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5

루시언 프로이드, 조디 그레이그

루시언 프로이드 Lucian Freud 조디 그레이그(지음), 권영진(옮김), 다비치 설마 이렇게 책이 끝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첫 장부터 끝날 때까지 저자는 각오한 듯이 루시언 프로이드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말하기로 작정했다. 루시언 프로이드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루시언 프로이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큰 오산이다. 도리어 이 책을 읽음으로 루시언 프로이드를 좋아하는 현대 미술가의 목록에서 지우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의 인품이나 성격과 그의 작품을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안다. 가끔 어느 전시회에서 어떤 작품을 보고 난 다음, 그 예술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나는 이 장..

바로크의 자화상 -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안토니 반 다이크 자화상 1630년도작, 24.1cm*15.6cm, 에칭 판화 오래된 작품은 어느새 내 일상과는 너무 많이 멀리 떨어져있다. 녹슬어가는 내 지식은 서재 한 구석에 박힌 강의노트 속에서 박제가 되고, ... 바로크의 초상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와 15세기 초의 반 아이크 형제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음을 이 작은 자화상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여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그런 피치 못할 사정을 보는 이들이 이해해 주겠거니 하는 여유로움이 있거나, 한 발 더 나아가 여백을 작품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시작하거나 ... 여러 가지 이유를 따져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거친 여백을 드러내거나, 또는 고른 채색의 화면 처리가 사라지는 ..

M-IDEA, Insane Park,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M-IDEA Insane Park 2011.1.28-2.20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종종 미술 감상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술 작품들을 자주 접하라고 할 뿐이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다 보면, 선율이 귀에 익숙해지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클래식 음악 팬이 될 수 있듯, 미술 작품도 그렇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자기 귀에 익숙한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지만(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미술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아무리 미디어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미술 작품 관람을 대신할 수 없고, 실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작품을 실제로 보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잘 알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지하철 3..

티치아노의 초상화

Titian. The Young Englishman. c.1540-1545. Oil on canvas. Palazzo Pitti, Galleria Palatina, Florence, Italy 이 오래된 초상화는 16세기에 제작된 초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것들 중의 하나에 속하리라. 16세기 베네치아 최고의 예술가였던 티치아노는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까지 담아내는 듯 보인다. 르네상스 시기, 일군의 화가들의 붓에서 시작된 위대한 초상화 양식들은 새로운 시대의 한 획을 그으며, 20세기까지 이어진다. 양식의 변용과 혁신을 거듭하면서. 초상화 양식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아래 초상화를 보자. 이 흥미로운 초상화는 티치아노가 교황 파울루스..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고종희

고종희(지음),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한길사(2004년 초판 1쇄) 오랜만에 국내 저자가 쓴 꽤 좋은 미술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르네상스 시대로 일컬어지는 14세기에서 16세기에 작품 활동을 했던 여러 화가들의 초상화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많아도 특정 시대나 특정 장르에 대한 책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 시기의 초상화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양식이다. 이는 종교 권력이 물러나고 세속 권력이 이를 대체해 나가는 시기에 일어나는 일로서 연대기적으로 초상화 양식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직까지 로마의 영향권 속에 있었던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