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2

게스 후Guess Who, 그리고 부메랑.

압구정 Guess Who.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벌써 9월말이라는 사실에 나는 놀라고 만다. 내 삶과 내 삶을 둘러싼 시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직, 내 감정만 시간과 관계 맺는다. 내 감정은 늙지 않고 상처 입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부메랑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것의 궤도를 알지 못하고 그것의 속도를 모른다. 어딘가로부터 돌아온 것들과 마주 하는 중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에게 상처 입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상처 입힐 땐, 자신만이 소중하니까 ... 그리고 상처 입을 때는 언젠가 다시 보복하리라 다짐하고 상처 입지 않으리라 여긴다. 세상의 상처는 모두 부메랑이어서, 나에게 오지 않으면 내 아들과 딸에게, 혹은 그 후손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제한된 시간과 ..

misc. 2014.09. 05.

창원에 내려가기 위해 옷 몇 가지를 챙겨 집을 나왔다. 아내와 아이는 이미 창원에 내려갔고, 오늘 저녁 모임을 나간 뒤 심야 우등 버스를 탈 계획이다. 어젠 이런 저런 업무들로 인해 밤 늦게 사무실에 나올 수 있었고 벌써 내 나이도 사십대 중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누군가 정해준 곳으로 갔으며, 심지어 대학 전공마저도 그랬다. 나처럼 고등학교 3년 내내 모의 고사에서 한 곳만 지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 대학 그 전공을 다 마치고 한참 후에야 내가 받은 대학 교육의 형편없음을 욕했지만).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 당하며 산다. 내 의지대로 의사결정 내리기 어려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