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20

일요일 잡담 - 자유와 경제적 불평등

진영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책마저 오독하게 만든다. 아니면 한 개념이 가지는 풍부한 스펙트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룰루 밀러의 를 너무 정치적으로, 우생학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던 것같다. 룰루 밀러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의 우생학을 보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더 나아가 차이(다르다는 것)를 받아들이면 내가,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을 적고 있었는데. 하긴 그러기엔 우생학이 그토록 뿌리깊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그 흔적이 한국 사회에서도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리처드 윌킨스과 케이트 피킷의 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정신병이나 미성년자 임신, 가정 폭력 등이 일어난다고 풍부한 통계 자료를 보여주면 이야..

불의란 무엇인가, 대니얼 돌링

불의란 무엇인가 Injustice : Why Social Inequality Persists 대니얼 돌링(지음), 배현(옮김), 21세기북스 1. 생각은 깊어지지 않는 대신 많아지고 해결보다는 포기가 더 나은 선택처럼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 다들 비슷하게 늙어가고 비슷한 생각과 습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 이것도 어쩌면 패거리일 수도 있고 카르텔일 수도 있겠다. 우습다. 결국은 목소리가 큰 권력자가 마음대로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나 행동 따위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저 대중들의 손으로 쓰레기통에 들어간 지 오래되었다. 실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나 행동을 할 것이라 여겼던 이들조차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절망적인 회의감으로 물드는 가..

돈의 정석, 찰스 월런

돈의 정석 Naked Money 찰스 월런(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2020년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제 현상에 대한 교양 서적이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 위기(한국은 큰 영향이 없었으나, 미국은 1929년부터 193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었으며, 그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벤 버냉키(Ben S.Bernanke)가 경제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여서 다행이었다는 언급이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이니,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여러 나라의 경제 상황을 이야..

소로스 투자 특강, 조지 소로스

소로스 투자특강 The Soros Lectures 조지 소로스(지음), 이건(옮김), 에프엔미디어 “불안감이 나를 깨어 있게 하고 실수를 바로잡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틀리면 부끄러워하지만 나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 조지 소로스(자서전)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이자 신화적인 인물이며 워렌 버핏과 자주 비교되는 인물. 헤지펀드의 대부격이며(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격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악명이 높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공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이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이 책에 대한 윤지호(이베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추천사 일부를 옮긴다. 주식 투자의 긴 흐름에서 보면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계..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 제프리 D. 삭스(지음), 김현구(옮김), 21세기북스, 2006 극단적 빈곤이 의미하는 기아와 질병, 그리고 생명의 낭비는 한마디로 전 인류에 대한 모욕이다. - U2의 보컬 보노의 ‘추천의 글’에서 (5쪽) 상당히 무거운 책이다. 진지한 프로퍼간다다. 제프리 삭스는 이 책 내내,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대놓고 기부하라고, 돈을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올해 초에 읽은 앵거스 디턴은 (2015년)을 통해 ‘원조 환상’에 대해서 비판하지만, 그보다 약 10여년 전에 출간된 삭스의 (2005년)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즉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국, 부유층의 원조와 기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원조와 기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지음), 리더스북 재테크란 애써 벌어들인 자산이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 애쓰는 행위이고, 때로는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보험처럼 예기치 못한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며, 그 중에서 일부는 자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재테크란 노동의 가치와 달라서 중간에 새어나가는 비용들이 자산가치 증가분을 잠식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몇 년째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내더라도 이후 서너번 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되면 다시 본전이 되는 것이 투자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수익을 낼 때는 투자하고 상황이 나쁘면 빠질 줄 알아야 한다. (297쪽) 솔직히 나는 재테크 따위엔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위대한 탈출 The Great Escape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지음), 최윤희, 이현정(옮김), 김민주(감수), 한국경제신문 읽은 지 한두 달 지났다. 메모를 하며 빠르게 읽었지만, 대단한 흥분을 느끼진 못했다. 를 읽을 때만큼 기대를 하였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불평등'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제기는 마르크스(주의)와는 전적으로 다른 흐름이다.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최소한 함께 살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무리 내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불평등은 문명이 준 "선물" 중 하나였다. 코헨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문명의 잠재력을 창출하는 과정 자체가 동시에 그 잠재력이 문명에 속한 사람 모두의 동등한 웰빙을 ..

시그널Signals, 피파 맘그렌

시그널 Signals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지음), 조성숙(옮김), 한빛비즈 가끔 아마존에 들어가 서평을 읽곤 한다. 대단한 찬사를 받은 책이 너무 형편없거나 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일 경우에 해당한다. 피파 맘그렌의 은 최근에 읽은 책들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일반 독자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대체로 높은 평점을 주고 있지만, 매우 낮은 평점을 주기로 했다. 이 책 은 'How Everyday Signs Can Help Us Navigate the World's Turbulent Economy'라는 부제가 붙어있다(번역서에서는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하지만 알라딘 리뷰에 실린 것처럼 '정치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일 들..

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 군터 뒤크

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 Abschied vom Homo Oeconomicus 군터 뒤크Gunter Dueck(지음), 안성철(옮김), 원더박스, 2017년 (* 2009년에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가 작년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네가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구하고 작업도구를 준비하고 과제를 나누고 일을 분배하기 위해서 남자들을 불러 모으지 마라. 대신에 남자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열망을 가르쳐라." - 생텍쥐베리 자연에서는 대부분 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이 더 빠르게 번식한다(은행강도보다는 저축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제3볼테라 법칙'이라고 부른다. 초식동물에게는 빠르게 증식하는 것이 무엇..

소비의 미래, 다비트 보스하르트

소비의 미래 Die Zukunft Des Konsums다비트 보스하르트(지음), 박종대(옮김), 생각의 나무 2001년에 번역된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더구나 라는 경제경영서적을(경제경영서들은 시류를 타는 탓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읽기 애매해진다). 그런데 이 책, 의외로 단단하고 읽을 게 많으며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호소력 짙다. 아마 2001년에 읽었다면 제대로 읽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은 소비자, 소비 문화를 여러 현대 이론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치밀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가령 스포츠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아래와 같다. 현대는 광범한 스포츠화 사회이다. 스포츠는 사고 오락(denkunterhaltung)이 되었고, 스포츠에 대한 전통적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