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2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W.G.제발트(지음), 안미현(옮김), 을유문화사 병상에 누워,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제발트의 를 읽었다. 병상에서의 소설 읽기란, 묘한 느낌을 준다. 일상을 벗어난 공간 속에서, 현실은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떨어져있고, 허구와 사실은 서로 혼재되어 혼란스럽게 한다. 시간마저 겹쳐 흐르며 외부는 모호해진다. 어쩌면 현대 소설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처럼. 제발트는 소설 중간중간 사진들이 인용하는데, 마치 '이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다'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허구와 사실 사이를 오가며, 소설은 대화의 인용으로 이루어진다. 문장의 호흡은 길고 묘사는 서정적이면서 치밀하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슬프기만 하다. 과거는 추억이 되지..

스토리텔링

건너편 창으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이 보인다. 밤이면 술에 취한 40대 쯤으로 보이는 사내의 팔짱을 끼고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가는 젊고 산뜻한 피부를 가진 여자 아이와 만날 수 있다. 그 여자의 이름은 'Feel'이다. 내가 그녀를 'Feel'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몇 명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에게 "필이 꽂혔기" 때문이다. 요즘 난 퇴근도 하지 않고 억지로 야근을 해대며 11시 쯤 사무실을 나가 라마다 르네상스 앞을 서성거린다. 이런 미친 짓을 한 지도 벌써 15일째다. 뭐, 미친 세상이니, 미친 짓을 한다고 해서 악한 행위는 아니다. 차라리 성스러운 행위에 가깝지 않을까. Feel이 꽂혀 나의 정신을 잃어버렸으니. 그리고 20일째 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