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2

독서모임 빡센 - 책읽기 멤버 모집

안녕하세요. 한참을 닫아두었던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재개하였습니다. 아는 분의 강권으로 책 읽기 모임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나, 너무 오래 쉬었던 탓인지 참여하는 멤버가 거의 없네요. 몇 달동안 2명이 모여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바빠지는 연말에 잠시 쉬고 있는 중에, 이렇게 블로그에 공지를 올립니다. 저 또한 미루다 미루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예전엔 혼자 읽기 어려운 인문학 책들 위주로 독서모임을 운영하였으나, 이젠 그 범위를 넓혀 다양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책을 넘어서 역사, 사회, 철학, 과학, 정치 등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달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할 ..

책들의 우주 2023.12.14

잡스의 기준 Creative Selection, 켄 코시엔다

잡스의 기준 Creative Selection 켄 코시엔다(지음), 박세연(옮김), 청림출판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이 책에 실린 아래 문장을 옮겼고 나는 그걸 보곤 바로 이 책을 구입했다. 1. 영감 inspiration: 거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가능성 상상하기 2. 협력 Collaboration: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보완적인 장점 결합하기 3. 기능Craft: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결과물을 얻고, 항상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 4. 성실Diligence: 힘든 일도 마다 않고, 쉽고 빠른 길에 의존하지 않기 5. 결단력Decisiveness: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고, 미루지 않기 6. 취향Taste: 선택을 위한 세련된 감각을 개발하고, 즐거움을 주는 통합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지음), 마티 1. 어떤 경향성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기 보다는 그냥 손 가는 대로 들고 읽는 듯하다. 그래서 책 자체의 완성도나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씌어진 글도, 그렇게 만든 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은 온전히 작가 장정일의 태도나 문장 자체가 될 것이다. 가끔 우연히 읽게 되는 장정일의 짧은 글들은 상당히 좋다. 그렇다고 해서 꾸준히 찾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시인 장정일의 첫 등장을 기억하는 나로선, 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여준 변화가 한 편으로 보기 좋다. 그러나 가끔 소년 장정일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에겐 반항적이며 이단적이고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거부하는 자아를 가진 예술가의,..

주제, 강유원

주제 - 강유원 서평집강유원(지음), 뿌리와 이파리 이 책은 2005년 겨울에 나왔으니, 이 땐 나도 적절한 시간을 책 읽기와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행동이나 태도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으나,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빈둥거릴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이 끝났던 무렵니다. 사랑이랄까, 미래랄까, 꿈이랄까. 그리고 2020년에, 2005년, 혹은 2006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실은 다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는 기억 나지만,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저 때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나도 변했..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전 2세기 제작 추정 책을 읽는다고 당신의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나아지지도 않는다. 쓸데없이 고민만 많아진다. 할 수 있는 건 빨간 신호등일 때 건널목을 건너지 않는 정도이지만, 고민하는 것은 이 세상 전체에 대한 것들이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병들어가는 지구나 갑작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라든가 북핵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끼인 한반도의 운명 등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도, 말할 사람도 없다. 주제 넘은 염려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책들의 우주 2018.01.03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 알폰소 링기스

아무 것도 공유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 (The Community of Those who Have Nothing In Common) 알폰소 링기스Alphonso Lingis(지음), 김성균(옮김), 바다출판사 우리가 속한 환경의 외계外界를 향해 우리가 전진하는 과정은 우리의 죽음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다. 죽음은 세계의 모든 틈새에 존재하고, 심연은 세계를 연결하는 모든 회로의 이면에도 존재하며, 세계를 연결하는 길들의 저변에도 존재한다. (252쪽) 철학서답지 않은, 부드럽고 다소 낯선 문장들은 독자에게 느리게 읽을 것을 요구한다. 이 강제된 느림은 현대스럽지 않다. 책 표지는 알폰소 링기의 글과 어울리고, 타자와 공동체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담은 책이지만, 산문처럼 읽히는 건 그만큼 문학적인 탓이리라..

공부하는 보수, 이상돈

공부하는 보수, 이상돈(지음), 책세상 서평집이다. 두껍다. 색인까지 포함하면 700페이지가 넘는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문제는 '보수'라는 단어인데, 이제는 그 단어가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생각할 때, 이명박 정권은 보수를 표방하고 들어선 첫 정권이었지만 독단적인 궁정 운영과 부패, 비리 의혹으로 얼룩져 실패한 정권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그런 오점을 청산하고 태어난 합리적인 보수정부이기를 기대했건만, 지금까지의 결과로 봐서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한 보수정권은 부패했고, 또 다른 보수정권은 무능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니 허무하다. - 11쪽 ~ 12쪽 그래서 이 책은 현 정권과 이전 보수 정권에 대한 반성이 담겨 ..

채식의 배신 The Vegetarian Myth, 리어 키스(지음)

채식의 배신 The Vegetarian Myth 리어 키스(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근래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과격하고 직설적이다. 저자 자신의 체험 이야기를 하다가 영영학자나 고생물학자의 논문을 인용하기도 한다. 전문성이 확보된 듯하면서도 전문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내 평가는, 과격하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아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사카린이 위험한 감미료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발암 물질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카린은 보기 드물게 안전한 인공 감미료다. (참고 기사: 사카린은 억울하다… 착한물질에 씐 주홍글씨 ) 이런 식으로 우리는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가령 ‘콩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오해하는 것은 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민음사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R. 포퍼(지음), 이한구(옮김), 민음사 이 리뷰는 허술할 것이다. 읽은 지 1년이 지났고, 뭔가 독후감 같은 걸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허술한 이 글을 핑계삼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을 서가에 꽂을 생각이다. 칼 포퍼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플라톤부터 마르크스까지 '중심(이데아)를 지향하는 어떤 체계'(또는 전체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끊임없이 반증을 제시해야 된다고 역설한 학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데아를 이야기하는 고상한 플라톤 대신 현실적으로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으로 전체주의..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

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지음), 현암사 한동안 서평가가 유행이었다. 지금도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벌써 20년 전이라니!) 새 책 소개는 신문 기사이거나 인문학 잡지의 서평 코너, 또는 딱딱한 에세이의 인용(각주나 참고서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신문 기사가 제대로 된 서평을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신문 기사에 실린 내용만 믿고 실제 책을 보지도 않고 구입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몇 번 있다), 인문학 잡지는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렸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기능하고, 딱딱한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서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 없었다. 책 읽기의 목적이 다른 탓도 있지만, 책 읽기란 마치 손수 벽돌로 계단을 만들어가며 올라가는 것과도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