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5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지음), 빅피시 지금 부동산 시장은 그 누구도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이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월급쟁이는 모험을 하지 않고는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구할 수 없다. 아니 모험을 할 수 있는 방법마저 막아버렸다고 할까. 이제 대출 받기도 쉽지 않으니, 흙수저 배경의 직장인이라면 이제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올 수 없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진행된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과 그 정책들로 인해 야기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들과 문제들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까움이 드는 건 문재인 정부의 그 누구도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아예 아무 짓도 하지 ..

가을의 오르세(Orsay)

어제 오전 일찍 나와, 세느강 옆을 걸었다. 서울은 마치 표준화, 규격화, 효율화의 전범처럼 꾸며져 있다면, 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르다. 얼마 전 서울시 청사의 재건축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느강 옆을 걸으면서 보게 된 강 옆에 놓인 배들의 모양 하나하나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설계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서울은 꼭 20세기 초 근대주의자들의 잃어버린 로망을 되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하나가 잘 되면, 그 하나를 따라하기 바쁘다. 한국 사업가들이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세계가 놀랄 정도의 시간 단축을 보..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 혼자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 혼자고양이 키우면서 살고 싶다. 고양이 먹이 주면서 아침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며 삶을 비관하고 싶다.순환적 역사관을 굳게 믿으며 내 생 다시 꽃 필 날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혼자 살고 싶다.봄에는 이름 모를 꽃향기가 스며들고가을이면 낙엽 지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아파트였으면 좋겠다.여름에는 바람은 불되, 아무도 찾지 않는 아파트이면 좋겠고겨울에는 눈이 쌓이고 밤의 하늘이 낮게 드리우고 사랑하는 여자만 찾아오는 그런 아파트였으면 좋겠다. 그런 작은 아파트에서, 오래된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말러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살고 싶다.낮고 긴 서가에 빼곡히 꽂힌 책들 중 한 권을 꺼내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그렇게 나, 그렇게 혼자 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