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18

2023년의 대한민국이 싫다

두 아이의 아빠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너무 화가 나는 하루였다. 검찰, 경찰, 언론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과 무관심한 척하는 대중들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일이다. 실은 며칠 전 아파트 화재 속에서 어린 딸들을 안고 뛰어내린 아빠의 부고 기사를 보면 열이 받아있었다. 방 안에서 담배 때문에 불이 났고, 그 담배를 피운 이가 70대 노인이라는 사실에, 그냥 지금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치든, 경제든 ... 평일 교외 카페를 가보라. 한껏 꾸며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실은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60대, 70대여도 아직 젊게 보이니까.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쌓아 올린 부라고 ..

지금 이 나라는 퇴보 중

보수가 집권하면 나라가 좀(상당히) 이상해진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국은 당분간(혹은 길게)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 작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보수주의 리더를 검증하여 옹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현 보수 정당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은 그 반대편에 있는 중도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실은 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서 꼴 보기가 싫을 정도다. 다만 정치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이 실망스러운 중도정당이 그나마 낫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 이상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상주의자들은 종종 극단주의로 향하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진보주의자들..

우크라이나 사태와 언론, 대선, 한국

내부 문제를, 그 문제로 인한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이나 대립을 외부로 돌리는 건 손쉬운 방법이다. 시스템이나 체계, 문화나 관습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원인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실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구조의 문제인데. 그런데 흥미롭게도(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 참 잘 먹힌다.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랜덤하우스코리아)를 강조했지만, 이건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해당되는 건 아닐까. 더 나아가 '정치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대중의 지혜를 기대해선 안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프로퍼간다에 호도된 그들, 대중은 가끔 파시즘을 불러오거나 군사독재를 묵인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사..

대선과 공적 영역

어떤 문제, 사태에 대해 아예 관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그 누구도 비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여를 하는 사람,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비난을 거듭한다. 이 때까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어떤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사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 Advantage가 있지만,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의 Role & Responsibility만 있을 뿐이다(하지만 영악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마저 Advantage를 누리려고 한다).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현..

새로운 충견들, 세르주 알리미

새로운 충견들 Les nouveaux chiens de garde 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 (지음), 김영모(옮김), 동문선, 2005년(1997년) “우리는 철학자의 가면에 인정된 존경이 결과적으로 은행가의 권력에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영원히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폴 니장, 중에서 ‘1932년 폴 니장은 ‘자기 시대의 부도덕한 시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참여를 위대한 개념 더미 아래로 숨기기를 좋아하는 철학자들을 고발하기 위해 이라는 에세이를 썼다(11쪽).’ 약 60여년 후인 1997년 세르주 알리미는 권력과 자본주의를 위한 매끈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공모를 일삼는 기자들, 저널리스트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2020년 기자라는 정식 명칭 대신 ‘기레기’라는 혐오스러운 ..

한국의 언론

페이스북에 올린 메모를 조금 살을 붙여 올린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다들 아는 내용이다. * * 언론은 사건 사고를 먹고 산다. 굶주린 언론은 작은 사건도 크게 부풀리며 경미한 사고도 심각한 사고인양 부각한다. 더 나아가 말초적이며 표피적인 표현에만 신경 쓸 뿐, 그 사건 사고의 깊은 분석이나 재발 방지책, 더 나아가 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나 걱정, 대안 제시나 비판적 실천에 대해선 그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한다. 도리어 잘못된 보도로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적 정치적 갈등만을 조장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언론의 실체다. 끔찍하다. 1차적으로 정확한 사실의 전달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어긋나 있다. 2차적으로는 그 사실에 대한 의견 전달이다. 그런데 이 의견 대부분이..

중앙의 정책, 지방의 대책

1.그래서 물어봤다. 중국에선 그런 권위주의에 저항하느냐고. 그는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을 아느냐고 되물었다. 정부엔 정책이 있지만, 민간은 빠져나갈 대책을 세운다는 말이란다. 우한 봉쇄 전에 시민 절반이 타지로 빠져나간 것처럼 저항보다 살 궁리를 먼저 하는 게 '중국인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코로나19는 우한을 넘어 중국 전역과 전 세계에 널리 전파되었다. - , 양선희 - 선데이칼럼, 중앙선데이, 2020년 2월29일 2.중앙일보와 중앙선데이를 받아보다가 몇 달 전 끊었다. 지난 촛불 정국 때부터 받아보기 시작했다가 최근 끊은 것이다. JTBC의 활약이라든가 읽을거리가 풍부한 중앙선데이로 인해 중앙일보까지 받아본 것이다. 아파트까지 찾아온 신문영업 아저씨의 영업술 - 1년..

비오는 토요일의 근황, 단상, 잡담

2019년 봄부터 2020년 2월까지 일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10억원이 넘어가는 프로젝트의 PM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Agile 방법론으로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켜야하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읽기나 글 쓰기가 예전만 못했다. 다행(?)히 다시 연장된 프로젝트에 괜찮은 멤버들도 다시 셋팅할 수 있었기 망정이지, 계속 그 생활이 이어질 뻔했다.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시 IT 영업과 컨설팅, 제안서 작성과 발표의 업무로 돌아왔지만, 역시 이 업무들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도 들고 대단한 미래가 보장되는 일상을 누리는 것도 아닌 탓에, 이런저런 준비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코로나 시대, 외출이 부자연스러운 지금, 간만에 내리는 비소리를..

가을을 준비하는 어느 일요일, 그리고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높고 파랗다. 이번 여름은 사무실과 집만 오갔다. 그 사이 한일갈등은 극에 다달았고, 언젠가는 이런 국면이 펼쳐지리라 예상되었으니,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면서 현대적 자본주의의 스트레스로 지쳐만 갔다. 그 스트레스 속으로 한일갈등은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한국의 언론은 우리가 그들을 향해 기대하는 기능의 절반 이하로 언론의 참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일갈등도 그러한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 20%도 되지 않을 듯 싶다. 저 정도의 호들갑이라니. 박근혜 정권 때 저렇게 해주었으면 나라가 지금보단 훨씬 더 나아져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정권에서의 잘못된 외교 관계와 여러 협약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극우적 태도는 이미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