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38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 2011. 5. 3 ~ 8. 28. 국립중앙박물관 (Princely Treasures - European Masterpieces 1600 - 1800 from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이 글을 적고 있는 오늘이 전시 마지막 날이네요. 전시를 보러 가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101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지만, 궁정 문화를 알기에 모자라기도 하고 더 많은 유물을 전시한다고 해도 궁정 문화를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이 전시를 간 이유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 문화를 알고 싶어서 라기 보다는 빅토리아앤앨버트박물관의 명성 때문입니다.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V&A Museum)은 장식 미술, 공예, 도자기,..

바로크의 꿈 - 1600 ~ 1750년 사이의 건축

바로크의 꿈 - 1600 ~ 1750년 사이의 건축 프레데릭 다사스(지음), 시공디스커버리총서 “형태(형식)는 그것이 재료 속에 살아 숨쉬지 않는다면, 정신의 관점(추상)에 불과하거나 이해하기 쉽게 기하학으로 표현된 영역에 대한 사변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잘못된 생각처럼, 예술은 결코 환상적인 기하학이나 그보다 더 복잡한 위상지리학이 아니다. 예술은 무게와 밀도와 빛과 색채와 연결된 그 무엇이다.” - 앙리 포시옹, ‘형태들의 삶’, 1939년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으로 학고재에서 번역 출판되었음) 이 책은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시리즈들 중에서 제법 어려운, 하지만 바로크에 대해서 그 어느 책보다 충실한 내용을 가진 책이다. 프레데릭 다사스의 ‘바로크의 꿈’은 건축을 중심으로 바로크..

화려한 바로크 양식, 멜크 베네틱트 수도원 Melk Abbey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무대가 되는 멜크 수도원은 9만여권의 장서를 가진 도서관을 가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976년 레오폴드 1세(남부 오스트리아의 군주)는 지금의 멜크 수도원 자리에 자신의 성을 지었고 그의 후손들은 이 곳에서 지냈으며, 1089년 레오폴드 2세가 베네딕트 수도회에 성을 주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은 바로 이 시대부터 시작된다. 12세기 많은 수도사들이 멜크 수도원에서 성경을 옮겨 적으며, 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의 멜크 수도원은 18세기 초 Jakob Prandtauer에 의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로 멜크 수도원은 중부 유럽의 대표적인 바로크 건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수도원 건축물의 발달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구교의 위기 의식에 기초하고 ..

사물들에 대한 사랑, 혹은 숨겨진 외로움

하루의 피로가 몰려드는 저녁 시간. 밖에는 3월을 증오하는 1월의 눈이 내리고 대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막 새 잎새를 틔우려는 가녀린 나무 가지에 앉아 연신 몸을 흔들고 ... 어수선한 세상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고, 밀려드는 업무에 잠시 손을 놓고 ... 하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눈 오는 3월의 어느 저녁.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소리 내어 읽는다.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모든 사물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들이 정열적이거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긴 해도 이 대양은 당신의 것이며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추들과 바퀴들과 조그마한 잊혀진 보물들. 부챗살 위에 달린 깃털 사랑은 그 만발한 꽃들을 흩뿌린다. 유리잔들, 나이프들 가위들… 이들 모두는 손잡이나 표면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스쳐..

페르골레지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주위에 없네요. 바쁜 일상인지라, 교류할 틈이 없었던 탓이죠. 저의 경우에는 팝->아트락/프로그레시브락 -> 재즈 -> 클래식의 궤적을 밟아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듣지 않았다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옮겨 오던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재즈를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일즈데이비스 & 캐논볼애덜리의 'Somethin' else의 'Autumn Leave'와 덱스터 고든의 'Appointment in Gana'(음반명이 기억나질 않네요)를 듣고는..) 클래식 음악은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가장 좋아합니다. 레퀴엠 음반만 7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음반은 지오나비 바티스타 페르골레지라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음악입니다...

일요일 아침의 피그말리온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신문을 잠시 보다가, 9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서 근처 분식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실은 오후 늦게 약속이 있는데, 과연 내 몸 상태가 그 약속을 소화시킬 정도인가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걷는 모습은 꾸부정하고 움직일 때마다 적당한 수준의 통증을 느꼈다. 결국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기 곤란한 상황이라, 나중에 전화를 다시 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전화가 없다. 집에 들어와, 장 필립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 - 1764)의 '피그말리온 Pygmalion'을 들었다. 감미롭고도 슬픈 선율을 날 잠시 위로했다. 쓸쓸함이라든가 외로움이라든가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아플 땐 특히 더 그렇다. 원래는 운동을 하면 좀 ..

독일 하르모니아 문디 50주년 기념앨범 50CD

[수입] DHM 창사 50주년 기념앨범 (50CD) -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DHM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 이 시디를 사기 전에 나는 이미 2월에만 도서 구입으로 15만원 이상을 지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선택에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바로크 이전 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그리고 종종 이 시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설레는 기분을 어쩌지 못하는 나는, 이 박스 세트를 구하지 못했음을 최근 통탄해하고 있었다. 이 박스세트는 작년 초에 수입되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야 이 박스세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광화문 교보 핫트렉에 자주 들리지 않았고, 주위에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없었던 탓에, 나는 이 박스세트를 알지 못하..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페르골레지

어느새 2008년의 마지막 날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게 빠르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올 한 해 안 좋았던 일도 많았고 좋았던 일도 여럿 있었다. 되새겨보면, 결국, 참 힘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어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 음악이 좋아진다고 했다. 나도 그랬던 걸까. 그렇다고 해서 재즈를 듣지 않는 것도, 가요를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미묘한 깊이가 날 감동시키곤 한다. 최근 들어 더욱 더 그렇다. 그 중에서도 페르골레지는 언제나 날 울린다. 지오바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는 26살에 죽은 비운의 작곡가였다.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도 그럴..

제프 쿤스와 베르사이유

나에게 엄청난 돈이 있어(세계 탑 100위 정도의 갑부 수준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제프 쿤스의 작품을 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구입할 의향도 있다. 미술에 대해서 조금 떠벌려야 하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대단한 사람들을 초대해 뭔가 과시해야될 필요가 있다면, 한 점 정도는 구입해볼 생각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그리고 결국 알만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겠지만). 나는 제프 쿤스가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바의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정반대다. 그는 주체하지 못하는 재능으로 현대미술을 망쳐놓고 있는 몇 되지 않는 예술가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약국' 데미안 허스트가 '삶과 죽음'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요요마의 바흐, 비올라 다 감바와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1983년에 나온 LP를 가지고 있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LP를 구입한 건 90년대 중반쯤 되었을 테니, 창원의 어느 상가, 문 닫기 직전의 음반 가게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레코드였다. 하지만 이것이 내 바흐 순례의 시작이었으니, 어찌 그 감동을 잊을 수 있을까. 낮게 깔리는 첼로의 선율을 위로 얇게 올라가 물방울 흘러가듯 부딪히는 하프시코드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율동과 운동감을 전하는 바로크 음악의 열정을 숨기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어느 모바일 게임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고, 이력서를 다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미술 쪽은 애호가나 개인적인 일로 돌려야 할 듯 싶다. 일자리가 쉽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

예술의 우주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