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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CANDID 레이블. 지금은 구하지도 못하는 레이블이 될 것이다. 집에 몇 장 있는데, 어디 꽂혀있는지, 나는 알 턱 없고. 결국 손이 가는 건, 역시 잡지 부록으로 나온 BEST COLLECTION이다. 레코드포럼, 매달 나오는 대로 사두었던 잡지, 그 잡지의 부록은 클래식 음반 1장, 재즈 음반 1장. 제법 좋았는데. 


유튜브가 좋아질 수록 음반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하기 힘들던 시절의 아련함은, 우연히 구하고 싶은 음반을 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아는 이들을 불러모아 맥주 한 잔을 하며 낡은 영국제 앰프와 JBL 스피커로 밤새 음악을 듣던 시절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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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Haden &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Verve, 1997 



여러 번 들었던 음반, 그러나 딱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환경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훨씬 더 좋은 음반들을 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토요일 저녁, 서재에 앉아 찰리 헤이든과 팻 메쓰니의 '미주리 하늘 너머'를 들었다. 악기의 구성이나 흐름은 단조롭지만, 풍성한 서정성은 '역시'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찰리 헤이든은 베이스를, 팻 메쓰니는 어쿠스틱 기타와 다른 악기들을 맡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이 음반은 그들의 다른 앨범들-정말 뛰어났던-과 비교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 컨템플러리 재즈가 가지는 서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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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의 지친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을 책 한 권. 몇 주 전부터 프린트해놓고 읽지 못한 여러 저널의 기사들. 영문 비즈니스 저널 한 권과 몇 달째 쓰고 있는 노트. 그리고 재즈. 

내가 알고 있는 재즈 중에서 가장 프리하면서도 극적인 도입부를 가진 음악. India.귀에 오래된 이어폰을 끼고 존 콜트레인와 에릭 돌피가 수놓는 극적인 긴장감을 즐겼다.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이번 지하철역에서 다음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지하의 공간 안에서, 그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내 평범한 일상은 시작되었다.

유투브에서 음악을 옮긴다. 이렇게 콘텐츠를 쉽게 구하지 못했던 지난 날엔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반대로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콘텐츠의 가치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존 콜트레인의 Impression 음반은 한국에는 없고 미국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존 콜트레인의 다른 명반들도 많은 탓에 이 음반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 음반은 나에게 재즈의 힘을 알려준 몇 되지 않는 음반이었다.

오랜만에 재즈의 힘에 빠져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수입] John Coltrane - Impressions [Originals][Digipack] - 10점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연주/V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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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ght To Denmark
 
Duke Jordan Trio
Steeple Chase, Denmark


눈으로 뒤 덮인 숲 속에 한 남자가 서있다. 두꺼운 외투에, 끝이 뾰족하게 솟은 모자, 둥근 안경, 두 손은 외투 주머니에 꽂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쌓인 눈의 울퉁불퉁함 때문인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약간 비스듬하게 카메라를 쥐고 있는 탓인지, 이 남자의 서 있는 포즈가 약간 오른 쪽으로 기울어져, 불안함을 드러내는 듯하다.

흰 색으로만 채색된 그림 한 가운데 어정쩡하게, 잘못 자리잡은 듯한 그 남자의 이름은 듀크 조단(Duke Jordan). 1922년 태생의 그는 1940년대 후반 찰리 파커 쿼텟(Charlie Parker Quartet )에서 활동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그 곳에서 찰리 파커, 마일즈 데이비스, 토미 포터, 맥스 로치 등과 함께 연주를 했지만, 연주 실력을 인정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후 많은 뮤지션들 - 콜맨 호킨스, 스탄 겟츠, 진 아몬즈, 스니 스팃 - 등과 연주를 하지만, 커다란 명성을 얻지 못한 채, 미국의 재즈는 불황기를 맞는다. 1970년대는 미국 재즈계는 암흑기와도 같다. 그러는 사이, 듀크 조단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미국 뉴욕에서 5년 이상 택시 기사로 일하며 힘든 생활을 보낸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 후반까지 미국은 락 뮤직과 팝 뮤직에 의해 재즈는 대중적 기반을 잃어버렸다. 대신 유럽에서 새로운 재즈가 부흥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ECM 레이블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연주활동을 했다.)

그러던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 계기는 1973년 덴마크의 재즈 애호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조직인 Jazz Exchange의 덴마크 초청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본격적인 연주를 다시 시작하였으며, 이 산뜻한 앨범 <<Flight to Denmark>>이 그렇게 탄생하게 된다.

이 흥미로운 앨범은 유럽적인 스타일이 풍부한 앨범이다. 재즈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으면서 심플한 악기 구성은 이후 펼쳐질 컨템플러리 재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듀크 조단의 피아노는 북유럽의 청량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부드러우면서 톡톡 튀는 재즈 앨범은 미국에서 출발한 재즈가 유럽 속에서 자리잡게 되는 긴 여행을 압축해놓고 있다. 듀크 조단의 대표적인 앨범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앨범은 재즈 애호가뿐만 아니라 재즈를 즐겨 듣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대중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앨범을 구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는 점뿐.

<<Flight to Denmark>>, 특히 차가운 겨울에 참 어울리는 앨범이다.


[수입] Duke Jordan Trio - Flight To Denmark - 8점
Duke Jordan TRIO (듀크 조던) 연주/Steeple C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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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 본Sarah Vaughan의 낡은 테잎을 선배가 하는 까페에
     주고 난 다음, 난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앨범을 샀다. 영화 <<접속>> 때문에 나온 '2 for 1' 모
     음집. 예전부터 들어왔던 음악이 영화나 광고 때문에 유명해지
     면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다. 누군가에게 음악을 추천하면 대체
     로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은 음악이 영화나 광고에
     서 유명해지면 내가 권했다는 사실을 잊고선 그 음반을 사선,
     이 음악 좋지 않냐고 내게 말한다. 이건 소설이나 책 따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면 잘 듣지도 않다가 교수나 유명한 작
     가가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면 바로 산다.

                 *               *    

       '1963년에 이파네마 아가씨는 이런 식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
     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그 이후로 나이를 먹지 않는
     다.
       (... ...)
       그러나 레코드 속에서는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스탠
     게츠의 벨벳 같은 테너 섹스폰의 선율 속에서는, 그녀는 언제
     나 열여덟이며, 활달하고 부드러운 이파네마 아가씨다.
       내가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걸고, 바늘을 내리면 그녀는 곧
     모습을 나타낸다.'
       - 『1963년. 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유유정 옮김. 문학
     사상사. 1996)에 실린 작은 단편)
      
                *             *    

       아스트러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The Girl From Ipanema'가 담긴 음반을 사라 본의 음
     반과 같이 구입했다. 몇 초의 고민 끝에 집어든 음반. 하루끼
     가 이 음반의 한 노래에 소설을 쓴, 매우 매력적인 음반.
      
       책도 두 권을 구입했는데 놀랍게도 책을 살 땐 가슴이 떨리
     지 않았는데, 음반을 구입할 땐 가슴이 떨렸다. 이젠 완전히
     도취된 모양이다. 이래저래 모은 음반이 LP, CD 합쳐서 250여
     장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이 내 사소한 평가
     다. 얼마나 많은 돈을 허비할까.
  
       재즈광으로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나중에 그를
     만난다면 소설 따위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고, 맥주를 마시며
     그의 턴테이블에다 LP를 걸고 재즈에 대해 몇 마디 하고 난 다
     음 음악이나 들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가 다시 재즈까페를 운
     영했으며 좋겠다. 놀러가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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