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5

<<서울의 봄>>을 보고

성탄절 연휴 때 아들과 을 보았다. 그냥 보고 난 다음 생각을 메모해본다. 1. 지금 60대는 80년대에 이십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사들을 보면 이들 대다수가 현 여당(국민의 힘)을 지지한다. 그들이 그들의 청춘을 어둡게 만들었던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을 지지한다. 나는 그것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심지어 80년대 반정부 민주화 투쟁으로 젊음을 불태웠던 이들 중 일부는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이 되었다. 더 나아가 뉴라이트의 핵심 주축이 되었다. 2. 어쩌면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성향이 개인 삶의 일관성이나 자신을 증명하는 세계관이나 가치, 철학을 한 번에 내팽개칠 수 있는 문화적, 심리적 토대를 형성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것이 심리적 변명으로 작용하여 ..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지음), 페이지2 가끔 한국에서의 전문가 집단이 있는가 의아스러울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이다. 러셀 저코비가 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의 지식인이 사라진 현상을 분석했듯이, 한국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다. 실은 대중들이 학교 선생이나 대학 교수들에게 기대하는 면이 있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와 앞으로 닥칠 세계에 대한 이해와 대비일 것이다. 하지만 러셀 저코비가 프레드릭 제임슨을 비난하듯이 한국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학술지에만 글을 기고할 뿐, 대학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러셀 저코비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저서들은 학자들 사이에선 유명할 지 모르나, 일반 대중, 또는 인문학 전공으로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들조차 읽기 힘들고 심..

70년대 후반 일본

얼마전 읽은 어느 기사에서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1970년대 후반,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들에 대한 질투와 원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아마 자신들의 부모 세대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지금도 위 이미지과도 같은 느낌을 일본에게 받곤 하는 나에겐,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해석되는 일본과 실제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일본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저 이미지가 내 시선에 잡힌 이유는 단순한다. 마치 신기루같다고 할까. 상당히 작위적인 풍의 사진이라서 연출된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나는 그것이 거품 시대 일본이 가진 이미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일본은 역사를 잊고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려고 노력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위 사진의 출처를 검색하다가 더 기묘한 상황에 놓였다...

일인칭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단수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홍은주(옮김), 문학동네 다 읽고 보니,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건 무려 이십년만이다. 가 나온 지도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 일 년에도 여러 차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읽거나 보게 되지만, 정작 그의 소설을 읽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일년에 읽는 소설은 채 열 권도 되지 않고 심지어 서재에는 읽으려고 사둔 소설만 수십권이 될 터니.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지나치다 이 소설 를 보게 되어 빌려 읽었다. 예상한 대로의 하루키 소설이었다. 늘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 이 소설집에서도 하루키는 가볍고 경쾌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는 너무 진지했다고 할까. 하루키가 어딘가 진지해지면, 그 순간 모든 그의 매력은 반감되고 깔끔하던 그의 작법은 도리어 어설퍼진다. 그 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많은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 원자력학과 교수들도 나와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학자는 지금 논의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정부와 여당은 괴담이라고 말하고 야당은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여러 기사나 의견들을 종합해볼 때 아래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1. 일본 정부나 도쿄 전력이 공개하는 정보로는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IAEA도 믿을 수 없다. 이들은 원자력 산업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 이익 집단에 불과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이는 원자력 관련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원자력의 안전함을 알리고 원자력 산업이 계속 지속되길 희망한다. 그들은 원자련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최한우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최한우(지음), 북저널리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 일본만의 손님 접대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서구 사회에서 일본 하면 '오모테나시'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단어다. 오모테나시 1)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최대한 표현하는 것 2)손님에 대한 환대 3)손님에 대한 고치소오(온 사방을 이리저리 달려서 구해왔다는 의미) 4)온 마음을 다하여 손님을 맞이 하는 것 (24쪽) 과연 그러한가 하고 생각해보면, 글쎄, 하고 여기게 되지만, 같은 동양인이 일본에 가는 것과 피부색이 다른 백인이 일본 가게에 들어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이건 한국이야말로 너무 심해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책은 오모테나시가 어떻게 일본 비즈니스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가에..

위급 재난 문자에 대한 단상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위기 상태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부채 규모는 미국 다음이며(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가 너무 많다), 내수 시장만으로 버텨내기에는 기존에 투자된 곳이 너무 많다. 이렇게 볼 때 대만침공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중국 공산당의 기본적인 목표 중 하나가 '하나의 중국'이다. 대만은 언젠가는 중국으로 들어와야 될 곳이라고 확실하게 믿으며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대만 침공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 중 하나가 바로 주한미군을 묶어두기 위한 한반도의 긴장 조성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 얻어낼 것이 있다면 환영일 것이다. 솔직히 그들도 전쟁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입고 결국 패배하는 모습을 보기는 싫겠지만, 적절한 군사적 긴장..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스가 아쓰코(지음), 송태욱(옮김), 문학동네 첫 책이 61세 때 나왔고, 그로부터 8년 후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살고 결혼했으나, 이탈리아인 남편이 죽자 1971년 일본으로 귀국해 일본문학을 이탈리아로 번역하기도 하고 이탈리아 문학을 일본에 번역 소개하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5년 정도가 흘렀다. 어쩌면 그녀는 일본의 전성기를 살았던 문학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시선, 혹은 태도. 세상과 문학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화도 내지 않으며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인 양 표현하고 있기에 스가 아쓰코의 수필들은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1929년 생이니, 그 당시 한국..

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지음), 송태욱(옮김), 뮤진트리 어쩌다 보니 언제나 옆에 두고 읽는 작가들은 정해져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도 그렇다. 십수년 전 고려원에서 오에 겐자부로 전집이 나왔을 때부터 읽기 시작해, 지금도 오에의 소설이나 수필집을 읽는다. 일본의 사소설적 경향을 바탕으로 하되, 일본의 민담이나 전설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면서 나아가 세계적인 소재나 주제까지도 이야기하며 소설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일본 내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상당히 정치적이다. 실은 오에 겐자부로가 왜 정치적인지 모르겠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반-정부 인사처럼 보일 듯 싶다. 가끔 일본 지식인 사회가 일본 정치나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그건..

일본산고, 박경리

일본산고日本散考 박경리(지음), 마로니에북스 어수선하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 다만 한국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촛불을 들고 탄핵을 지지했다고 해서 근본이 바뀌진 않는다), 또한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져 온 진보와 퇴보의 순환 속에서 지금은 퇴보의 순간이며, 그것을 막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에 그랬다. 바진의 에 아우슈비츠가 날조된 거짓이라고 믿는 서독 청년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 한국이 똑같은 꼴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쩌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때문일 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의 난무는 진짜 정보(진실)마저 사라지게 하며 가짜 뉴스를 믿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