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6

일인칭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단수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홍은주(옮김), 문학동네 다 읽고 보니,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건 무려 이십년만이다. 가 나온 지도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 일 년에도 여러 차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읽거나 보게 되지만, 정작 그의 소설을 읽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일년에 읽는 소설은 채 열 권도 되지 않고 심지어 서재에는 읽으려고 사둔 소설만 수십권이 될 터니. 우연히 도서관 서가를 지나치다 이 소설 를 보게 되어 빌려 읽었다. 예상한 대로의 하루키 소설이었다. 늘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 이 소설집에서도 하루키는 가볍고 경쾌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는 너무 진지했다고 할까. 하루키가 어딘가 진지해지면, 그 순간 모든 그의 매력은 반감되고 깔끔하던 그의 작법은 도리어 어설퍼진다. 그 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양윤옥(옮김), 현대문학 소설 쓰는 게 영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 소설 쓰는 법에 관심을 기울인 듯 싶다. 실은 소설 쓰는 법 따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소설 쓰는 법을 배우고 소설가가 되는 경우보다, 그냥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우연히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쌓은 후, 몇몇 작가들은 소설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는 그 작법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다. 결국 내가 소설 쓰는 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소설 쓰기와는 무관하게, 소설 쓰기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고 소설 쓰는 법을 이야기할 정도로 수준 있는 소설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내 동경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지도. 젊은 하루..

프랑스적인 삶, 장 폴 뒤부아

프랑스적인 삶 -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밝은세상 프랑스적인 삶 Une Vie Francaise 장 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함유선 옮김, 밝은 세상 1. 한 치 앞 미래를 보이지 못한다. 그저 예측할 뿐이다. 과거시제 형 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그러한 소설은 미래에 대한 숨겨진 공포를, 아찔함을, 내일을 향해 발을 내밀기가 무섭다고 독자를 향해 중얼거리는 양식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일의 삶을, 고통스럽고 미련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양식이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과거 시제 형 문학(후일담 소설/시)은 과거의 파란만장한 열정과 시행 착오에 대해서 끊임없이 합리화하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것에 ..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모든 것은 지나쳐간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다시 말해서, 개인주의의 어두운 면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로의 초점 이동에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높낮이 없이] 덤덤하게 되고 협소해진다. 우리의 삶은 갈수록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우리는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진다. - 찰스 테일러, 1. 하루키 신드롬 아직도 하루키 신드롬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하루키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있으니 말이다. 꽤 오래 전엔 매우 시끄러웠다. 여기저기 저널에서, 문학잡지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키를 표절했다느니, 패러디했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서로 ..

노르웨이의 숲

예전에 나는 한 여자를 소유했었지, 아니 그녀가 나를 소유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녀는 내게 그녀의 방을 구경시켜 줬어.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녀는 나에게 머물다 가길 권했고 어디 좀 앉으라고 말했어.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었지. 양탄자 위에 앉아 시계를 흘끔거리며 와인을 홀짝이며 우리는 밤 두 시까지 이야기했어. 이윽고 그녀가 이러는 거야. "잠잘 시간이잖아." 그녀는 아침이면 흥분한다고 말했어. 그리곤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지.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목욕탕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잤어. 눈을 떴을 때 난 혼자였어. 그 새는 날아가 버린 거야. 난 벽난로 불을 지폈어.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에서. 하루키를 읽다 보면 맥주 생각이 나고 혼자 음악 들으며 맥주 마시다 ..

1963년, 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사라 본Sarah Vaughan의 낡은 테잎을 선배가 하는 까페에 주고 난 다음, 난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앨범을 샀다. 영화 때문에 나온 '2 for 1' 모 음집. 예전부터 들어왔던 음악이 영화나 광고 때문에 유명해지 면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다. 누군가에게 음악을 추천하면 대체 로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은 음악이 영화나 광고에 서 유명해지면 내가 권했다는 사실을 잊고선 그 음반을 사선, 이 음악 좋지 않냐고 내게 말한다. 이건 소설이나 책 따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면 잘 듣지도 않다가 교수나 유명한 작 가가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면 바로 산다. * * '1963년에 이파네마 아가씨는 이런 식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1982년의 이파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