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67

선무 - 두 개의 코리아 사이에서 하나로 열리는.

도서관에서 미술잡지를 보다, 오랜만에 선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주말 사무실 출근 전 건성건성 읽곤 집에 와서 그의 전시 기사들을 챙기며 메모해둔다. 의외로 선무에 대한 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더 주목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가지는 드라마틱한 요소, 30년 북에서 살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북하여 한국에서 들어온 사내, 새터민 화가, 홍대 미대 졸업, 그리고 이젠 두 아이의 아빠. 그런 그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 세계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고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선무, 들어라!, 캔버스에 유채, 116×91cm, 2009 특히 그가 배웠던 방식의 작품 스타일(일명 주체미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드러낸다는 점은 보는 이들을 자연..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에를리치Port of Reflections 대척점의 항구2014. 11. 4 - 2015. 9. 1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2014 2012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 이후 다시 만나는 레안드로 에를리치다. 1973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2001년에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이십대 후반에 이미 그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셈이다. 2005년에 다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고, 2000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 2001년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이른 나이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는데, 이번 국립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는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공간의 착..

알렉산더 칼더Calder 전, 리움, 2013.7.18 - 10.20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 July 18 - October 20, 2013 리움Leeum, Samsung Museum of Art 전시를 보고 난 다음, 리뷰를 쓰기 위해 몇 편의 논문들과 자료들을 모아두었는데, 역시 직장인이란 늘 시간이 없다보니, 이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냥 메모만 해둔다. 2013년 여름에 있었던 이 전시는 총 118점이 전시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알렉산더 칼더 회고전이었다. 칼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무척 뜻깊은 자리였으며, 칼더를 모르는 이들에겐 칼더의 조각 인생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서커스 장면 Circus Scene1929Wire, wood and paint127 x 118.7 x 46 cmCalder Foundation..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드림 소사이어티 전 - X brid

2회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드림 소사이어티 전 - X brid 2014. 10. 11 - 11. 16 서울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어제 본 것처럼 아직도 전시 관람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전시에 나온 작품들 하나하나는 눈 여겨 보고 기억해 둘 만큼 전시 수준이 높았다. 신경 쓴 흔적이 눈에 보인다고 할까. 실은 전시를 자주 다니고 한때 미술계에서 일했던 이로서 조금 부끄러웠다.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대부분의 작가들이 몇 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여는 탓에, 신경 쓰지 않으면 좋은 전시도 놓치고 오래 활동해왔으나 모르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 내가 게을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제 미술 애호가 정도 밖에..

권총과 반 고흐 :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http://www.metmuseum.org/collection/metcollects/feature http://www.metmuseum.org/collection/objects?pkgids=279&feature=nineteenth-century-exhibition-pistols 사진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면, 그 장식의 정교함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이는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권총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데, ~ 왜 요즘에는 이런 물건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인건비 때문일까. 하긴 이 권총을 주문하여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재력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라는 건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긴 하지만. RosesVincent van Gogh (Dutch, 1853–1890)1890 반 고흐의 작품을 보고 ..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인천아트플랫폼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Portray Magic, Kyung Ji Yeon - 7th Solo Exhibition. 인천아트플랫폼, 11.1.-11.12.2014. 정사각형 캔버스에 담겨진 풍경들은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자족적인 완결 감을 가진다. 1m*1m 크기의 같은 규격과 형식을 가지는 단자적 세계들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희망 사항을 그런 식으로 다 모은다면 밤하늘에 뿌려진 별처럼 많아지리라.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멀리 있는 희망의 빛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설치형식으로 건 그림들 앞에서 관객은 여기에 머물다가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장면전환은 신속하다.구글에서 검색한 무채색 톤의 자료는 지도와 풍경, 실제와 상상의 중간 단계로 재탄생한다. 칙칙한 ..

로니 혼Roni Horn, 국제갤러리. 2041.5.20 - 6.22

로니 혼 Roni Horn 5.20 - 6. 22. 2014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늦은 봄, 관람했던 전시에 대한 소개를 지금 올리는 건 너무 태만한 짓인가. 실은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몸도 피곤하다. 해야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로니 혼Roni Horn.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나하나 작품을 기억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졌다는 건, 그만큼 관심사에 멀어졌다는 이야기다. 형편없어진 '이미지에 대한 기억'력. (현대는 원하지 않는, 그러나 범람하는 이미지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로니 혼은 작가 특유의 공간에 대한 감성으로 시간, 기억 그리고 지각이라는 주제들을 탐색하며 강력하고, 절묘할 만큼 아름다운 시각적 명상 속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부드럽지만 힘있게 이끌고 나..

한글작가 금보성 전, 금보성아트센터

한글작가 금보성 전 - 송정미 카네기홀 콘서트 후원전시회 금보성 아트센터, 2014. 9. 20 - 10. 12 한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하고 한글의 조형미까지도 이야기하지만, 한글 폰트에 대한 관심이 이제서야 조금씩 늘어나는 것같지만, 순수 미술에 있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은 아직 멀기만 하다. 내가 한글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지만, 금보성의 한글들은 참 이쁘기만 하다. 마치 꼬마 아이가 넓은 마당에서 뛰어 노는 듯, 생기 넘치기만 하다. 단단하면서도 무척 부드러워 보이고 여기저기 튀어나갈 듯하면서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마치 한글의 창제 원리가 우리 입 안의 움직임들로 이루어졌듯이, 금보성의 한글들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보는 이의 눈을, 마음을 건드린다. ..

이우환, 그의 베르사이유

Lee Ufan Versilles 2014. 6. 17 - 11. 20 이우환, 베르사이유 전 "작가에게 만족이란 게 있겠는가만, 이번에 나는 베르사이유에서 하고 싶은 작품을 70%는 한 것 같다. 전시 이후에 작품은 어떻게 되는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작품이란 결국은 잠깐 모였다 흩어지고 사라진다. 하이데거는 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대지를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연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그런데 예술가란 세우고 사그라지는 그 양쪽 모두를 보는 사람이다. 그 양쪽으로 열려 있음은 무한의 세계다." - 이우환(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에서 재인용) 이우환이 프랑스 베르사이유에 신작 10점을 선보였다. 그냥 전시가 아니라, 베르사이유를 위해 새로 작품을 만들었다. "..

오치균 - 빛, 노화랑

오치균 - 빛 2014. 06.11 - 06.25 노화랑 Gallery Rho, 서울 Seoul Armani lamp on the Santa Fe bench | acrylic on canvas | 116x78cm | 2013 출처: http://www.rhogallery.com/ 연필로 글씨를 쓰는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화폭에 남긴 흔적들에 각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중략)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재료를 장악하고 그 재료를 육체화해서 재료를 마소처럼 부릴 수 있는 자만이 예술가인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고 또 개념인 것이어서, 나는 오치균이 색을 부리듯이 말을 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