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

동네 카페

계절과 계절 사이. 도로와 도로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에 앉아 책을 읽으며 창 밖과 창 안쪽을 번갈아 바라다보았다. 풍경 안에 있지만, 풍경 밖으로 계속 밀려나갔다.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문장이 되지 못했다. 복 없는 단어들이여. 결국 사라질 것들이다. 고비 사막에서 발견되었다는 미이라의 뉴스가 떠올랐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사막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토요일 오전, 동네 카페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보면서 잠시 나를 잊었다. 내가 있는 곳, 내가 처한 곳, 내 앞 절벽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어느 토요일 오전

바쁜 일정 탓에 2주 정도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혼자 사는 집은 시디, 책, 옷, 노트들로 어지러웠다. 마치 긴 홍수 뒤 강 하구와 맞닿은 해변처럼. 창을 열었고 난초에 물을 주고 집 청소를 했다. 봄 먼지로 얼룩진 바람이 밀려들어왔다. 어수선한 마음에 먼지가 쌓였다. 많은 상념에 잠기지만, 정리되는 법이 없다. 그저 쌓여만 갈 뿐이다. 서재에 읽지 않은 책과 듣지 못한 시디가 쌓여가듯, 마음은 제 갈 방향을 잃어버렸고 올 해 봄은 자신이 2010년의 봄인지, 2011년의 가을인지, 혹은 먼 미래의 겨울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내 발걸음도 갈팡질팡했다. 요 며칠 리더십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다시 변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언젠가 Sidsel Endresen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