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앙투안 콩파뇽

지하련 2009. 3. 8. 21:37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 10점
앙투안 콩파뇽 지음, 이재룡 옮김/현대문학




지난 가을에 두 번이나 정독한 책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들 중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참고서로 읽힐 이 책은, 불행하게도 아무런 주목도 못 받은 것처럼 보인다(일일이 신문이나 잡지 서평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두 번이나 읽었지만, 그간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것은, 서평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서평이라는 낯익은 접근방식은 이 책이 가지는 유용함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더 높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 현대적 전통, 현대적 배반
새로운 것의 권위: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 보들레르, 마네
미래에 대한 종교: 전위주의자들과 정통주의
이론과 공포: 추상파와 초현실주의
바보들의 시장: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
막바지: 포스트모더니즘과 개영시(改詠詩)
결론 - 다시 보들레르로


이 책의 미덕은 현대 예술에 있어서 논쟁적인 부분들을 풍부한 인용과 사례로 예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득력 있는 저자의 논리는 모더니즘의 탄생에 주목하면서, 나아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까지 아우른다.


그러나 단절의 전통은 필연적으로 전통의 부정인 동시에 단절의 부정이 아닐까? 옥타비오 파스는 '수렴점. 낭만주의에서 아방가르드까지'에서 현대적 전통이란 자기 자신에게 저항하는 뒤집어진 전통이며, 이 역설이 그 자체로 모순인 미학적 모더니티의 숙명을 예고한다고 했다. 현대적 전통은 예술을 긍정함과 동시에 부정하고, 자신의 삶과 죽음, 자신의 위대성과 퇴락을 한꺼번에 선포한다. 반대되는 것들끼리의 결합은 현대적인 것이 전통의 부정, 다시 말해 필연적으로 부정의 전통임을 드러낸다. 그것은 자신의 논리적 모순 혹은 논리적 막다른 골목을 고발한다. (8쪽)


그의 시선은 모더니즘에 향해 있으며, 모더니즘의 시작부터 논쟁거리였음을 예증한다. 인문학 전공자이거나 현대 예술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