가 처한 곳, 내 앞 절벽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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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잠시 쉬고 있다. 마흔이 지난 후, 일만 한 듯 싶다. 한 때 미술계에 발 담근 기억이 아련하기만 하다. 전시를 보러 가는 횟수도 줄었고 미술계 사람을 만나는 일도 드물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다. 돌이켜보니, 내 잘못도 많은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지난 1년 간 대형 SI프로젝트 내 단위시스템 PM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전체 프로젝트 관점에서의 단위 시스템에의 접근, 협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PM으로서 인력 채용과 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그동안 내 장점으로 부각되었던 것들이 단점으로 드러나 더욱 힘들었다. 


잠시 쉬면서 지난 1년을 되새기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배워야한다는 건 늘 힘들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고, 과거의 나를 부정해야 한다. 미래라고 해봤자 불과 몇 십년인데, 계속 변화시켜야만 한다. 현대란 유동적인 것이라고 했던가. 하긴 지그문트 바우만은 아예 '액체근대'라고 했으니. 


1년 만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면서, 과연 나를 채용하기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이력서인가 돌이켜보았다. 늘 채용이 결정되고 난 다음 이력서를 냈다. 단 한 번도 이력서를 먼저 제출하고 입사한 적이 없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인데, 그러기엔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다. 


이래저래 고민 많은 3월이다. 잠시 쉬고 있던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인데, 언어는 참 부단히 배워야 한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여유가 된다면 몇 달 영어 연수나 갔다 오면 좋겠다. 



거의 반 년만에 교외로 나들이를 했다. 아직 서해 바다 바람은 차기만 했다. 중고차라도 하나 구입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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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La', tout n'est qu'ordre et beaute',

Luxe, calme et volupte' 

그 곳에선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조용함, 쾌락 뿐.

-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중에서




나에게 행복이 있다면, 그건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미 절판되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구하는 것. 1990년대 중반,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나는 그 지역의 서점과 레코드샵을 찾아 다녔다. 작은 서점 구석에 낡은 문고판 책이나 문학 전집의 낱권을 샀다. 작은 도시의 서점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인문학 책을 구할 때면, 신기함마저 느끼곤 했다. 대학 시절, 얼마 안 되는 용돈이었으나, 그 돈으로 틈만 나면 책과 레코드를 사모았고, 결혼을 앞두고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탓에 절반 이상을 버리거나 나누어주었다. 그 시절, 대부분 나이가 지긋했던 서점 주인과 말할 틈은 없었지만, 그 때 한창 빠져 있던 재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레코드샵 주인들은 여럿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앳돼 보였을 텐데, 그 주인들은 나와 말을 섞어 주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이 책은 지금도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의 서점들에 대한 기록집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서점 하나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짧은 글 대신 책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을 보며,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 한 구석에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오래된 턴테이블에 요요마의 바흐를 올려놓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말리는 일이 될 테지만, 이 책 속 서점들처럼이라면야, ... 서점은 여행이고, 휴식이며, 즐거운 만남이다. 


온라인 서점에서의 위시리스트와 달리, 실제 서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자와의 만남이 있고 잊고 지내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책에 대해 서점 진열대는 나에게 알려준다.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책 속에도 나오긴 하지만, 몇몇 작가의 에세이와 인터뷰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책 속의 어떤 이처럼, 나도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서점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마산 문화문고... 지난 2007년 폐업하였지만 ...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 표지가 좋고 황홀한 색감으로 표현된 서점 사진들은 책 좋아하는 이들의 소박한 물욕과 숨겨진 여행에의 욕구를 부추긴다. 한 번 쯤은 읽고 볼 만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저 | 박수지역 | 학산문화사 | 2013.10.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많은 서점들이 나오지만, 아래 두 서점은 ... 기억해둘만했다. 


Bart's Books (미국 오하이오주) http://www.bartsbooksojai.com/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http://www.shakespeareand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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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의 임원이 되고 난 다음, 편안하게 잠든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술에 취해 잠이 들던,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던, 메일을 보내던, 고민을 하던, ... 심지어 잠이 들지 못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어제도.


