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급하게 휴가를 냈다. 그냥 쉬고 싶기도 했고, 아이의 성당 숙제를 도와주어야 하고, 부동산 계약 건도 있다. 치과에도 가야 하며 공부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성당에도 가야 한다(과연 하루만에 다 할 수 있을까). 직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들 대부분은 아이와 함께 한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이십년 전의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성당에 나가게 될 줄. 이럴 줄 알았다면, 이럴 줄 알았다면, ...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후회와 연민이 쌓인다. 며칠 전 출근길에 소방차들 수 대가 이차선 이면도로로 싸이렌을 울리며 올라갔다. 어디로 가는가 했더니, 아래쪽 동네 어느 빌라에서 불이 난 것이다. 내가 탄 마을버스는 앞으로 가지 못했고 연기가 도로에 가득했다.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