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2

창을 열면, ...

팔을 들어 길게 뻗어 책상 너머 있는 창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한 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공기를 보며 바람이라고 썼지만, 그냥 온도 차이로 생긴 공기의 사소한 흐름일 게다. 밤새 닫아 두었던 서재의 창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내가 지내온 서재, 혹은 책들이 모여 있던 곳의 창 밖 풍경은, 대체로 건조한 무채색이다.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서재는 딱 한 번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모두 벽들 뿐이었다. 지금 서재 창 밖은 바로 옆 빌라의 측면 외벽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들이 있는. 서재에서 이십미터 정도 걸어 나가면 마을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곳으로부터 다시 이십미터 정도 나가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 다시 그 곳으로부터 이십미터 정도 가면 지하..

보르헤스 씨의 정원

일러스트: 메테오 페리코니 보르헤스 씨의 정원 부에노스 아이레스, 레꼴레타 인근의 어느 집에는 이중의 특권을 가진 창문이 있다. 그 창문에서는 한 눈에 하늘이 들어오고, 이웃한 집들과의 벽을 따라 굽이쳐 흐르며, 마치 계절들의 여행처럼 보이는 색채들을 가진 식물들, 나무들, 덩굴들로 가득한 넓은 공간, 여기에선 여기에선 pulmon de manzana로 알려진 - 글자 그대로 한 블록의 허파 - 안쪽 정원이 한눈에 보였다. 덧붙이자면, 그 창문은 작고한 내 남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서재를 피난처처럼 보호하고 있다. 그 서재는 오래된 책들로 채워진, 진짜 바벨의 도서관이며, 그 책들의 종이들에는 내 남편의 작은 손으로 거칠게 씌어진 메모들이 있었다. 한낮 정오가 지나고 나는 창문을 내다보기 위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