최근에는 점심 거르기도 자주. 


내 사업이었다면 어땠을까? 글쎄다. 


올해의 실패는 인사(HR)다. 1명의 팀장을 제외하곤 모든 팀장들이 올해 채용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10년 차가 넘거나 10년 가까이 되는 인력들이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한 번 이상의 고객 불평을 만들었고, 심지어 여러 번이거나, 기본적인 태도가 안 되어 있었고, 서비스 마인드 부재에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아예 없었다. 내가 맡은 부서가 아니라 그들을 인터뷰하거나 채용 과정에 의견을 전달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경력서도 보지 않았다. 실은 경력서를 보았다고 한들, 그들의 경력은 무수한 프로젝트 리스트로 채워져 있을 테니, 나는 그 프로젝트들 속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1명, 2명의 관리자가 프로젝트 1-2개 산으로 보내는 건 무척 쉬운 일이고, 작은 회사에서 프로젝트 1-2개 산으로 가면 회사 전체가 위기에 놓인다는 사실을. 그리고 산으로 간 프로젝트를 수습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결국 '사람이 중요함'을 자리를 옮겨서도 깨닫고 있으니. 나는 사람 복이 없는 것일까, 자리 복이 없는 것일까. 


그나저나 푹 쉬고 싶은데... 너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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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말랑말랑하던 감수성을 가졌던 때도 있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선배는 나에게 '10년 전 나는 참 4차원이면서 똘똘했다'고 평했는데, ... 내 스스로 그랬나 싶어할 정도로,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우물 안에 있으면 내가 있는 곳이 우물인지 모르고, 우물 밖에 나와야만 내가 우물 안에 있었다는 걸 안다. 즉 자신 스스로 돌이켜보지 못한다면, 타인에게 물어서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2004년 6월에 쓴 메모를 다시 읽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게 휴식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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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6일 05:04


전화를 하지만, 전화는 되지 않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돌다가

어디 막다른 벽에 부딪히면

내 영혼은 심한 균열을 일으키면서 염려가 되고 두려움이 된다.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스려보지만, 되지 않는다.

역시 난 현대의 병을 앓고 있다.

프루스트가 그랬고 바흐만이 그랬던 그 병

한 번 앓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는 에고이스트들의 병.

 

하드디스크를 뒤적뒤적 거린다. 그리고 오래된 글 하나를 발견하다.

97년. 참 힘든 해였다고 생각했는데 ...

 

 

 

 


 제  목:97년, 날 사랑한 두 명의 여자.                               

 올린이:지하련  (김용섭  )    97/12/31 22:13    읽음:10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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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밤 좀 틔각거린 일도 있고  해서 그랬든지 아무튼 일부러  달게 

       자는 새벽잠을 깨울 멋도 없어 남편은 그냥 새벽차로  일직암치 관평을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訣別』(지하련의 소설. 1940)의 첫 문장

          

          Hazel Motes sat  at a forward  angle on  the green plush  train 

       seat, looking one minute at the window as if he might  to jump out 

       of it, and the next down the aisle at the other end of car.

          -『Wise Blood』(Flannery O'Conner의 소설. 1952)의 첫문장

          

                 *                   * 

          

          두 명의 여자 소설가. 한 명은 남편의, 총살당한 시체도  보지 못한 

       채 미쳐 죽어간 여자. 한 명은 홍반성 낭창(루시퍼)으로 육체가 엉망이 

       되어가는 가운데, "나에게 인생의 의미는 그리스도교에  의한 구제라는 

       한 점에 귀결된다"라고 절규하며 소설을 쓴 여자.

          

          97년 12월 31일 수요일. <<O'Conner - Collected  Works>>을 마지막

       으로 책을 샀다. 35달러나 하는 그녀의 소설을 오늘 기준 환율 1달러당 

       1600원을 적용해, 은행까지 오가며 사고 말았다. 살아있는 여자들은 내 

       곁을 떠나는데, 죽은 여자들은 내 곁으로 온다. 

