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빗소리가 열린 창으로 들어와 방 안 가득한 열기를 밀어낸다.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그 기세를 누그러뜨면서 차가운 습기로 채워진다. 이 습기만 견딜 수 있다면, 제법 청량한 잠을 잘 수 있을 게다, 가족들은. 가끔 이 세계가 존재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고 사랑을 느끼거나 행복을 느낄 때, 신비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그건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만 그 호르몬 모두를 지금 알지 못할 뿐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이 신비 앞에서 파스칼은 끝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20세기 초반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우리 존재의 목적이나 이 세상의 기원에 대해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다며 절망했다. 그리고 21세기 초반, 백 년 전 그 절망을 현대의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어받는다. 책을 읽을수록, 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