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4

아메리카의 망명자, 아리엘 도르프만

아메리카의 망명자 아리엘 도르프만(지음), 황정아(옮김), 창작과비평사 1973년, 자신을 고국인 칠레으로부터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던 파리로 도망치게 만들었던, 칠레를 깊고 긴 독재 국가로 변하게 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의심되던 망명지 국가에 정착하게 된 아리엘 도르프만은 어떤 기분일까. 민주화된 칠레 대신 미국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정착하게 되는 칠레. 그러나 민중을 위한 희망을 안고 하나둘 칠레를 일으켜세우던 아옌데 대통령은, 이를 방해하는 미국과 글로벌 대기업의 모략 앞에서 힘겨워 하다(아옌데 대통령 집권 이후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칠레 경제는 악화된다) 결국 그들의 지원에 힘입은 삐노체트와 그의 군대가 일으킨 쿠데타에 저항하다가 끝내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보르헤스 씨의 정원

일러스트: 메테오 페리코니 보르헤스 씨의 정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인근의 어느 집에는 이중의 특권을 가진 창문이 있다. 그 창문에서는 한 눈에 하늘이 들어오고, 이웃한 집들과의 벽을 따라 굽이쳐 흐르며, 마치 계절들의 여행처럼 보이는 색채들을 가진 식물들, 나무들, 덩굴들로 가득한 넓은 공간, 여기에선 여기에선 pulmon de manzana로 알려진 - 글자 그대로 한 블록의 허파 - 안쪽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덧붙이자면, 그 창문은 작고한 내 남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재를 피난처처럼 보호하고 있다. 그 서재는 오래된 책들로 채워진, 진짜 바벨의 도서관이며, 그 책들의 종이들에는 내 남편의 작은 손으로 거칠게 씌어진 메모들이 있었다. 한낮 정오가 지나고 나는 창문을 내다보기 위해 내..

라틴아메리카거장전, 덕수궁미술관

사람들은 라틴 아메리카라고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릴까? 축구? 삼바축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보사노바? 탱고? 하긴 나는 디에고 리베라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떠올리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후 19세기 초까지 라틴 아메리카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까지 그 식민 시대의 재판(再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래 인용문을 한 번 읽어보자. 에스파냐의 ‘인디아스’(아메리카) 통상부 기록에 따르면, 1503-1660년 동안 금 18만 5천kg과 은 1천 6백만kg이 ‘인디아스’로부터 유입되었다. 황무지에 가깝던 포토시(Potosi, 현재 볼리비아 소재)는 대규모 은(銀) 광산이 발견된 ..

라틴아메리카의 고독, 가브리엘 마르케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 송병선 엮어 옮김/문학과지성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 문학과 지성사, p.187) (이 글은 수 년 전에 작성한 글이다. 외출하기 전에 다시 다듬어 올린다.) 최근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어느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새로운 시대의 세계의 정치적 상황을 예리하게 지적해낸 이론으로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슬람문화권과 기독교문화권의 갈등은 이미 여러 전쟁을 통해 확인되었고,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