          池河連과 Flannery O'Conner. 

          97년 날 사랑한 두 명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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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폴트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두뇌 연구가 마커스 라이클은 실험 참가자 문제 풀이에 집중하자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문제 풀기를 멈추자 이 영역의 활동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멍'한 상태에 있거나 잡념에 빠졌을 때 극도로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은 디폴트 네트워크로 명명됐습니다.
<행복의 중심 휴식>이란 책의 저자는 울리히 슈나벨은 신경세포인 뉴런들을 새롭게 정비하고 기억을 분류하며 배운 것을 처리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정 과업에서 벗어나 별 생각 없이 있는 게 우리의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내면의 지식, 오래 전에 갖고 있던 지식, 잠시 스쳐 지나가며 얻었던 지식들이 이 과정에서 돌추하며 창의적 해결책이 나옵니다.
-  김남국, '편집자의 글'(동아비즈니스리뷰 86호)중에서


휴식... 얼마나 아찔하고 감미로운 단어인가. 가끔 멍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가.  




분당 정자동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저녁 약속.




월계관을 마셨다.

그러고 보니, 술을 잔뜩 마시고 나는 일부러 멍해지는, 디폴트 네트워크를 가동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해도 휴식이라는 게 생기질 않아서 술을 잔뜩 마신 것일까. 그러면서 나에게 강요된 휴식을 만든 걸까.

많은 생각이 머리 안에 가득하지만, 쉽게 언어로 나오지 못하는 한반도의 우기 한 가운데 서서 문득 내 자리를 되돌아본다. 어느 월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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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이면 나들이다. 오늘은 과천 서울대공원을 다녀왔다. 그리고 몇 장의 꽃 사진을 찍어왔다. 

 

오후에 출발했지만, 짧지 않은 시간 그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호수가 보이는 잔디 위에서 잠시 누워 잠시 낮잠을 잤다.

걸어다닌 것밖에 없는데, 몸은 쉽게 피로해졌다. 운동 부족인 듯하다. 생각해보니, 이번 연휴에는 토요일 오전을 제외하곤 책을 거의 들여다 보지 못했다. 조금의 후회가 날 스친다.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서, 미술관이나 동물원 올라가는 길목, 호수 주변에 잔디밭에 앉아 가져온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새삼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좀더 계획성 있게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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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 운동하다가 무리한 것인지, 아니면 몇 가지 일들로 긴장한 건지, 허리 쪽에 근육통이 생겼는데, 이게 목까지 올라와 며칠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그랬으니, 이번 주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육체를 거느리고 잘 산 셈인가.

오늘이 되어서야 몸이 제대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길, 텅 빈 집에 남겨질 만 여 권의 책들과 천 여장의 음반들, 동양난, 서양난 화분들과 아직 이름이 없는 금붕어 한 마리에 대해 생각했다. 참 부질없는 것에 나는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가령, ‘사랑같은 것

아직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불편하다. 주변 몇 명이 같이 책 읽자고 하는 바람에 시작하는 독서 모임이지만, 역시 뭔가를 제대로 하기란 어렵다.

기대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참가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아는 몇 명이서 끌고 가야 할 것 같다.

주말에는 전시를 볼 예정이고, 일요일엔 청탁 받은 원고를 써야 한다. 자료 조사는 대충 끝냈으나, 밋밋한 결론이 나올까 두렵다.

그런데 새롭고 파격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하긴 익숙한 것을 새롭고 파격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그토록 원하는 어떤 능력일 테니… (불행히도 나에겐 새롭고 파격적인 것이 얼마나 익숙한 것이며 이미 알려진 것인가를 증명하는 능력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토록 힘든 것일까.)



(중부 독일을 지날 때 찍을 것이다. 저런 하늘 아래서 쉬고 싶다. 한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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