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2

어떤 단상 - 부암동에서 구기동까지

상명대 앞까지 걸어갔다. 십 수년 전,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내가 자취를 했던 곳들 중 많은 곳이 번화해졌다. 가을이면 노란 단풍으로 물들던 신사동 갤러리 길은 이젠 신사동 가로수길로 불린다. 호주로 떠난다는 여자 선배를 보았고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마음에도 없는 터무니없는 고백을 하기로 했다. 자취하던 집에서 걸어 3분이면 표갤러리가 있어, 프랭크 스텔라를 보기도 했다. 날카로운 진지함으로 무장한 스텔라는 보는 이의 시각에 도전하며 보는 것, 보여지는 것, 우리가 느끼고 인지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미술을 다시 물었지만, 그 때 내가 관심 있던 건 오직 사랑 뿐이었다. 쓸쓸한 사랑. 이제 자본주의 깊숙한 곳까지 내 몸이 빠져, 나이가 들수록 허우적, 허우적, ... 이젠 그럴 힘조차 없어졌다...

마유카 야마모토(Mayuka Yamamoto), 갤러리SP

Mayuka Yamamoto 2008. 12. 4 ~ 12. 27 갤러리SP 마유카의 작품은 평창동 서울옥션(Seoul Auction)에서 처음 보았다. 그녀의 작품은 두드러져 보였다. 부드러운 색채와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소년 시절. 조용한 그녀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Mayuka Yamamoto, Pool, oil on canvas, 162 x 162 cm, 2006 그리고 키아프(KIAF)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확연히 구별되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마유카의 작품들. 묘한 매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갤러리 SP에서의 전시에서 다소 수정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마유카 요시모토의 작품들로만 채워진 공간은 이상하게도 서울 옥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