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6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 Antonin Artaud 지음, 박형섭 옮김, 현대미학사 이젠 1년에 연극 한 편 보기 어려워졌다. 연극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 때 연극 밖에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소설이 등장하기 수십 세기 전, 영화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대, 오직 서사시만이 구전으로 떠돌아 다닐 때, 그 때에도 연극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극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거리가 먼가(아니면 우리 모두가 배우가 된 것일까? 나를 속이고 가족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가면을 쓴 배우가 된 것일까? 그래서 연극,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연극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닐까?). 앙토넹 아르토(1896 - 1948).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연출가, 연극이론가였다. 하..

서쪽 부두 Quai Quest,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서쪽 부두 Quai Quest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지음), 유효숙(옮김), 연극과 인간 서쪽 부두 -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지음, 유효숙 옮김/연극과인간 이 희곡은 공연을 위해서도 씌여졌지만 동시에 읽히기 위해서도 씌여졌다. - 163쪽 이 연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이며, 이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이 연극의 어떤 장면도 사랑의 장면처럼 해석되어져서는 안 된다. 그 어떠한 장면에서도 사랑의 장면이라는 가정 하에 쓰여진 장면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들은 거래, 교환, 암거래를 나타내는 장면들이며, 이런 장면들로 공연되어야 한다. 거래를 할 때 부드러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169쪽 1989년 에이즈로, 40대 초반의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

기억 속에서 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싶어. 아버지는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잖아." - '서쪽부두'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의 희곡)의 샤를르의 대사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이제 내년이면 나도 마흔이 된다. 서른부터 마흔까지 너무 길었다. 스물부터 서른까지는 무척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스물까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슬픈 플라톤보다 현실적인 헤라클레이토스가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왜일까.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현대 프랑스 최고의 희곡 작가.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햄릿, 세익스피어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지음), 김재남(옮김), 하서 시청률의 노예가 되고 하나의 광고라도 더 받아야 하는, 처량한 TV 드라마의 시대에, 몇 세기가 지난 영국 작가의 희곡을 읽는 건, 참으로 터무니없어 보인다. 우리의 일상은 셰익스피어를 읽을 만큼, 고상하지도 않고 더구나 여유롭거나 한가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한다면, 그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끝까지 살아남아 이 비극의 전말을 후세에 남기게 될 호레이쇼에 대해 햄릿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햄릿 여보게 호레이쇼, 나는 스스로 영혼 속에 분별력이 생겨서 인간의 선과 악을 가릴 줄 알게 된 때부터 자네를 영혼의 벗으로 꼭 정해놓고 있네. 자네만은 인생의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뿐더러, 운명의 신의 상과 벌을 똑같이 감..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지금), 오세곤(옮김), 민음사 (* 대머리여가수 외에 수업, 의자가 수록되어있음) 외젠 이오네스코는 ‘의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The subject of the play is not message, nor the failures of life nor the moral disaster of the two old people, but the chairs themselves; that is to say, the absence of people, the absence of the emperor, the absence of God, the absence of matter, the unreality of the world, metaphysical emptiness. The t..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Pedro Calderon de la Barca(지음), 김선욱(옮김), 책세상 인생은 꿈, 삶은 한 편의 연극, 우리들은 태어날 때 각자 배역 하나를 맡고 죽을 때까지 성심성의껏 연기한 후 죽는다. 죽은 후 얼마나 잘 연기를 수행했는가에 따라 천당에 가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맡은 바 배역을 제대로 연기해야만 할 것이다. 17세기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이 생각은 바로크 특유의 허무적 미학을 만든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은 이러한 허무적 미학을 종교적인 메시지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러한 연극을 ‘성찬신비극’이라고 한다. 이 연극 형식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성찬에 대한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는 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