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호기 2

설중매

2004년에 쓴 포스팅이라니. 벌써 12년이 흘렀구나. 함민복과 채호기의 시다. *** 2004년 1월 27일 *** 강화도 어느 폐가에 들어가 산 지 꽤 지난 듯 하다. 세상의 물욕과 시의 마음은 틀리다는 생각에 인적 뜸한 곳으로 들어가버린 시인 함민복. 그의 초기 시들은 무척 유쾌하면서도 시니컬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연시들이 많아졌다. 외로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광고를 위해 지은 그의 시 "설중매"는 세상의 술에 취한 영혼을 살며시 깨우고 저기 멀리 달아나는 그리움을 조용히 잡아 세운다. 설중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 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내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토요일 오전 서재 청소를 하면서 읽은 또 한 편의 시다. 2002년도에 나온 시집이니, 벌써 7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에게도 몇 번의 사랑이 있었듯 싶지만, 이젠 흔적마저 없는 폐허일 뿐이다. 채호기의 시집은 사랑에 빠졌을 때, 적당한데, 나에게도 그러한 호사가 올까? 호사스러운 겨울이 오고 파아란 새 잎 돋는 봄이 오면, 내 마음의 폐허에도 따스한 온기로 넘쳐날 수 있을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