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

2024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자.

2023년말 우리 모두가 알았던,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아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영화배우가 스스로 이 세상과 등졌다. 두 아이의 아빠가 그렇게 떠났다. 이제 한국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비가 와도 내 책임, 눈이 와도 내 책임 같다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가신 후에, 한국 사회는 안타깝게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잠시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하염없이 뒤로, 과거로 밀려내려가는 중이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나라의 리더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과 비례할 뿐이다. 새해 초부터 야당 지도자의 피습 소식이 멀리 남쪽 도시로부터 전해져 오고, ... 혹시 사람들은 알련지 모르겠지만, 야당 지도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대부분이 구속되었거나 검찰 고발을..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서경식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나무연필, 2017년 '일장기'라고 불리는 히노마루와 천황을 찬미하는 의례곡인 기미가요는 원래 일본의 공식국기와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각종 공식 행사에 쓰였고 1999년 8월 9일 이들이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된다. (14쪽, 각주에서 인용) 일본의 우경화를 먼 나라 이야기라 여겼던 걸까, 아니면 꽤 많은 일본 소설들과 지식인들의 책들을 읽었다고, 그리고 영화나 최근의 일본 여행으로 정치외교 분야의 갈등을 우리가 겪는 일상과는 다른 층위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키하바라 역 앞에서 연설하던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를 에워싸고 일장기를 휘날리며 환호하던 '시민'들이 반중, 협한, 재일 한국..

10월 30일 단상

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모한 용기에 뒤이어 오는 경제적 고초와 무참한 절망, 패배감이 아니라 빠르고 현명한 포기였다. 그리고 그 포기 대신 내 포기는 종북들과 빨갱이들 때문으로 몰아가면 되었다. 지난 잃어버린 10년 정권으로 인한 것이면 되었다. 헬조선도 경제에 뛰어나지 못한 진보 정권으로 인한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엎지르진 물이고 뒤짚기엔 너무 강력하다. 그러니 왜 나에게 꿈과 희망을 밀어넣는가! 나에게 필요한 건 한 끼 밥과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와 종편 TV에서 틀어대는, 나보다 불쌍하고 처참한 북한 사람들의 실상이다. ..

침묵하며, 언론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한국의 언론.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옮긴다. 어제 아침 CNN에 올라온 기사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 언론, TV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날이 멀다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을 하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언론과 관련된 교과서에는 '비판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그런 언론을 찾기 어렵다. 이 나라의 미래는 이렇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화살은 지금 침묵하는 언론들에게, 그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와 여당으로, 그 옆 무능력하기 이를 데 없는 야당에게까지 돌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런 정치적 지형에 대해 알 생각도, 알아도 침묵하는 국민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